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뮤지컬 충신 박제상

by 이리스 posted Apr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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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충신 박제상, '출연진 전원 장애인 배우로'서로 다른 장애인들, 부족한 점 채워가면서 열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4-19 16:57:57
극 중 탈출한 왕의 아들이 왕과 만나는 장면. ⓒ박경태
에이블포토로 보기▲극 중 탈출한 왕의 아들이 왕과 만나는 장면. ⓒ박경태
충신 박제상’(제작 동그라미극장) 공연이 시작됐다. 조용히 무대를 주시하던 관객들은 작은 탄성을 질렀다. 감정에 몰입한 채 노래와 춤 그리고 대사까지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오후 3시와 5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뮤지컬 ‘충신 박제상’이 무대에 올랐다. 박제상은 신라의 눌지왕 때의 충신으로 고구려와 왜(일본)에 건너가 볼모로 잡혀 있던 왕제(왕의 형제)들을 신라로 탈출시켰으나 자신은 왜국 군에게 잡혀 유배됐다 살해당한 역사속 실제 인물이다.

이번 뮤지컬 공연단 전원이 장애인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청각 장애인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지적장애인 등이 각각 5명씩 합류했다.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이 모이다보니 연습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시각장애인은 다른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을 볼 수 없고 청각장애인들은 다른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를 들을 수 없으며 지체장애인은 활동적인 표현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 사실상 이들 장애인 배우들이 뮤지컬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주위에서 걱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인 배우들은 자신의 장애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면서 꾸준히 연습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청각장애인들이 안무동작을 하면 몸을 만져가면서 하나하나 익혔고, 지체장애인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노래를 배웠고, 청각장애인들과 지적장애인들은 표정으로 자신들의 연기 순서임을 약속했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박미영(42·울산 남구)씨는 “장애인들의 노력이 공연을 만든 것이 아니라 희망을 만들었다”며 “비록 대사 전달이 분명하지 않고 안무가 어설프지만 그런 것은 이들의 노력에 비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연출과 무대 감독을 맡은 장창호 씨는 “비장애인들이 알지 못하는 장애인의 생활은 너무나 비장애인 같은 생활이며 단순히 불편한 것을 가지고 ‘너는 장애인, 너는 비장애인’이라고 나누는 그 자체가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단면적인 모습을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더욱 절실히 느낀 것은 편견이 또 다른 편견을 잉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 사회가 끊고, 장애인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그라미극장은 이번 공연에 앞서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장애인인식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연극 및 뮤지컬을 제작해 공연한 바 있다. 2007년 미운오리, 2008년 바위에 새긴 사랑, 2009년 투란도트 등의 작품을 올렸는데, 그동안은 비장애 배우들과 함께 했지만 이번에는 출연진 28명 전원을 장애인 배우들로 구성했다. 출연진 전원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뮤지컬 공연은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극 중 노래는 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의 모습. ⓒ박경태
에이블포토로 보기▲극 중 노래는 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의 모습. ⓒ박경태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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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태 기자 (pkt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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