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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등급제 폐지 넘어 등록제 폐지로"

by 베이비 posted Mar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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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이 21일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넘어 장애등록제 폐지로 나아가자는 내용 등을 담은 총선 장애인정책 5대 전략과제와 10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와 정책위원회는 21일 이룸센터 교육실에서 ‘진보신당 총선 장애인정책 대토론회’를 열고 장애등록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총선 장애인정책 5대 전략과제와 10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약 발표를 맡은 진보신당 박홍구 장애인선대위원장은 “5대 전략 과제는 공약의 핵심 내용을 담았고 10대 추진과제에서는 장애인계의 공약 요구를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5대 전략 과제는 △장애인복지시스템 대대적 정비(장애등급·등록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 △장애인복지예산 대폭 확대(단기적으로 OECD 평균 이상, 장기적으로 OECD 상위 10분위 평균 이상)△ 중증장애인에게 월 최대 100만 원의 소득보장 △소수 장애인의 인권보장(발달장애인법 제정) △법에 보장된 권리, 일상에서 실현(장애인권리옹호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장애등록제 폐지에 대해 “장애등록제는 장애인복지의 수급자격 여부를 판별하는데 효율적인 기준일 수 있지만,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인위적인 기준이며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사회적 낙인을 부여한다”라면서 “하지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각각의 사회서비스 필요도를 측정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장애인등록제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대 추진과제는 △탈시설·주거권 보장 △접근권·이동권 보장 △교육권 보장 △건강권 보장 △보장구 지원 강화 △영화관람권·정보문화권 보장 △수화언어 및 농문화지원법 제정 △정신장애인 지원 △장애여성 지원 및 반성폭력 정책 △국제협력 강화 등이다.

 

박 위원장은 보장구 지원 강화에 대해 “지금까지 장애인의 보장구는 보건복지부에서 품목을 지정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보장구라면 어떤 것이라도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공약에 보장구 관련 정책을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장애인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진보신당 박홍구 장애인선대위원장.

 

이어 토론자로 나선 99%장애민중선거연대 이원교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대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공무원들도 늘 예산만을 계산해 어디에서 대상자를 잘라내야 하는가만을 고민하고 있으며, 장애인등록제는 결국 장애인을 계측해 대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이를 뒤엎을 용기가 필요하다”라면서 “개인적으로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장애인을 분리해 별도의 수급체계를 만드는 방안, 기존 전달체계를 활용해 장애인고용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12장애인총선연대(아래 총선연대) 사무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허경아 정책기획부장은 “진보신당은 다른 당에 비해 장애인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특히 수화언어 및 농문화지원법 제정은 다른 당의 공약에서 볼 수 없는 충격적인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허 부장은 “하지만 총체적으로 볼 때 예산 확보 방안과 국민 설득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 등이 문제점”이라면서 “총선연대의 입장에서는 대통령 직속 장애인위원회의 상설화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공약에 포함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은 “진보신당의 공약은 결국 장애등급제와 장애등록제를 모두 폐지하고 서비스별 체계로 가자는 것인데, 그 이후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라면서 “예를 들면 판정 체계를 위원회 형식으로 갈 것인지, 전문가 방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은 “또한 중증장애인에게 월 최대 100만 원의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최대가 아니라 최소 100만 원의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최소치를 제시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라면서 “또한 분명히 최저임금 수준으로 소득보장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 있을 텐데,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 유독 장애인 관련 법안이 많은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라면서 “낙인 효과를 없애고 특별히 장애인에게만 돈을 더 준다는 식의 인식을 없애려면, 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보편적인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앞으로 진보신당은 장애인당사자성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장애인정책을 제시해 권리적 측면에서 정책을 디자인해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 집권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는가에 대한 여부, 노동을 중시한다고 말하면서도 장애와 노동의 연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은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토론자의 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장애등록제를 폐지하고 보편 복지 전달체계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오고 갔다.

 

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은 “장애인복지가 보편복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안정화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숨겨진 장애인들의 문제가 더 드러나야 한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면서 “특히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발달장애에 대해서 모르고, 편견으로 말미암아 정신장애인이 자신이 장애인임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직은 장애를 더욱 드러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박홍구 장애인선대위원장은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전동차가 요동을 쳐서 전동휠체어에 부딪친 시민이 ‘왜 장애인자동차(장애인콜택시)를 타지 않느냐?’라면서 열차 급정거의 책임을 열차가 아닌 나에게 묻는다”라면서 “사람 간의 차이와 특수함을 놓치지 않는다면 보편적 체계로의 전환을 고민할 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김 정책실장은 “보편복지로 가기 위해서는 수량화된 객관적 기준에서 당사자의 필요욕구 등을 반영하는 합리적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면서 “우리가 아무리 장애등급제와 장애등록제를 비판해도 이 합리적인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논쟁만 지속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합리적 기준 설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진보신당이 발표한 공약은 1차안이며, 앞으로 수정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진보신당 안효상 공동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진보정당임에도 이번에 장애인비례대표를 내지 못한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면서 “하지만 장애인위원회와 정책위원회가 만든 이번 안은 장애인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사는 방법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지점에 살고 있는지 명확히 알려준 장애인운동에 진 빚을 늘 생각하면서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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