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성년후견제, 어떻게 정착될 수 있을까

by 베이비 posted Apr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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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개발원 주최로 성년후견제 성공적 정착을 위한 지원체계 토론회가 5일 늦은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렸다.

가정법원, 후견법인,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는 지원체계 마련해야
 
성년후견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지원체계 토론회가 한국장애인개발원 주최로 5일 늦은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렸다. 

이날 성년후견제의 지원체계 및 운영방안에 대해 발제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정책위원장은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가정법원, 후견법인,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가정법원에 신청한 사람에 한해 후견인이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있으나, 판사가 전부 해결할 수 없으므로 성년후견전문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운영해야 한다”라며 “후견법인은 민간주도형으로 해야 각 지역으로 빠르게 확대되어 운영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복지부의 예산으로 이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만큼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정책위원장은 “피후견인의 정신감정비 등 검사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 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하고, 검사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사람이나 후견인의 보수를 지급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피성년후견인의 판단 정도에 따라 후견인의 업무범위가 달라지므로 후견인의 보수는 법원에서 판사가 정해줘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김 정책위원장은 성년후견제를 “당사자의 계약 권리를 후견인에게 양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이 범위를 정확히 하지 않으면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권한을 모두 다 뺏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정책위원장은 “따라서 자기결정권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제가 있어야 하므로 판사가 업무 범위를 정확히 잘 정해줘야 하며, 판단할 때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한도를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라며 “성년후견제는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때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고 자기역량강화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증장애인의 잔존능력 개발하고 찾아내는 것 중요
 
한국장애인개발원 전동일 선임연구원은 성년후견제에서 가장 논점이 되는 신상보호 규정과 관련해 외국 사례를 소개하며 논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전 선임연구원은 사례는 첫째 장애인의 잔존능력을 활용한 자기결정을 보장하기 위해 외국에는 어떤 장치들이 있는가, 둘째 외국의 신상보호 범위와 내용은 어떻게 설정되었는가, 셋째 신상보호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제도는 없는가 등이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 전 선임연구원은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경우 자기결정에 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데, 영국의 정신능력법이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라며 “정신능력법에서는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되었다는 공식적인 판정을 내리지 않는 한 의사결정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며, 이는 환경적 지원이 제공된 상태에서 발휘되는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증장애인에게 잔존능력이 어느 정도 있느냐에 따라 판단능력과 의사결정을 판가름해서는 안 되며, 잔존능력에 대한 개발의 의무를 부여했다는 점이 다른 법제와 큰 차이”라며 “제삼자와의 상거래 보호를 위해 권리 제한을 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잔존능력을 개발하고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장애인복지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이를 유념해두면 좋겠고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 지짐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 선임연구원은 촉구했다.  

신상보호의 범위에 대해 전 선임연구원은 “영국과 미국은 신상보호가 성년후견제의 핵심이라 보고 최대한 넓히려고 하지만, 일본은 계약의 측면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줄이려는 특징이 있다”라며 “우리나라 개정민법은 일본법을 따라서 신상보호의 의미가 좁은데 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신상보호제도의 보완제도에 대해 전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성년후견제에서는 재산관리 부문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해 신탁제도를 두게 됐다”라며 “우리나라도 보완제도가 필요한데 현재 법무부가 후견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2013년 7월부터 시행되는 성년후견제를 앞두고 폭넓은 주제의 이야기가 오갔다.


예산 탓 말고 정부 중심의 시범운영 시급히 시행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광석 교수는 “후견인이란 단어에 일방적인 보호의 성격이 들어 있는데 이는 자기결정권이랑 거리가 먼 단어”라며 “그런데 성년후견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후견인이란 단어를 쓰는 게 맞는지 물음이 든다”라고 반문했다.  

전 교수는 “민법 947조 2 제2항에는 후견인이 금치산자를 정신병원에 보낼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정신보건법 24조에서는 보호자의 동의를 구한다고 나타나 있다”라며 “민법은 성년후견인이 임명된 경우이고 정신보건법은 그렇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사례로, 앞으로 이렇게 법이 충돌하는 경우는 무수히 제기될 것으로 본다”라고 예측했다. 

이어서 “이 문제는 성년후견인이 잘못 결정했을 때 피성년후견인이 받는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며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해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에 어떠한 법률관계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라고 전 교수는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박미진 기획총무국장은 “앞으로 실행까지 1년 4개월가량 남았는데 현재 예산문제 탓에 정부 중심 시범운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자기결정문제나 잔존능력이 어떻게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 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양한 방안들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박 기획총무국장은 “성년후견인제도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신청을 통해 받을 수 있고 설령 받더라도 큰 비용과 복잡한 절차가 있는 제도인데, 현장에 나가보면 장애아동 부모님은 이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라며 “국가와 민간차원에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마지막 시간에는 ‘후견인의 직무는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열띤 토론이 오가기도 했다.
 
김정열 정책위원장은 후견인의 업무는 법적인 재산관리에만 한정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 유수진 센터장은 그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에 대해 김 정책위원장은 “직무범위는 판사가 정해주는 것이며, 특수후견인의 경우 어떤 특정업무를 하고 안 할지의 영역까지 결정하는 것은 판사의 몫”이라며 “여기서 판사가 직무범위를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2013년 7월부터 시행되는 성년후견제를 앞두고 성년후견제의 기본 개념부터 앞으로의 구체적 홍보계획 및 효과, 시범운행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은 주제의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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