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10대뉴스]② 장애인도, 사회복지사도 죽음 잇따라

by 로뎀나무 posted Jan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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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1 19:52 입력

비마이너는 올해 장애인계의 많은 뉴스 중 열 가지 소식을 선정했습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광화문역 농성이 500일을 향해 가는 올해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했으나 수많은 복지 공약의 파기로 비판이 이어진 한해였습니다. 올해 10대 뉴스를 두 차례에 나눠 싣습니다. 새해에는 더 알찬 내용으로 독자들과 함께하겠습니다. _ 편집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공동행동 농성 500일, 어떻게 흘러왔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뻥뻥뻥’ 공약 파기
△격렬했던 지자체 투쟁, 그러나 합의 후 ‘말 뒤집는’ 지자체들
△발달장애인법, 올해도 국회 통과 못 해
△진보적 장애인운동, 다양한 사회연대 활동 이어가
△올해도 끊이지 않은 장애인들의 소리 없는 죽음
△‘수화도 언어다’ 수화언어권공대위 법안 발의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모두의 권리를 위해, 활보노조 출범
△27년 만에, 부산 형제복지원 대책위 출범
△사회복지사들의 잇따른 죽음, 그들의 복지는 어디에?


△올해도 끊이지 않은 장애인들의 소리 없는 죽음

 

올해도 장애인들의 사망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식이 더욱 참담했던 것은 언론에 보도된 그 죽음의 모습이 처참했기 때문이다.

 

1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홀로 살던 하반신 마비 50대 중증장애남성이 숨진 지 보름여 만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 왼쪽 다리 일부가 물어뜯긴 흔적이 발견됐는데, 발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굶주린 반려견에 의해 시신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추정됐다.

 

3월, 평소 우울증을 앓던 ㄱ씨는 춘천의 자기 집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엔 “경찰관, 소방관님께서 저의 죽음을 세상에 알려주시길 원한다”라면서 “나는 쌀 한 포대가 아닌 자립을 원했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같은 달, 신병을 비관한 뇌병변장애 2급 ㄴ씨가 광주 우산동 극락교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월, 전북 익산에선 원주 귀래 사랑의 집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 부속 ㅇ보육원 원장 김아무개 씨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을 학대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6살 난 장애아동이 대변에 몸에 가득 찬 채 장이 막히고 피부가 뼈에 달라붙어 있을 정도의 극심한 기아 상태로 숨졌다.

 

7월, 장애등급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것에 항의하던 장애인 박진영 씨가 주민센터에서 흉기로 자신의 가슴 부위를 찔러 사망했다. 간질장애 4급으로 수급비를 받아 생활하던 박 씨는 등급 외 판정을 받음으로써 수급권에 탈락할 것을 비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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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장애 의무 재판정 문제로 자결한 고 박진영 씨의 죽음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 모습.

 

11월, 17살 발달장애아들을 둔 40대 아버지가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고 유서 작성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가기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2월 10일, 광주에서 아파트에 홀로 있다 일어난 화재를 피하지 못한 중증장애인 ㄷ씨가 숨졌다. 같은 달 17일, 경남 의령군에서도 전기장판 과열로 발생한 화재에 장애인 강아무개 씨가 숨졌다. 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별다른 난방 기구 없이 전기장판만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9일엔 대구에서 80대 노모와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해온 50대 중증장애인이 노모가 없는 사이, 휴대용 가스레인지 폭발로 불이 난 아파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의 안타까움 죽음도 이어졌다.

 

지난 4월 16일,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며 장애인운동에 매진했던 지영 활동가(지체장애 1급, 44세)가 패혈증으로 숨졌다.

 

9월 5일엔 장기 손상으로 뇌사 상태에 있던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성배 대표(지체장애 1급, 43세)가 세상을 떴다.

 

장애인운동 등 각 현장 투쟁에 참가해온 김준혁 활동가(언어 및 지적 장애, 33세)도 패혈증 쇼크 등의 증세로 지난 11월 25일 새벽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활동가는 24일 자정께 맹장파열 복막염으로 심한 통증이 있어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을지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25일 새벽 3시간 정도 수술 후 새벽 4시경 패혈증 쇼크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족이 없어 사망 후 빈소는 차리지 않고 친척들이 27일 벽제 화장터 함에 유골을 뿌렸다.

 

김 활동가의 죽음은 사망 후 5일이 지난 후에 주변 활동가들에게 알려져 사람들을 더욱 충격과 비탄에 빠뜨렸다.

 

[관련 기사]

- “외롭게 죽어가는 사람 없는 세상 만들자”
- 대구 중증장애인 가스 폭발로 숨져
- “죽음의 장애등급 재판정, 대책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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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언어 권리 확보를 위한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안’이 11월 26일 입법 발의됐다.

 

△‘수화도 언어다’ 수화언어권공대위 법안 발의

 

수화언어 권리 확보를 위한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안’이 11월 26일 입법 발의됐다.

 

농아인들은 수화를 모국어로 사용함에도 하나의 독자적 언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서 수화언어기본법안에는 수화를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언어임을 밝히고 수화를 사용하는 농아인의 삶이 차별받지 않고 수화로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법안에 담았다.

 

이는 청인 중심 사회에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여’ 의사소통으로부터 배제되어 살아왔던 농인들이 자신들의 언어인 수화를 국어와 동등한 위치의 언어로 인정하라고 요구함과 동시에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치료되어야 하는 의학적 대상이 아니라 단지 청인들과 다른, 농인들만의 독특한 농문화를 형성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한국수어법제정추진연대에서도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의 대표 발의로 ‘한국수어법안’을 10월 22일 제출했다.

 

[관련 기사]

-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 입법 발의
- 수화언어기본법,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나?
- ‘언어로서의 수화’인 ‘한국수어’ 법안 발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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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활동보조인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모두의 권리를 위해, 활보노조 출범

 

활동보조서비스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고 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로 장애인과 노동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자 3월 2일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을 출범했다. 활보노조는 2009년 활동보조인권리찾기모임을 시작으로 2011년 조직을 확대하고 전국적인 망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진 활동보조인연대를 토대로 구성됐다.

 

장애인자립생활을 위해 2007년부터 제도화된 활동보조서비스는 그동안 중증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요구는 거셌지만, 중증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보조인의 목소리는 거의 힘이 실리지 않았다.

 

활보노조 출범을 통해 활동보조인의 권리가 이용자인 중증장애인의 권리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즉, 활동보조인이 안정된 일자리에서 생활임금을 받으며 노동권을 보장받을 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용자는 필요한 시간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받아야만 권리를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활보노조는 활동보조인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진짜 사장 복지부가 활동보조인을 직접 고용하고, 제대로 된 제도를 위한 책임을 다할 것 △바우처를 통한 임금지급 방식을 폐지하고 월급제를 실시할 것 △활동보조인에게는 생활임금을, 장애인에게는 생활시간을 보장할 것 △장애등급에 따른 서비스 이용 제한과 본인부담금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기사]

- “활동보조인의 권리는 활동보조인의 힘으로!”
- “활동보조인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달라”
-
“활동보조, 자기결정권 넘어 ‘관계’ 문제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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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앞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집단 진정하는 기자회견

 

△26년 만에 부산 형제복지원대책위 출범

 

26년의 침묵을 깨고 부산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아래 형제복지원대책위)가 11월 22일 공식 출범했다.

 

형제복지원은 3500여 명의 원생이 수용됐던 전국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12년간 공식 기록만으로도 513명이 사망한 곳이다. 사망자들은 암매장되거나 병원에 가족 동의 없이 해부용 시신으로 팔려나갔다. 사망 외에도 수용 당시 원생들을 대상으로 폭력과 성폭행, 감금, 노동 착취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1987년 울산지검 김용원 검사에 의해 형제복지원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고 수사가 진행됐으나, 당시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은 횡령만이 인정되어 최종적으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마무리된 바 있다.

 

이후 1987년 민주화 열풍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은 잊혔다. 그 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가 국회 앞 1인 시위 중 우연히 만난 전규찬 교수와 함께 지난해 형제복지원 이야기를 담은 책 ‘살아남은 아이’를 출간하면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형제복지원대책위는 2013년 1월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해결 모색을 위한 준비 모임을 시작하고 지난 3월 22일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규명 및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20명을 만나 증언을 채집한 뒤 10월 10일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형제복지원 자료 모음집 ‘형제복지원의 진실을 말한다’를 발간했다. 

 

이어 11월 22일에는 형제복지원대책위가 공식 출범했으며, 이날 ‘감금의 역사, 수용의 시간과 형제복지원’이라는 주제로 학술토론회도 진행했다.

 

또한 형제복지원대책위는 12월 23일 국가인권위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집단 진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의료지원, 배상과 보상 등 구체적 방안 제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현재에도 계속되는 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조사와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법·제도 개선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관련 기사]

- 인권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의 인권에 응답하라
- 형제복지원, 국가 책임을 묻는다
-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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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민단체가 지난 3월 2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사들의 잇따른 자살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회복지사들의 잇따른 죽음, 그들의 복지는 어디에?

 

2013년 1월 용인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자살을 시작으로 2월에는 성남, 3월 울산, 5월 논산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월엔 양평군청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던 공무원 박아무개 씨가 과로사했다.

 

사회복지사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사회복지사들의 과도한 노동에 사회 관심이 집중된 한해였다. 그러나 여전히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일선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복지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인력은 그대로인 점을 지적한다. 또한, 폐쇄적 공무원 문화가 이들을 더욱 감정적으로 고립시켰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인권위가 11월 15일에 발표한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2,808명의 민간사회복지시설, 학교, 공공기관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공무원 대상으로 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복지사들은 전체 노동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사회복지사 평균 임금은 월 196만 4000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243만 원보다 낮다. 노동 시간은 사회복지공무원의 경우 주 49.5시간을 일하며, 출퇴근 전후 노동시간을 고려하면 일주일에 약 60시간을 일한다. 이는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 44.6시간(기획재정부, 20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한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업무 특성상 과도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담자와 상담할 때 자신의 부정적 감정은 숨기고 긍정적 감정만을 표현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절반 정도가 정서적 고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러한 정서적인 문제는 열악한 현실 구조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일한다는 직업적 윤리의식이 맞부딪히면서 나타나는 결과였다.

 

점점 늘어나는 '복지'의 시대, 복지의 현장을 지키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에 대한 인력 확충, 노동시간 단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관련 기사]

- “우리는 봉사자가 아니라 사회복지 노동자입니다”
-
사회복지사 저임금, 인권침해 실태 드러나
- “사회복지사에게도 복지를 달라”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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