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제 개선 권고 거부

by 베이비 posted Nov 19,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난 2010년 7월 12일 열린 삼성의 산재은폐 규탄 증언대회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참세상

고용노동부(장관 이채필, 아래 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산업재해보상보험제 개선 권고 중 입증책임 배분과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 등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6월 노동부 장관에게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질병’과 관련해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노동자와 공단에 배분하는 것을 포함하여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 권고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들이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산업재해보상급여를 받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

인권위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전통적 제조업에서 화학물질을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첨단 전자제조업 등으로의 확대라는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권고의 주요 내용은 △업무상 질병의 입증책임과 관련해, 주장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피해 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법령을 개정할 것 △2003년 이후 갱신되지 않는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추가·보완할 것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민간인으로 선임하는 등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을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신청서상의 사업주 날인 제도를 폐지할 것 등이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 및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전문성 강화 등에 대해서는 자체 계획에 따라 개선 중이며, 사업주 날인 제도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에 사업주 날인 없이도 급여신청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서식 변경 및 현장 교육 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부는 입증책임의 배분과 관련해서는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밝히기 어려운 질병에 대한 무분별한 보상 및 과도한 재정지출 우려 등의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피해근로자는 고도의 전문성 및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의학적 인과관계까지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피해근로자들이 쉽게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면서 “인권위는 질병의 업무 관련성에 대한 입증책임의 배분 등과 관련해,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 사실을 공표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15일 논평에서 “노동부는 ‘무분별한 보상 및 재정 지출 우려’ 등의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다”라면서 “이는 산재보험료를 내는 기업의 입장만을 전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과연 노동부가 누구를 위한 노동부인가를 대놓고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이미 선진외국에서는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보장성의 차이가 없어, 산재 입증책임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산재보험에 대한 엄격한 인정기준과 입증책임은 결국 사업주가 내야 할 산재보험료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시키는 것이며, 노동자와 그 가정의 생계 파탄으로 메우고 있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이미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쥐꼬리만한 산재보험료를 내고, 그나마 다시 되돌려받고 있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라면서 “노동부는 국가 인권위의 권고를 즉각 수용하고 제도개선에 신속히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Articles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