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름다운 정원 같은 이솔파크골프장과 이병철 생가

by 누룽지아지매 posted Ap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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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벌써 봄은 가고 여름이 오고 있지만 아직도 파크골프장은 문을 열지 않았다. 잔디가 자라는 생육기간에는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기 때문에. 그렇다면 의령은? 공인구장만 문을 닫기 때문에 사설구장은 상관이 없다. 의령에 있다는 이솔파크골프장은 지난주에 가기로 했지만, 예약이 쉽지 않아서 19일에 갔다.

차 3대로 10명이 참여했는데 이제 여름이 오는지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싱그러웠다. 이제 벚꽃은 다 지고 간혹 보이는 분홍색은 겹벚꽃이다. 그리고 고속도로 곳곳에는 빨강 분홍 흰색의 영산홍과 철쭉이 한껏 뽐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 이솔파크골프장. ⓒ이복남
멀리 보이는 산하는 거무스름한 녹색에다 초록 연두 등으로 알록달록했다. 밭에도 파랗게 보리가 자라고 파 양파 마늘 등도 파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신호등도 파랑 노랑 빨강으로 표현했다가 최근에는 초록으로 바뀌었다.

풀이나 나뭇잎은 거의 다 녹색(綠色 Green)이다. 하늘 바다 등은 청색(青色 Blue)이다. 그러나 산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의문이 드는 게 산은 초록색이고, 바다는 파란색인데 왜 모두 다 푸르다고 할까.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우리말에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만 있어서 우리 선조들은 초록과 파랑을 아우르는 ‘푸르다’를 즐겨 사용했고 그 말버릇이 현대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말인데, 글자의 내용은 푸른색은 쪽에서 나오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는 말이다. 쪽에서 먼저 남색을 뽑고 그다음에 나온 청색은 녹색에 가깝지 않았을까.


이솔파크골프장의 홍매화. ⓒ이복남
아무튼 푸른 보리밭을 지나서 사방팔방이 푸른 산하로 둘러싸인 이솔파크골프장에 도착했다.  주소는 의령군 자굴산로 137인데 자굴산 가는 길 왼쪽에 있었다.

이솔파크골프장은 공인구장이 아닌 사설 파크골프장이라지만 예약제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서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하루 10시간을 오전 오후 두타임으로 나누어 입장료는 한 타임에 1만 원인데 장애인은 50% 할인이 되고 두타임은 1만 5천 원이라고 했다. 우리는 오전 타임이므로 1시까지라고 했다.

한 사람이 활동지원사와 같이 왔는데 활동지원사가 처음이라 파크골프채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서 사무실에서 채를 하나 빌렸다. 사무실 직원은 나이가 든 여자였는데 친절했고 채도 공짜로 빌려주었다.

이솔파크골프장은 전통 한과 제조업체 의령조청한과에서 마련했다고 한다. 의령조청한과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6호인 김현의(67) 명인이 40여 년 전부터 공장 부지를 조금씩 사 모으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만여 평에 달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공장을 현대식으로 바꾸고 아들 최혜석(40)씨가 어머니를 위해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고 하는데 ‘이솔’은 어머니인 김 명인의 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티샷하는 권순호 부회장. ⓒ이복남
이솔파크골프장은 넓고 아름다운 정원 같았다. 파크골프장에는 특별하게 OB는 없고 OB로 구분될 만한 곳은 각종 나무와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파크골프장은 총 27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A 3번 홀 오른쪽 우리에는 공작새 네 마리가 놀고 있었다. 공작새가 간혹 꽁지깃을 활짝 펴서 세우는데 깃을 세우는 공작새는 수컷이다.

두 마리 공작새 중에서 한 마리는 흰색이고 한 마리는 갈색인데 처음 지나갈 때는 꽁지깃을 펼치지 않았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두 마리가 차례로 꽁지깃을 펼쳤는데, 그물망 속에 있어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가 보니 냄새가 많이 났다.


이솔파크골프장의 공작새. ⓒ이복남
파크골프장은 아기자기 재미있게 조성되어 있었다. 매화나 벚꽃은 이미 다 졌지만, 겹벚꽃을 비롯해서 홍도화 그리고 이름도 잘 모르는 기화요초가 곳곳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그리고 노란 민들레와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27홀을 마쳤다. 이번 모임에는 제오종 씨가 모둠떡을 해 와서 준비해 온 떡과 음료 등으로 아침 요기를 하고 4인 1조로 가위바위보로 편을 갈라서 베스트볼을 시작했다.

대회를 하면 별거 아니지만 저마다의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영우 회장 팀이 지고 있었는데 A 코스 9번 홀에서 이영우 회장이 홀인원을 하는 바람에 게임은 동점이 되기도 했다.


이영우 회장 홀인원. ⓒ이복남
이솔파크골프장은 잔디구장인데 아직 잔디가 무성하지는 않았지만, 파릇파릇 푸른 잔디가 그런대로 잘 꾸며져 있었다. 특별히 울퉁불퉁 어려운 난코스는 없었으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다니기에는 약간의 굴곡이 있었고 경사가 너무 가팔랐다. 그러나 부지가 엄청 넓었으므로 코스를 잘 정비해서 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다.

지나가는 다른 팀이 어디서 왔나 해더니 대구에서 관광버스로 온 사람들도 있었고 마산 진주 등에서 온 팀도 있었는데, 아는 얼굴의 부산 팀도 있었다.

우리는 오전 팀이므로 1시가 되어서 나왔다. 나오는 길에는 메타세쿼이아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의령한과라고 했는데 지금은 철이 아닌지 한과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화장실은 그런대로 크고 깨끗했으나 장애인용 화장실이 아니므로 계단 위에 있었고 들어가는 데도 턱이 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사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파크골프장이 아기자기 재미있어서 가을에 단풍이 들 때와 과실이 익을 때 와 보면 그 또한 다른 멋이 있을 것 같다. 일단 우리는 시간이 다 되어 다음 코스로 향했다.


의령소바. ⓒ이복남
4월 19일은 의령홍의축제 기간이라지만, 우리가 축제에 가는 길은 아니고 다음 코스는 늦은 점심시간이었다. 의령에 왔으니 유명하다는 의령소바를 먹으러 갔다. 의령 김할머니집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맙소사, 1시 40분인데 아직도 줄이 길어서 번호표를 받았다.

파크골프장에서 간식으로 모둠떡을 먹어서인지 특별히 배가 고픈 사람은 없어서 30여 분을 기다려서 2시가 넘어서야 들어갈 수가 있었다.

망개떡, 소바, 국밥 등이 의령 특산품이라고 한다. 망개떡은 충무김밥처럼 망개잎에 산 떡이 잘 쉬지 않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바와 국밥은 6·25 이후에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의령냉소바. ⓒ이복남
의령축제는 홍의장군 곽재우 축제인데 곽재우는 임진왜란 때의 의병대장이다. 소바(そば 蕎麦)는 메밀 또는 메밀국수의 일본말이다. 일본에서 배워왔다 또는 일본사람이 가르쳐 주었다고 하는데 왜 소바로 굳어졌을까.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도 봉평인데 의령이 메밀꽃의 본고장도 아닌데 어쩌다 의령 특산품이 되었을까. 그리고 의령소바의 메밀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여기저기 찾아보니 의령에서 생산된다고 하며 의령군에서 2024년부터 의령 메밀꽃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에 주문을 받았다. 소바는 금방 배 꺼진다고 몇 사람은 의병국밥을 시켰다. 이곳에서 파는 국밥의 이름은 홍의장군에서 따온 것인지 의병국밥이라고 했다. 망개떡을 한 상자 시켜서 하나씩 맛만 보았다. 예전에는 망개떡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의령읍 동동들녁의 메밀꽃. ⓒ의령군청
부산에서 메밀국수는 채반에 메밀국수를 얹어 주면 가다랑어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이곳의 소바는 온소바 냉소바 비빔소바를 냉면과 비슷하게 해 주었다. 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의령소바가 복잡하므로 빨리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다음 행선지를 이야기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홍의 축제는 생략하고 이병철 생가로 향했다.


이병철 생가. ⓒ이복남
호암 이병철 생가는 경남 의령군 호암길 22-4에 있는데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의령이 고향인 사람이 예전에 이병철이 이곳에 삼성타운(?)을 건설하려고 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농사가 중한데 뭘 만들겠다고 하느냐며 결사반대를 했단다. 그 후에 후회를 했다지만.

이병철 생가는 관광 코스이므로 주차장은 제법 멀어서 장애인이 걸어가기에는 벅찬 거리였다. 이병철 생가에서 문화해설사에게 휠체어가 없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이병철 생가는 호암재단에서 운영하는데 휠체어는 없다고 했다.

여기저기 화단이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보기 드문 할미꽃이 많았으나 할미꽃은 무엇이 부끄러운지 전부 다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단풍잎 같은 잎사귀에 하얀 꽃이 피어 있었는데 이름을 물어보니 돌단풍이라고 했다.


이병철 생가의 할미꽃. ⓒ이복남
이병철 생가에서 나오니 부잣길도 있었다. 부잣길은 트래킹 코스라고 하는데 A 코스는 호암 이병철 생가 앞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월현천 낚시터와 탑바위, 불양암, 호미산성, 호미마을을 거쳐 월현천 남쪽 둑길을 따라 출발지인 호암 이병철 생가 앞 공영주차장으로 돌아오는 6.3km의 길이란다.

B 코스는 역시 호암 이병철 생가 앞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월현천 남쪽 둑길을 따라 예동마을과 무곡마을을 거쳐 산을 넘어서 성황리소나무와 성황마을을 지나서 다시 호암 이병철 생가 앞 공영주차장으로 돌아오는 12.8km의 길이란다.

A 코스나 B 코스나 가난한 사람의 콤플렉스인지 필자는 별 관심이 없었으므로 주차장 옆 공터를 둘러보았다.


대한민국 3대 재벌이야기. ⓒ이복남
돌담 벽에 우리나라 3대 재벌 이야기가 새겨져 있었다. 삼성그룹 호암 이병철(李秉喆) 경남 의령군 정곡면 출생, LG그룹 연암 구인회(具仁會) 경남 진주시 출생, 효성그룹 만우 조홍제 (趙洪濟) 경남 함안군 군북면 출생, 그러나 먼 나라 전설 같다.

주차장에 주차관리인이 있어서 휠체어가 없어서 고생했다고 했더니, 평일에는 요 앞에 있는 면사무소에서 휠체어를 빌려주는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사람이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할까. 장애인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여행을 하지 말라는 건가.

부자들이 살아온 그 길을 달려가면 정말 부자가 되려나, 이솔파크골프장에서 공치고 의령소바로 배부르게 먹고 이병철 생가도 둘러보고, 이보다 더 바랄 게 무에 있으랴.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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