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된 19일, 중증장애인들도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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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된 19일, 중증장애인들도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장애인자립생활주택 평원재에 사는 중증장애인 6명은 이날 오전 11시 혜화동 제1투표소인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으로 향했다.
생활관 1층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는 이미 투표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한 바퀴 돌아서 있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투표소에 설치된 임시 경사로를 올라가 본인 확인을 거쳐 어렵지 않게 투표할 수 있었다. 근육강직과 손 떨림 등으로 혼자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은 활동보조인이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 보조를 하며 선거에 참여했다.
![]()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김명선 씨. |
김 씨는 “투표를 하니 국민의 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매우 좋다”라며 밝게 웃었다. 김 씨는 병원에서 지내다가 28세에 시설에 들어간 뒤 20년 동안 시설에서 지냈다.
김 씨는 “스무 살 넘어서는 병원에 있어서 투표하지 못했고 시설에서도 아예 투표하지 못했다”라며 “지난 총선 이후로 두 번째 투표”라고 전했다.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김 씨는 새로운 대통령이 될 후보에게 “국민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보장하고 장애등급제를 폐지해달라고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남옥 씨보다 두 달 늦게 시설에서 나온 김명선 씨(40세)도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자율적으로 투표한 건 지난 총선 이후로 두 번째다.
김 씨는 본인이 기억하지 못할 어린 시절에 시설로 들어가 작년 9월에 시설에서 나왔다. 시설에서는 시설장과 시설직원 등의 강요로 특정후보에게 투표해야만 했다.
김 씨는 “시설에서 나와 밖에서 자유롭게 투표하니 좋다”라며 “나 자신이 후보에 대해 좋고 나쁜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노력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전했다.
김 씨는 “그러나 (신체적 조건으로) 직접 투표하지 못하고 활동보조인의 보조를 받아야만 해서 아쉽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새롭게 대통령으로 당선될 후보에게 부양의무제 폐지를 실현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만약 내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복지를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특히 다 같은 사람인데 부모 있는 사람은 돈 안 주고 부모 없는 사람만 돈 주는 부양의무제는 차별이다.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김명학 씨(55세)는 “장애인이다 보니 복지 관련 공약과 진보적 성향의 사람인가를 고려해 투표했다”라며 “장애인과 소수자들에게 제도적으로 많은 복지가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김 씨는 “장애인이라고 거소투표를 하라고 하는데 나는 하지 않았다”라며 “내 한 표는 내가 직접 가서 행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투표하고 있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 근육강직과 손 떨림 등으로 혼자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은
활동보조인이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 보조를 하며 선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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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 이번 대선에도 투표소와 기표소에 장애인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아 이에 항의하는 상황이 여전히 발생했다.
낮 12시 50분경 석관동 제7투표소 석관래미안 아파트 관리동에 투표하러 간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2층에 있는 투표소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30여분가량을 기다려야만 했다.
박 소장은 “아파트 관리동이 2층 건물이었으나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라며 “장애인, 노약자 등 2층 투표소에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비해 1층에서 안내하는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 측 사람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 ▲석관동 제7투표소 석관래미안 아파트 관리동. 투표소가 2층에 마련되어 있었으나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박 소장은 “선관위 측 사람들이 내려와 전동휠체어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엔 계단의 높이와 폭이 좁아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에 항의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의 항의로 1층에 조립식 간이 기표소가 설치되었으나 박 소장이 투표하기까지의 과정에서도 선관위의 부실한 준비는 드러났다.
박 소장은 “명부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었음에도 선거인명부가 한 권밖에 없어 명부를 들고 내려올 수 없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선관위 사람들이 논의하는 데만도 30여 분이 지체됐다”라며 “결국 선관위 측에서 내려와 확인하면서 간이명부를 만들어와 서명하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박 소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선관위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투표 도장도 여분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또 한 번 지체됐다”라면서 “준비가 부실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박 소장은 “선관위의 방임”이라며 “어이가 없었다”라고 성토했다. 박 소장은 “선거공보물을 받았을 때 투표소가 2층이라고 되어 있어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겠구나 예상은 했었다”라면서 “그러나 선관위 또한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준비하지 않았으니 선관위는 이에 대해 알면서도 방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투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1층에 마련된 혜화동 제1투표소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엔 임시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투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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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의 보조를 받으며 투표를 마치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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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를 마친 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장애인자립생활주택 평원재에 사는 중증장애인들의 선거
인증샷. |
![]() ▲한편, 이번 대선에도 투표소와 기표소에 장애인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 속출했다. 석관동 제7투표소
석관래미안 아파트 관리동 1층에 설치된 간이 기표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2층 투표소에 올라가지 못한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이
투표를 위해 1층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