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예산을 분석한 결과 16개 광역시도에서 시설예산으로 적게는 24%, 많게는 51.8%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립생활예산은 대부분 10%대에 머물렀다.
30일 늦은 3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교육실에서 열린 ‘2011년 지방자치단체 장애인예산 분석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현근식 연구위원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이는 2005년 사회복지사업의 지방 이양 이후, 지자체에서 시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 편성에 주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 연구위원은 “이런 시설 중심의 예산 배분은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확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면서 “지역 장애인들이 그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예산을 우선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장애인예산 중 시설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6개 광역시도에서 충북이 51.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울산(49.1%), 대전(48.3%), 제주(43.1%), 인천(42.8%), 서울(41.9%), 충남(41.7%), 대구(41.4%) 등에서 시설예산이 40%대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장애인예산 중 자립생활예산의 비중이 가장 큰 광주의 경우 그 비율이 19.4%에 머물렀다. 충북과 대구는 9.4%로 자립생활예산 비중이 가장 낮았으며 부산(9.5%)과 경북(9.9%)도 10%를 넘지 않았다.
이 밖에 2011년 지자체의 장애인예산 총액은 2조 6,870억 원으로 2010년 2조 4,710억 원에 비해 2,160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정부의 2011년 장애인예산은 1조 2,820억 원으로 2010년 1조 2,077억 원에 비해 743억 원이 늘었다.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철 교수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자립생활예산 중 활동지원서비스예산의 비율이 95%를 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활동지원서비스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것은 자립생활 초창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시설퇴소자 지원, 체험홈 및 주거생활지원의 경우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예산에 반영하지 않거나 반영되어 있다고 해도 극히 미비한 수준”이라면서 “따라서 주택알선, 이사, 주택개조 및 편의시설 설치 등의 주거지원서비스와 장애인전용 임대주택의 확대 등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은 “시의 예산은 한정돼 있고 시설 운영 예산이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립생활예산의 대폭 확대는 쉽지 않다”라면서 “하지만 규모가 큰 시설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해마다 계속되고 있는데, 실제 수요에 맞게 예산을 조정한 뒤 자립생활예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거대한 전달체계를 변화시키는 점진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실장은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장애인예산은 GDP의 0.6%로 OECD 국가 평균 2.1%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라면서 “근본적인 이유는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도 작고 복지 지출도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따라서 장애인예산의 대폭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 직접세 증세를 통해 재정 규모를 키우고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라면서 “아울러 보편 복지 확장은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되는 복지 강화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보편 복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