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원주 ‘사랑의 집’, 부정수급, 감금, 폭행

by 베이비 posted Jul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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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하나님의 복지법인 사랑의 집'. 장 씨는 그동안 자신을 ‘목사’라고 칭했으나 실제 안수 받은 목사가 아닌, ‘목’숨바쳐 ‘사’랑한다는 뜻이라며 스스로 ‘목사’라고 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십 년 전 21명 장애인을 입양해 ‘천사 아버지’로 소개됐던 장아무개 씨가 10년 넘게 병원 두 곳에 시신을 유기하고, 이삼 중 등록을 통한 기초생활 수급비 부정수급, 친자로 등록된 장애인에 대한 감금, 학대 등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장 씨는 21명의 장애인을 친자로 등록했다고 돼 있으나 현재는 4명의 장애인만이 움막에서 생활해왔다. 지적장애인 4명은 지난 21일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장 씨로부터 분리 조치돼 한 시설로 피신한 상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원주시장애인부모연대, 원주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14개 원주시민사회단체는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29일 오전 11시 원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사랑의 집 사건피해자, 장애인 21명의 인권 찾아주기 위한 원주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대위는 미온적 태도로 수사에 임하고 있는 원주시를 규탄하며 적극적 사건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원주시장애인부모연대, 원주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14개의 원주시민사회단체는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29일 오전 11시 원주시청에서 원주시의 적극적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주시장애인부모연대


공대위는 성명서에서 “(장 씨 친자로 등록됐던) 2명은 아사 등으로 사망해 병원에 10년 넘게 방치되고 현재 장 씨와 함께 사는 장애인 4명 외 15명은 대다수가 생사조차 확인되고 있지 않다”라며 “장 씨와 함께 살던 4명의 장애인은 남녀가 구분되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었고, 팔에 인적사항을 문신으로 새긴 이도 있었으며, 머리 모두 삭발 상태에 체육복을 입고 방바닥에서 식판으로 밥을 먹는가 하면, 온몸에는 크고 작은 흉터가 수도 없이 있는 등 심각한 인권유린 상황에 처해 있었다”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장 씨는 자신의 사연을 미담으로 가장하여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홍보해 대대적으로 후원금을 받는가 하면, 실제 같이 있지 않은 장애인들 몫의 장애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를 챙겼다”라며 “장애인들의 부모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친자 등록해 친부모가 자녀를 돌려달라고 해도 돌려주지 않고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대위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원주시 측은 장 씨가 장애인들을 친자로 등록했기에 장 씨 집은 장애인 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이며, 그러므로 가정 내 문제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로 장 씨에게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장 씨와 살던 장애인들의 상태 파악조차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사망한 2명의 사후 관리 및 존재하지 않는 15명의 소재 파악조차 전혀 안 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공대위는 “장애인들을 약취·유인, 감금, 학대, 유기 및 사기·횡령 등의 범행으로 장 씨를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장애인 4명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장 씨에게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원주시가 이 사안에 적극 개입하여 장 씨를 처벌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라”라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원주시 측에 △신원확보 된 장애인 4명의 보호조치와 안정적 주거 대책 강구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장애인 15명의 신원과 생사 신속히 확인 △고발된 장 씨의 ‘사랑의 집’ 사건에 대한 수사 진행 및 장 씨 구속수사 △불법으로 친자 등록된 장 씨와 장애인들의 입양 취소 및 무효화 등을 촉구했다.

 

▲20일, 가족들이 장 씨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장 씨 집 앞 정문엔 철문이 처져 있으며, 철문에는 출입금지라는 빨간 글씨의 팻말이 걸려 있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탈시설정책위원회 등의 단체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장 씨는 ‘사랑의 집’을 ‘가족’, 장애인들을 ‘내 자식’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랑의 집 운영형태는 부정수급, 감금, 폭행, 강제노동, 선의로 포장된 이미지마케팅을 통한 후원금 조성 등 전형적인 미신고시설의 운영형태와 같다”라며 “심지어 대다수 장애인은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으로 그 위험성은 불법적인 미신고시설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 단체는 “장 씨의 불법입양, 부정수급, 시체유기, 장애인 학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지자체가 관리감독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민관공동대책반을 구성하여 장애인 4명의 적극적 안전조치 및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장 씨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치밀한 수사를 진행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10여 년 넘게 원주와 충주의 병원 냉동고에 안치된 시신 두 구 중 한 구의 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임이 확인됐다. 유가족 측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현재 병원에 12년째 방치되고 있는 시신이 친자임이 확인된 유가족 측이 장 씨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탈시설정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가 아닌 시혜, 은혜라고 볼 때 어떤 문제점을 발생시키는지 보여주는 아주 극단적인 예”라면서 “그래서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로 보장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 씨로부터 장애인들을 분리 조치했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효정 활동가는 “이건 절대 4명의 문제가 아니며, 이번 사건을 선례로 시스템으로 정착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장 씨에게서는 벗어났으나 또 다른 누군가가 그들 위에 군림해 그들이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면 그전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원주시장애인부모연대 허나영 회장은 “얼마 전 터진 원주 자신보육원 문제를 비롯한 이러한 문제들이 흐지부지되지 못하게 원주의 더 많은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현재 원주시청과 원주경찰서장 면담을 신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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