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장애인이 가족같아서 장애수당을 가로챘다?

by 딩거 posted Jun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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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챙긴 돈만 1억 3천여만 원…사용 용도 불명확 돈은 3억 넘어
손과 발 묶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 제공
2010.06.22 18:37 입력 | 2010.06.28 21:57 수정

 

장애인의 장애수당 등을 가로채고, 감금 등의 가혹행위를 한 시설장에 대해 검찰 고발과 함께 시설 폐쇄 등 행정조치 권고가 내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을 움직일 수 없도록 묶거나 출입문에 비밀키를 설치하여 외부출입을 막는 등 장애인을 감금하고, 장애수당 1억1300만원 등 총 3억2400만원을 가로챈 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 비인가 장애인시설장 최모씨(58)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인천광역시장과 계양구청장에게 시설에 대한 폐쇄조치 등 행정조치 권고를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인권위의 조치는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이 시행된 이래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차법 제 32조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폭력 및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다. 장차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인권위가 비인가시설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총 4억 3천 7백여만원 가로채, 양도소득세, 자녀교육비 등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밝혀져

 

인권위 조사결과 최 씨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수급비와 장애수당 등을 합친 1억 1천 3백 만원을 자녀교육비 등 사적용도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회계증빙자료가 없거나 사용용도가 불분명한 금액도 3억2400만 원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 배대섭 장애차별조사과장은 “시설장은 ‘가족같아서 내가 관리한 것’이라고 했지만 수급비는 당사자가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의사소통이 힘들거나 개인적으로 관리하기 힘든 경우는 당사자나 가족에게 허락을 맡고 통장을 보관했어야 하는데 대부분 장애수당이 자신에게 지급되는지조차 모르는 장애인이 태반이었다”라고 발표했다.

 

배 조사과장은 “장차법이 시행된 2008년 4월까지 소급해 장부를 조사했는데 아마 시설이 세워진 2001년부터 횡령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금전착취에는 가족도 가세했다. 배우자가 팀장에, 자녀 둘이 직원으로 시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번호 키 설치해 장애인 이동막고, 손 허리 묶어, 유통기한 지난 음식 제공

 

 

횡령뿐만 아니라 장애생활인의 거주·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학대행위도 있었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최 씨는 총 4층 규모의 장애인 시설 중 1층과 2층 사이에 출입문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시설생활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며 여러 번 퇴소를 요청했음에도 퇴소시키지 않다가 지적장애유형신고시설 절차를 밟으면서 지체장애인들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지난 2월에야 퇴소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의사소통과 행동조절이 안 되는 일부 지적장애인의 경우 손과 허리를 천으로 묶은 사실도 확인됐다. 배 조사과장은 "기저귀를 교체한다는 이유로 평소에 장애인을 묶어 놨다는 부분을 확인했다“며 “장애인은 죄인이 아니다” 라고 지적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제공했다는 부분도 인정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최 씨는 자신의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제공했으며,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 등 음식재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최경숙 위원장은 “시설장은 인권침해가 아니라 보호차원에서 묶거나 비밀키 문을 설치했다고 주장하나 정신과 전문의 지시 없이 임의로 묶어놓는 행위 등은 장차법 제 32조의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시설비리 사건과 관련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 박길연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23일 인천광역시청 장애인복지과장과 면담했다"라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시 측은 문제가 된 시설을 폐쇄하고 연고자는 가족에게, 무연고 생활인들은 계양구 소재의 다른 법인 시설로 보내겠다고 해 이에 대해 반대했다"라고 설명하고 "결국 인천시와 계양구청 담당자, 인천장차연 활동가가 함께 해당 시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모든 생활인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개별 상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개별 상담 이후 시설생활인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설비리 사건은 급여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해당 시설 노동자가 인천장차연 박 공동대표에게 시설상황을 알리며 시작됐다. 이후 인천장차연 측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생활인과의 면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지난 3월 17일 인권위에 진정한 바 있다. 지난 4월 30일 지적장애인시설로 변경한 해당 시설에는 현재 29명의 지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의 비리는 시설에서 나온 생활인이 인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신모씨에게 시설 상황을 알리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지난 3월 17일 신모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으며 이에 인권위가 진정사건에 대해 검찰 고발과 시설폐쇄 권고를 내린 것이다. 현재 이 시설은 지난 4월 30일 지적장애인시설로 변경 신청해 29명의 지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진 기자 luddite420@beminor.com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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