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으론 피성년후견인, 담배소매업도 못해

by 베이비 posted Oct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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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최동익 의원은 22일 늦은 2시 국회의원회관 의원열람실에서 '피성년후견인 권리제한과 자격박탈 법령 정비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내년 7월 성년후견제 시행을 앞두고 특별법을 제정해 현재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의 자격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300여 개의 법률을 일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피성년후견인 권리제한과 자격박탈 법령 정비를 위한 토론회’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최동익 의원 주최로 22일 늦은 2시 국회의원회관 의원열람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의 용어를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으로 변경할 경우, 지금처럼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의 공법상의 권리, 공법 및 사법상의 각종 자격을 박탈 또는 제한하는 문제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결국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치매, 기타 장애로 말미암아 성년후견제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사회활동참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었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자격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UN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런 규정을 두지 않는다”라면서 “다만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이 직무 또는 직업활동을 지속함으로써 제삼자의 재산 또는 신체 및 생명에 위해를 가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개별 사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 교수는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정신질환으로 경찰공무원에게 후견인이 선임되더라도 휴직을 시키고 상태가 호전되면 복직시킨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사례라면 바로 자격이 상실되어 나중에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이에 피성년후견인 등의 자격제한 및 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후견인이 선임되었다는 이유로 자격 등을 제한하거나 차별대우를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피성년후견인 등의 사회활동참여를 촉진하고 복지를 증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강릉원주대 이영규 교수는 “성년후견제가 시행되더라도 개정민법 부칙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이 개시되거나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으면 최대 5년간 현행 무능력자제도가 그대로 효력을 가지게 된다”라면서 “이러한 부칙은 성년후견제의 이념이나 장애인인권협약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금치산자는 선거권이 없는 것은 물론 심지어 담배사업법을 보면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는 담배소매업조차 할 수 없다”라면서 “이처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고 앞으로 당분간 무능력자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발제자가 특별법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재경 활동가는 “법적으로 행위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직업 등에 도전하고 응시할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면서 “예를 들면 현행법에서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는 청소나 취사 같은 업무라도 긴급전화센터, 상담소, 보호시설에서 종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서 활동가는 “결국 직업선택의 기회 제한 및 사회활동참여 배제는 사회적으로 무능한 존재, 열등한 존재라는 낙인을 찍고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라면서 “성년후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공법과 사법상에서 각종 자격취득을 제한하는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관련 법률 삭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특별법에서 차별 금지 의무를 규정하는 것 등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조원희 변호사는 “차별금지의무는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특별법에서 차별금지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규정의 실익이 반감될 수 있다”라면서 “해당 자격이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차별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성년후견제는 지적·자폐성장애인, 치매 어르신, 정신장애인 등 정신적 능력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대한 일들을 위탁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현행 민법의 행위 능력 및 후견제도는 '금치산', '한정치산' 등 부정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본인의 의사와 장애 정도에 대한 고려 없이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하고, 보호의 대상을 재산적 법률행위로 제한해 복리에 대한 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기존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성년후견제로 확대·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발의돼 지난해 2월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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