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장애등록 3개는 안돼…서러운 중복 장애인

by 이리스 posted Jul 21,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복지부, '3가지 장애 있다면 2가지만 선택해서 등록'
서비스도 제공안해…행정편의주의 때문에 피해 극심
3개 이상의 장애등록을 거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2개의 장애가 동시에 표기돼 있는 복지카드. ⓒ복지부
에이블포토로 보기▲3개 이상의 장애등록을 거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2개의 장애가 동시에 표기돼 있는 복지카드. ⓒ복지부
대구시에 거주하는 김지선(48·가명) 씨는 얼마 전 병원으로부터 시각장애 6급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견인성망막박리' 증상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은 물론, 나머지 한 쪽 시력도 많이 나빠진 상태다. 책과 텔레비전도 보기 힘든 김 씨. 시력에 도움이 될 보조기기를 지원받고자 주민센터에 문의했지만 직원으로부터 "장애등록 서류에 시각장애를 올릴 공간이 없어 등록이 곤란하다"는 답변만 전해들었다. 이미 김 씨가 호흡기장애 1급과 지체장애 5급의 중복장애로 등록돼 있어 더 이상의 장애 등록은 힘들다는 답변이었다.

장애 등록은 오직 두 가지만, 장애 하나는 포기하라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여러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게 참 서글프단 생각이 듭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 안경이나 독서확대경을 사는 것도 큰 부담인 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저곳 전화해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장애는 두 가지만 등록할 수 있다. 시각장애에 관한 보장을 받고 싶으면 기존 지체장애 등록을 포기하라'는 말 뿐이었다. 호흡기 장애로 가정산소치료서비스를 받으며, 고관절 인공다리수술로 전동휠체어를 지원받고 있는 그였다. 김 씨는 "휠체어가 없으면 다닐 수가 없다. 지체장애를 포기하면 휠체어를 지원받을 수 없는데 어떡하느냐"고 토로했다.

결국 김 씨는 지체장애를 선택하고 시각장애 등록을 포기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됐다. 김 씨는 '시각장애'가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아닌 것이다.

2010년 장애인복지사업안내에 나와 있는 '장애인 등록 및 서비스 신청서'. 장애유형에는 '장애명' 하나와 '중복장애명' 하나를 쓸 수 있는 공간(빨간 테두리 부분)만이 있다. ⓒ보건복지부
에이블포토로 보기▲2010년 장애인복지사업안내에 나와 있는 '장애인 등록 및 서비스 신청서'. 장애유형에는 '장애명' 하나와 '중복장애명' 하나를 쓸 수 있는 공간(빨간 테두리 부분)만이 있다. ⓒ보건복지부

결국, 장애등급 상향 조정 막기 위한 조치인가?

김 씨 관할 지역의 장애등급심사를 맡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지사 관계자는 "장애등급이란 게 여러 장애를 다 가진걸 중복합산하게 되면, 등급이 상향 조정 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규정상에 주 장애와 부 장애 두 가지로만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같이 장애 등록을 두 가지로 제한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퍼센트로 매기는 장애등급 심사를 장애 유형별로, 등급별로 똑같은 잣대를 긋고 합산한다면 그 과정에서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1급 장애인과 6급이 6개 있는 장애인의 불편함은 1급 장애인이 더 중한데 같게 볼 순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즉, 중복장애 합산을 통해 장애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잡기 어렵다는 것.

이어 이 관계자는 "장애진단서는 다 받아서 장애등급을 기록상 등록해두고 상황에 따라 (부 장애 등록을) 바꿔가면서 유동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방법밖엔 없다"며 중복장애에 따른 서비스가 동시에 필요한 장애인은 불편을 감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현재 김 씨의 시각장애 등급 이력은 주민센터에 기록으로만 남겨 있다. 관절 운동을 위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역 내 재활운동시설을 찾는 김 씨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사실 많은 부분이 걱정되지만, 다리 운동을 위해선 위험을 감수하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