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장애여성이여, 독립생활인이 되자

by 베이비 posted Jan 0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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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이 펴낸 ‘장애여성 독립생활 가이드북: 나의 독립찾기’ ⓒ장애여성공감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그러나 대개 욕망을 욕망으로 그친다. 현실과 욕망 사이에는 깊은 낭떠러지가 있는 것 마냥 현실은 결국 욕망에 닿지 못하고 좌절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또한 그러하다. 자립생활운동이 한국에 들어온 지 15년, 많은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혹은 자립생활을 원하지만 그보다 두려움이 더 크다. 중증장애인 대부분이 시설이나 집에서 거의 갇혀 지내듯 사는 삶을 고려하면 장애인에게 있어 자립생활이란 커다란 도전이다. 특히 장애여성이 헤쳐나가야 할 장벽은 장애남성의 그것보다 더 가혹하다.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아래 숨 센터)은 이러한 장애여성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환경을 고려해 ‘장애여성 독립생활 가이드북 : 나의 독립찾기’를 펴냈다.

숨 센터는 “제도적 기반과 자원이나 정보가 취약한 장애여성에게 독립은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하고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고 수행하기 힘든 과제”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적 지원과 준비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책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나의 독립찾기'는 장애·여성·독립과 관련된 주제로 여러 차례 진행한 집중 세미나를 통해 책의 전체 내용에 대한 기획과 구성을 했다. 또한 주요 내용은 독립한 지 오래된 장애여성 자문위원들의 감수를 받기도 했다. 또 주요 내용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제작, DVD에 수록해 책과 함께 배포해 내용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였다.

이 책은 △독립을 시작하고 준비하는 단계, 돈과 주거 △활동보조 등을 비롯해 독립에 필요한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연습하며 준비하는 단계 △나아가 용기 내어 독립을 시도해보는 단계로 나뉘어 구성됐다.

그리고 책의 각 장 주제와 내용에 따라 독립한 선배 장애여성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생활의 팁 ‘언니들의 노하우’를 곳곳에 배치해 소소한 일상에 생활의 지혜가 필요한 부분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또한, 마지막 장에는 이미 독립해 사는 ‘언니’들의 인터뷰를 실어 장애여성으로서 현재 독립생활에서 겪는 고민을 담아 책의 재미와 생생함을 더했다.


독립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가족들과 30년을 살다가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해서 독립이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시설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자유를 찾아서 독립을 결심하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이의 양육에 집중하다가 ‘나의 삶’을 찾겠다며 독립을 고민하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사별하게 되어서 낯선 독립을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16쪽)

이토록 독립의 형태도, 독립하게 되는 상황과 시점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책은 먼저 ‘나는 왜 독립을 원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독립을 한다면 어떠한 것을 하고 싶은지 묻고, 독립 후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실현할 목표와 꿈에 대해 묻는다. 그리하여 독립해 살았을 때 내가 발 딛고 있는 지금-여기의 현실에서 미래의 꿈을 향해 어떻게 차근차근 징검다리 놓듯 꿈을 실현해나갈 수 있을지 1년 후, 2년 후, 3년 후에 행할 구체적 실천에 대해 묻는다.

독립은 이렇듯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또한 '새로운 관계 맺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등하면서도 주체적인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독립의 과정별로 겪게 되는 관계(가족 또는 시설 직원들과의 관계, 공공기관 직원 등 공적 관계, 룸메이트와의 관계 등)에 대해 설명하며 각 과정에서 어떠한 갈등을 겪게 되고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방안을 제시한다.

▲‘장애여성 독립생활 가이드북: 나의 독립찾기’ 중 활동보조서비스 이용 안내 부분


독립, 필요한 것들 : 돈, 주거, 활동보조, 안전, 일상생활

독립하기로 결심했다면, 이제 독립에 필요한 구체적인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돈

독립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돈’이다. 특히 장애인은 일터에 나가 노동을 하면서 고정적 수입을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장애인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노동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대개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소득보장제도인 장애인연금과 장애인을 비롯해 경제 활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고정적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두 제도만으로는 충분한 소득 보장이 어렵다. 따라서 넉넉지 않은 금액 내에서 스스로 금전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주체적으로 금전관리를 해본 경험이 드물어 이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책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활동보조인이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때의 원칙 △도전하고 싶은 금전관리 기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 △저축계획 세우기 등 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원칙들을 항목별로 제시하고 직접 작성해보는 페이지를 마련했다. 또한 소득보장제도나 금전관리에 대해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하고 있다.


△주거

그럼 이제 집은 어떻게 구할 것인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경우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집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집에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집까지 가는 길에 경사로가 너무 심하거나 턱이 많다면 접근이 어렵다. 특히 장애여성은 안전 문제에 취약하므로 너무 외진 동네나 으슥한 골목에 있는 집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책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주거모델 구하기(공동체형, 체험홈과 같은 제도활용형, 나홀로형 등)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는 과정에 대해 안내한다. 그리고 집을 구한 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휠체어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주택개조를 하면 좋은지, 보조공학센터를 통해 샤워용 휠체어나 경사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조기구를 어떻게 대여해 적절한 삶을 꾸려나갈지 설명해준다.

△활동보조

장애인의 자립생활에서 돈과 주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활동보조이다.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2007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현재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이용자들에게 현재 생활에 필요한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원되지 못하고 있어 활동보조제도를 처음 접하는 장애인 대부분은 초기에 자신에게 한 달 동안 지급된 활동보조 시간을 적절히 나눠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장애인 이용자는 자신이 복지부에서 받는 활동보조시간이 얼마인지, 또한 해당 시와 구에서 받는 시간은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해 한 달 동안 사용할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활동보조바우처가 시간이 아닌 ‘급여량’을 기준으로 제공돼 이용에 더욱 혼란을 빚고 있다. 따라서 책에서는 이러한 활동보조 체계와 결제시스템을 비롯해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주요 원칙들을 제시해 활동보조서비스를 어떻게 주체적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활동보조인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상호지지적 관계 맺기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알려준다.

△안전

장애여성은 위급상황을 예감하더라도 재빨리 피하거나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불안감은 독립을 더욱 주저하게 한다. 따라서 위험상황에 대한 예방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나만의 안전 점검을 위한 체크리스트 만드는 방법’과 함께 △방범창 설치 여부 확인하기 △집의 위치나 주변 분위기 확인하기 △문 잠금장치(도어락) 비밀번호 변경하기 △혼자 사는 상황 노출하지 않기 등 외부 침입에 대비한 안전망을 안내한다.

또한 119에 미리 장애특성이나 평소 가진 질병, 나이, 주소 등 개인 특성을 미리 등록하면 응급상황 발생 시 연락했을 때 119에서 신속하게 응급처치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119 안심콜 시스템도 설명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119 안심콜 시스템 u119.nema.go.kr 070-4010-1984)

△일상생활

독립생활에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보고 건강을 챙기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의료기관, 의료인 사이에서 장애여성의 건강권 지키기는 더욱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이익을 중시하는 일반 병원보다 지역주민과 조합원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소개하며 장애친화적이고 여성친화적인 의료생협을 안내한다.

_ 함께걸음의료생협 02-937-5368 www.healthcoop.or.kr

_ 살림의료생협 02-6014-9949 www.salimhealthcoop.or.kr

_ 혜화 독립진료소(격주 일요일에 장애인 대상 무료 한방 진료) 02-766-9101~2

그러나 이 책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정책이나 정보가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는 것과 성인 지체·뇌병변 장애여성을 중심으로 제작되어 지역이나 장애유형에 대한 경험의 차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숨 센터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자 최대한 장애유형과 관계없이 독립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폭넓게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책은 오는 31일까지 전화나 전송, 전자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배송료(4,000원)만 내면 선착순에 한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개인은 한 권, 단체는 1권~2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책은 서울시 여성발전기금으로 제작되었다.

㉾ 신청기간 : 2013년 1월 2일 ~ 1월 31일

㉾ 신청 방법 : 전화나 전자우편, 전송으로 신청 접수(선착순에 한해 무료배포. 단 배송료는 선입금)

- 배송료 : 4,000원
- 배송료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5-101-837442, 예금주 장애여성공감
- 배송 권 수 : 개인 1권, 단체 1~2권

㉾ 문의 : 장애여성공감(전화 02-441-2384, 전송 02-441-2328, 전자우편 wdc2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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