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화려한 잔치 뒤에서 노숙인들은 죽어간다"

by 베이비 posted Dec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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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21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동짓날을 맞아 진행하는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21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추모제는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타살,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를 철회하라!’, ‘허울뿐인 노숙인 복지지원제도 개선, 지역사회정착 지원하라!’를 기조로 6대 요구를 내걸었다.

6대 요구는 △서울역 노숙인퇴거 특수경비용역 폐지 △서울역 내 사회취약계층 지원 기구 설치 △구멍 난 지역 노숙인 의료지원, 차별적인 노숙인 의료보호 개선 △탈노숙 발목 잡는 일자리대책 개선 △거리노숙인 주거지원 현실화, 주거취약계층임대주택 개선 △거리노숙인에 대한 긴급복지지원 개선, 거리현장지원대책 강화 등이다.

이날 추모제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주영수 공동대표는 “하루에 한 명꼴로 노숙인들은 거리와 병상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3배나 높다”라면서 “하지만 추위, 배고픔, 외로움 속에 죽는 노숙인들은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 공동대표는 “서울시와 새 정부를 상대로 노숙인의 수급권과 의료보장 등을 확대하도록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해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토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쓸쓸하게 죽어간 노숙인들의 명복을 빈다”라고 추모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홈리스대책위원회 이석병 사무국장은 “누가복음 16장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당시 지도층인 바리새인들 앞에서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를 들었다”라면서 “거지 나사로가 자기 집 대문 앞에서 죽어가고 있음에도 부자는 자기만의 화려한 잔치에 빠져 지내다가 사후에 부자는 천국에 있는 거지 나사로가 보이는 지옥에서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라고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우리 시대에도 부유층과 정치인들은 자기들만의 화려한 잔치에 빠져 날마다 거리에서 가장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 무관심 속에서 꺼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라면서 “국민 중에 가장 정점에 있는 노숙인의 가슴까지 복지가 와 닿아야만 제대로 된 복지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가 경비용역까지 써가며 노숙인 출입을 막는 서울역을 규탄하고 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는 “지난해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직원이나 공익근무요원들이 밤에만 역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지금은 경비용역들이 낮에도 출입을 막고 있다”라면서 “경비용역에 드는 비용이 올해에만 2억8천만 원이라는데 내가 낸 세금이 차별을 유발하는 것에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김 책임감사는 “경비용역을 써가며 역사 출입을 막아도 노숙인들은 서울역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므로 이곳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라면서 “우리는 강제퇴거 조치가 철회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 집에서 쫓겨난 철거민, 대형 마트에 몰락한 중소상인 등이 노숙인이 된다는 점에서 노숙은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면서 "하지만 근본적인 사회적 해결 방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더구나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우리 사회가 노숙인을 시민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라면서 "만약 우리가 여기에 항의하지 않는다면 결국 권력은 필요에 따라 노숙인이 아닌 사람들도 시민과 비시민을 나누고 배제와 분리를 일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오늘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이 123일째인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효 사상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부양의무제 폐지는 어렵다고 한다”라면서 “그러나 우리가 만난 시민은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국민의 눈높이는 누구의 눈높이냐?”라고 질타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우리가 아무리 권리라도 말해도 그들은 시혜로만 생각할 뿐”이라면서 “결국 우리가 권리를 누릴 방법은 투쟁으로 권리를 쟁취하는 것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광장에서 출발해 지하도를 거쳐 역사 안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이날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2012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51명의 홈리스 당사자가 투표로 뽑은 ‘2012 홈리스인권 10대 뉴스’를 비롯해 ‘홈리스 생애사’, ‘서울역 사진전’, ‘서울역 퇴거조치, 홈리스의 삶을 할퀴다’ 등을 주제로 한 전시물을 이날 서울역 광장에 전시했다.

올해 홈리스인권 10대 뉴스는 △올해도 발생한 노숙인 객사 △노숙인 카페, 주민 반발로 또 무산 △노숙인 동사 등 응급상황 긴급지원 의무화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1년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 제정 △서울역 노숙인 집단 전입신고 △노숙인은 증가, 시설 입소는 평균에 못 미쳐 △서울시, 주거불안정 계층에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천명 △인권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입장표명 하지 않기로 △노숙인을 표적으로 한 범죄들 등이 뽑혔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의 영정.

▲노숙인 인문학 성프란시스대학 풍물패 두드림의 추모공연.

▲전형권 무용가의 추모공연.

▲서울역 광장에 전시한 '홈리스 생애사'를 읽는 시민.

▲투쟁으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영정을 들고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

▲행진 대오가 지하도 입구로 향하고 있다.

▲구 서울역사 앞을 지나는 모습.

▲서울역 지하도를 행진하는 모습.

▲참가자들은 서울역 안에서 이날 추모제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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