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탈시설장애인 16명, "우리 자립했어요~"

by 베이비 posted Dec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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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진행한 주거복지사업을 마무리하는 보고대회가 12일 늦은 2시 문화예술카페 별꼴에서 열렸다.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진행한 주거복지사업을 마무리하는 보고대회가 12일 늦은 2시 문화예술카페 별꼴에서 열렸다. 이번 사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서울시시설장애인자립생활지원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이날 보고대회에는 주거복지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중인 16명을 비롯해 현재 강원 양양, 충북 음성, 경기 김포 등의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 10여 명 등도 함께했다.

이날 보고대회 첫 순서로 주거복지사업 대상자들의 소감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음성 꽃동네에 13살에 입소했다가 18년 만에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박현(29세, 뇌병변장애 1급) 씨는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고 실수투성이였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던 시간이었다”라면서 “지금 시설에 계신 분들이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가평 꽃동네에서 생활하다가 나온 송용헌(61세, 척수장애 1급) 씨는 “시설에서 나온 2010년에 이음여행(시설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이 만나 자립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는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투쟁 동영상을 보고 ‘우리가 이렇게 나온 것이 그냥 된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앞서 투쟁한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라면서 “시설 안과 달리 밖에서는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하므로 시설에서 나오기 전에 여러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2년 동안 시설 생활을 하다 지난해 자립생활을 시작한 오지우(32, 뇌병변장애 1급) 씨는 “지난해 3월 시설에서 나온 뒤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해 내년 2월 졸업할 예정이며, 임대아파트도 당첨돼 이사를 앞두고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시설에서 나와 좋은 것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설에서 18년 동안 살다 자립한 전기영(32세, 뇌병변장애 1급) 씨는 “시설에서 나온 지 1년 반이 되었는데 그동안 바뀐 것은 활동이 많아지고 잠도 푹 자게 되었다는 것”이라면서 “시설에서 나온 것이 아직도 너무나 행복하고, 특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뿌듯하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주거복지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중인 당사자들이 차례차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어 서울시시설장애인자립생활지원네트워크 참여단체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집단적으로 시설에서 나와 이렇게 보고대회를 여는 것은 장애인운동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 의미가 크다”라면서 “또한 여러분은 서울시와 투쟁해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박 교장은 “아직도 시설에서 나오지 못한 수많은 장애인이 있기에, 이 자리가 여러분 뒤를 따라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오도록 결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면서 “모래알처럼 흩어지지 말고 앞으로 탈시설할 사람들을 위해 더욱 고생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여러분의 자립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살아가면서 겪을 모든 일이 여러분의 몫”이라면서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여러분을 기다리는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함께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주거복지사업 대상자들이 집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노들장애인야학 임영희 교사는 “막상 당사자와 함께 집을 계약하러 가면 집주인들이 당사자를 보고 나서는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허다해 당사자와 활동가 모두 많이 힘들었다”라면서 “이른바 산 좋고 물 좋은 시설에서 더 많은 장애인분이 지역사회로 나와야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미소 활동가는 “주거복지사업 1년 차에 열한 분, 2년 차에 다섯 분이 대상자로 선정돼 지역사회로 나왔으며, 주거복지사업 3년 차인 올해에는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인권교육 등을 진행했다”라면서 “특히 열여섯 분을 인터뷰해 만든 ‘나 자립했다’라는 책을 오늘 발간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이분들의 자립생활 이야기를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소 활동가는 “인터뷰를 보면 ‘시설에서는 직원이 통제했는데 지역사회에서는 활동보조 시간이 나를 통제하는 느낌이 든다’라는 내용이 있다”라면서 “앞으로 16분은 서울시체험홈에 입주해 자립생활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탈시설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선두에 서실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보고대회는 2부 순서로 주거복지사업 대상자들의 3년간의 활동을 담은 영상 상영과 꼬꼬뮨 밴드 등의 축하 공연 등이 진행되었으며, 참석자들이 새해소망 및 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써서 서로에게 알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3년간의 활동을 담은 영상을 보는 참가자들.

▲꼬꼬뮨 밴드의 문화 공연.

▲문화공연에 즐거워하는 참석자들.

▲이어지는 문화 공연.

▲새해 소망을 적는 사람들.

▲ "시설에서 나와서 빨리 많은 사람을 접하고 싶다"

▲새해 소망을 발표하는 모습.

▲탈시설장애인의 자립을 축하하는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장희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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