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쪽방촌 김 씨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by 로뎀나무 posted Apr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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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420투쟁 기간을 맞아 소수자의 문제를 들어보는 강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투쟁이야기'를 진행한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해 천막농성 중인 장소에서 매회 늦은 4시 20분 시작하는 이번 강좌를 연재한다.

 

- 장애등급제 이야기(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 3월 27일)
- 우리집이 철거되던 날(인태순 전국철거민연합 연대사업국장 / 3월 29일)
- 끝나지 않은 용산이야기(이충연 용산4구역 철대위 위원장 / 4월 4일)
- 내가 만난 노숙인 이야기(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 / 4월 9일)
- 동자동의 아픈 사람들(조승화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 4월 17일)
- 차별금지법과 반차별이야기(타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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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420투쟁 기간을 맞아 광화문역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에서 진행 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투쟁 이야기' 다섯 번째 시간에는 동자동사랑방 조승화 활동가가 이야기꾼으로 나와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실태를 들려줬다. 

 

우리 사회에서 ‘최후의 거주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주거 빈곤화의 가장 아래 단계가 거리 노숙이라면, 거리 노숙 바로 직전의 쪽방을 비롯한 고시원, 피시방, 찜질방 같은 공간이 바로 그곳에 해당한다. 거리 노숙과 주거의 경계에 있는 그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들고 나기를 반복한다.

 

특히 쪽방은 고시원, 피시방, 찜질방과 달리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동네를 이루고 사는 공간이기에, ‘최후의 주거지’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420투쟁 기간을 맞아 광화문역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에서 진행 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투쟁 이야기’ 다섯 번째 시간에는 동자동사랑방 조승화 활동가가 이야기꾼으로 나와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실태를 들려줬다.

 

“가난한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쪽방을 선택한다”

 

조 활동가는 “쪽방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없다”라고 소개하고 “일반적으로는 1.5평 정도로 성인 남성 한 명이 누우면 가득 차는 크기의 방으로, 월세는 15~20만 원 정도에 화장실과 세면장은 공동으로 사용하며, 주방도 따로 없어 방 안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곳을 쪽방이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쪽방은 주로 역세권이나 중심가 주변 골목 등지에 모여 있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쪽방 밀집 지역으로는 서울역 맞은편 남대문, 동자동 쪽방촌, 종로 창신동, 영등포역 주변 쪽방촌 등이 있다.

 

조 활동가는 “쪽방에서는 화장실과 세면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문이 없는 곳도 허다하고, 온수도 세수만 겨우 가능할 정도로 나오기에 그곳에서 샤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면서 “그래서 쪽방 주민은 샤워를 하지 못하는 것을 가장 불편해한다”라고 전했다.

 

조 활동가는 “또한 공동화장실을 사용해 냄새가 심하고, 밥도 방 안에서 해결해야 하니 밥을 해먹기가 힘들다”라면서 “난방은 90% 정도가 들어오는데 값이 싼 심야 전기를 이용하다 보니 그 시간대에만 난방이 들어온다”라고 덧붙였다.

 

조 활동가는 “따라서 쪽방 생활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쪽방은 도시에서 보증금 없이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거 공간이기에 가난한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쪽방을 선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쪽방에서는 누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이어 조 활동가는 영진전문대 사회복지학과 이경희 교수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쪽방촌 거주자 1217명을 일대일로 심층조사해 지난 2011년 발표한 ‘전국 쪽방 거주인들의 생활실태 미 법적지원 실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의 87.3%는 남성이고 12.7%는 여성이다. 주민의 평균 연령은 55.21세로 50대가 가장 많다. 쪽방의 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1인 가구가 93.4%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 활동가는 “쪽방에 사는 여성이 적은 이유는 안전 문제 등으로 쪽방보다는 고시원 또는 시설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여성의 빈곤 문제는 더 숨겨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활동가는 “1인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들은 2인 가구인데 부부이거나 동거인과 함께 사는 경우”라면서 “쪽방의 크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쪽방촌에는 아이들이 없으며 대부분 가족 해체가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쪽방촌 주민은 어떤 수입으로 살아갈까? 이 교수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7.8%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단순 노무, 자활근로 등 저임금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쪽방 주민의 76%의 월 평균 수입은 50만 원 미만에 불과했다.

 

조 활동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32.2%도 원래 수급자이어야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수급을 받아도 올해 기준으로 월 최대 현금급여액이 약 47만 원에 불과해 방세 20~25만 원을 내고 나면 저축이나 사회활동 등에 사용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조 활동가는 “따라서 외출하기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기도 부담스러운 수급 금액으로는 의식주 해결 이상은 불가능하기에 ‘내일’, ‘희망’, ‘꿈’과 같은 단어에 대해 쪽방촌 주민은 ‘없다’라고 답한다”라면서 “수급비 혹은 그에 준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쪽방 주민 대부분은 이런 형편에 놓여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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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동자동 사랑방'.

 

죽음에 대한 거리감이 없는 쪽방촌 사람들 


이어 조 활동가는 지난해 동자동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대해 동자동 쪽방촌 주민의 37.1%가 ‘매우 나쁘다’, 31.3%가 ‘다소 나쁘다’라고 답했다. 2010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9.1%가 ‘매우 나쁘다’, 14.7%가 ‘다소 나쁘다’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상태가 훨씬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주요 만성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활동가는 “고혈압, 관절염, 치과 질환, 당뇨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 등 7가지 이상 질병이 있는 경우도 허다하며, 쪽방촌 주민 중에서 장애인 비율은 30~40% 정도”라면서 “또한 노숙하면 치아가 다 망가지게 되는데 쪽방 주민은 노숙 경험이 많아 40대부터 틀니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무료급식 또는 하루 한 끼 식사 등으로 영양상태도 극히 불량하다”라고 설명했다.

 

조 활동가는 “그러나 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돈이 없으므로 병원은 죽을 때야 가는 곳”이라면서 “지난해 수급에서 탈락한 뒤 거제시청 화단에서 할머니가 음독자살한 사건으로 주민에게 서명을 부탁했을 때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라고 적은 형이 있었는데, 그 형도 그 글귀를 적은 지 한 달 후 병원에 입원했고 2주 후 폐결핵으로 돌아가셨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조 활동가는 “쪽방촌에서는 노인 돌보미가 찾아와 문을 열었더니 노인이 방 안에서 피를 토하고 죽어 있는 식의 ‘고독사’는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기에 주민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라면서 “또한 건강권 실태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1.5%가 그렇다고 답하고 21.9%가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할 만큼, 쪽방촌 주민에게 ‘죽음’은 자신과 너무 가까이에 있어 거리감조차 잘 느끼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조 활동가는 “이에 동자동 쪽방촌에서는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지역 건강권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 건강권 팀을 꾸리고 활동을 시작했다”라면서 “앞으로 지역의 건강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하고 지역의 의료안전망 구축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어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가 ‘다른 쪽방촌도 있는데 그곳 사람들이 동자동 쪽방촌을 선택해 사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 활동가들은 “주민이 쪽방촌끼리 비교해 살 지역을 선택하지는 않는 것 같으나 쪽방촌 중에는 텃세가 강한 곳도 있다”라면서 “그보다는 이웃과 소통하면서 방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 사람은 쪽방을 선택하고,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은 사람은 고시원을 선택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조 활동가는 “현재 정부에서는 쪽방촌 주민이 거리에 나올 상황인 것 같으면 몇 달 치 방세를 주는 식의 지원밖에 없고, 최근에야 대구에서 체험홈과 비슷하게 6개월 동안 임시주거지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라면서 “따라서 장애인운동에서 탈시설-자립생활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앞으로 더 알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19일 늦은 4시 20분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타리 활동가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여섯 번째 이야기꾼으로 나와 ‘차별금지법과 반차별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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