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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상버스 시승식에 일부 장애인계 ‘시승 거부’

by 로뎀나무 posted Mar 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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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22:5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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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4일 오후 1시 위동 동아운수 차고지에서 장애인계 중저상버스 시승식을 열었다. 그러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등은 ‘계단 있는’ 중저상버스 도입을 반대하며 시승을 거부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가 중저상버스 도입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 아래 국토부)는 4일 늦은 1시 위동 동아운수 차고지에서 장애인계 중저상버스 시승식을 열었다. 그러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아래 무장애연대) 등은 ‘계단 있는’ 중저상버스 도입을 반대하며 시승을 거부했다.

 

이날 시승식에 앞서 국토부 자동차정책 권석창 기획단장은 “저상버스 수명에 따라 올해부터 대폐차 차량이 발생한다”라며 “그러나 예산이 400억 원에서 370억 원으로 깎였고 현재의 저상버스 대폐차 차량을 저상버스로 교체하면 앞으로 저상버스 도입 비율은 올라갈 수 없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권 기획단장은 기존의 ‘저상버스 표준모델’을 개정해서 ‘계단이 한 개 있는’ 중저상버스를 저상버스 범주에 포함해 중저상버스도 국가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토부 표준모델에 규정된 저상버스는 ‘계단 없는’ 버스만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계단 한 개 있는’ 중저상버스도 저상버스 범주에 포함해 저상버스 도입비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권 기획단장은 “저상버스 2대 교체할 비용으로 중저상버스 3대를 도입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개정하지 않으면 현재 대폐차되는 저상버스들은 계단이 두 개 있는 일반버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승식에 참석한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김락환 회장 또한 “지방엔 저상버스가 못 들어가는 지역이 많다. 중저상버스를 많이 도입하면 장애인에게도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중저상버스 도입 찬성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부 주장에 대해 전장연, 무장애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아래 한국장총) 등은 현장에서 강력히 반발했다. ‘계단 한 개 있는’ 중저상버스가 근본적으로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장애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예산 부족은 국가가 책임져야지 그 피해를 왜 장애인이 입어야 하나”라면서 “중저상버스는 10년 전 초기 저상버스 도입 시 국토부가 도입하려 했던 것으로 당시에도 도입을 막았다. 현재 저상버스 경사로도 고장이 잦은데 휠체어리프트는 고장이 더욱 잦다.”라고 지적했다.

 

배 사무총장은 “저상버스가 갈 수 없는 지역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저상버스는 장애인, 유모차를 비롯한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목발을 사용하는 한국장총 이문희 사무차장은 “중저상버스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목발 짚은 사람은 대체 어떻게 타라는 건가.”라며 “예산 확보 못 했다고 저상버스 도입 못 한다니 협박하는 건가?”라고 분노를 표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또한 국토부와 서울시가 현재 수립한 계획도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도 없이 중저상버스를 도입하려고 계획을 하는 것에 분노하며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국토부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5개년 계획을 두 차례 수립했으나 이조차도 지키지 못했다. 중저상버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국가와 지자체 스스로 반성했어야 한다.”라며 “이에 대해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은 사과하라. 사과조차 없이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중저상버스 도입 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예산을 이유로 저상버스가 사라지고 중저상버스가 일반화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5년 이내에 대폐차되는 차량의 몇 %를 저상버스화 할지 국토부는 법에 명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잔여분에 대해 중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달리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처벌 조항과 함께 유인책도 있어야 한다. 현재 처벌 조항은 없다. 이러한 것을 법에 명시한 후에야 중저상버스 도입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토부 권 기획단장은 “누가 사과해야 할지 논의 후 알려 드리겠다”라며 “오늘은 의견 수렴하는 자리지 무엇을 정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답변을 애써 피했다.

 

교통장애인협회 김 회장은 “예산이 이것밖에 없는데 만들어낼 방법이 있느냐”라며 “국토부의 사과는 필요 없다. 현실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시승식 장소로의 이동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전장연, 무장애연대 등은 시승식을 거부하며 자리를 떴다. 반면 그 외 사람들은 시승식 장소로 이동해 중저상버스 시승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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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장애인계가 중저상버스 도입을 반대하며 자리를 뜬 가운데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김락환 회장이 중저상버스 시승식을 진행하고 있다.

 

중저상버스는 기존에 뒷문 경사로가 자동으로 나오는 저상버스 대신 휠체어리프트가 나온다. 버스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 휠체어리프트가 나오면 양옆의 철제 손잡이를 세워 장애인이 손잡이를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해줘야 한다. 기존 저상버스는 자동으로 경사로가 나와 기사의 도움 없이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다.

 

이날 중저상버스 시승에 참여한 유진복 씨(35세)는 “버스는 기사님 눈치가 보여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 오늘 처음 타봤다.”라며 “휠체어리프트를 통해 바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나와야 하니 불편했다. 버스 공간이 넓었으면 좋겠다. 또한 버스 내릴 때 후진으로 휠체어리프트를 타야 하니 좀 위험한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이날 국토부는 휠체어리프트 고장 시 대안으로 중저상버스에 수동 경사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단 아래쪽에 경사로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필요 시 버스기사가 직접 경사로를 꺼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부 계획에 전장연 김도현 조직실장은 “버스기사가 영유아 및 유모차 동반자, 고령자 등 나머지 교통약자들을 위해 경사로를 꺼내진 않을 것”이라며 “교통약자의 이동할 권리는 기술적 문제 이전의 문제다.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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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상버스는 교통약자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줄 수 없다며 중저상버스 도입을 반대하는 무장애연대 배융호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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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를 바라보는 한국장총 이문희 사무차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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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한 개 있는’ 중저상버스. 중저상버스는 기존에 경사로가 나오는 버스 뒷문에서 경사로 대신 휠체어리프트가 나온다. 휠체어리프트가 나오면 버스기사가 양옆의 철제 손잡이를 세워 장애인이 손잡이를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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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상버스에 시승식에 참여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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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상버스에 시승식에 참여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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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이용하는 유진복 씨가 중저상버스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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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토부는 휠체어리프트 고장 시 대안으로 중저상버스에 수동 경사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단 아래쪽에 경사로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필요 시 버스기사가 직접 경사로를 꺼내는 방식이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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