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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에서 재활이라는 용어 빼야"

by 딩거 posted Nov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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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관련 9대법 개선방안 모색 1차토론회, 장애인연금법 등 4개 법 살펴
"편의증진법, 이동편의증진법 통합 논의 시작해야"
2010.11.09 23:00 입력 | 2010.11.10 00:59 수정

▲장애관련 9대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1차 정책토론회가 9일 늦은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렸다.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관련 9개 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1차 정책토론회가 9일 늦은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박은수 의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날 1차 정책토론회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에관한법(아래 편의증진법),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아래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연금법 등 4개 법안을 다루었다.

 

"장애인복지법, 사회적 모델에 근거한 장애 정의 필요"

 

장애인복지법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은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 개념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의 정의를 의료적 모델에 초점을 둬 장애인들이 직면하는 문제의 원인을 사회의 실패에서 찾지 않고 장애를 기능적 손실과 그에서 기인하는 제한으로만 보며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의존적인 위치에 놓이게 한다”라면서 “사회적 모델에 근거한 장애 정의를 필요로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재활 모델에서는 비장애인 위주의 ‘정상’이라는 목표를 만들어놓고 장애인을 변화시키려고 할 뿐 장애인 자신의 선택권과 결정권은 강조되지 않기 때문에 재활 모델은 지양되어야 한다”라면서 “재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활 모델에 의해 장애를 바라보는 그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행 장애인복지법에서 재활이라는 용어를 최대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 교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탈시설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하여야 한다'와 같은 탈시설화를 위한 강행규정을 둘 것과 자립생활 지원에 관한 독립법 제정, 시·도 자립생활위원회 설치, 종합적인 장애인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기구 설립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은 조 교수의 지적과 제안에 동의하면서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서비스의 보장은 미흡한, 그야말로 산만한 법률”이라고 지적하고 “장애인복지법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이참에 장애인 복지서비스와 관련하여 전반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특히 ‘국가장애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 복지 행정 체계를 새롭게 정리할 ‘장애인기본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윤 소장은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한 장애인등록 및 등급제도에 대해 △장애인 낙인화 △비인간화의 상징 △장애의 범위 축소 △행정편의로 인한 장애인복지정책의 왜곡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이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의 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 통합 논의 시작할 때"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의 주제발표를 맡은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이 별개로 제정되어 시행됨에 따라 정책과 시행에 있어 연계성이 떨어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두 법률의 통합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통합을 할 경우 주무부처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배 사무총장은 “편의증진법이 보건복지부 소관이 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주관기관은 복지담당부서가 맡고 있지만 전문성의 결여와 예산 및 인력의 부족으로 편의증진법의 효과적인 시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면서 “따라서 국토해양부 내에 새로운 부서를 신설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지만, 현재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제도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국토해양부가 공동으로 소관 부처를 담당하고 있어 공동 소관부처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강민 조직실장은 “기본적으로는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교통 문제나 시설 접근 문제뿐만 아니라 이동에 관련된 보장구 문제, 장애인 주거 문제 등의 여타의 문제들도 있어 국토해양부 내에 별도의 국을 만드는 고민이나 새로운 법체계를 만드는 고민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조직실장은 “저상버스 도입에 있어 중앙정부, 도, 시·군 단위가 50:25:25의 매칭펀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동편의증진법에서는 시장 또는 군수에게만 저상버스 도입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법적으로 도는 저상버스 도입의 책임을 지지 않아 도와 시·군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면서 “법률상에서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도 차원의 의무를 명확히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연금, 대상자 확대와 급여 현실화 필요"

 

장애인연금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은 가톨릭상지대학 사회복지학과 정일교 교수는 “현 장애인연금법은 중증의 장애인을 중심으로 지급대상자를 결정하고 있지만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의 빈곤율을 볼 때 10% 수준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경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전체 국민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고 있으므로 경증장애인 배제는 새로운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일정소득에 못 미치는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경제활동이 지난 이후의 소득보전인 기초노령연금과 경제활동을 할 시기에 하지 못함으로 인한 소득보전에 해당하는 장애인연금의 기본급여가 동일하게 설정돼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라면서 “장애인연금은 최저임금을 참작해 결정하고 부가급여는 실질적인 추가비용을 보전하는 사회수당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연구팀장은 “장애인연금의 대상인 중증장애인은 월 평균 20만8천 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23만여 명에게 지급되고 있는 장애인연금은 추가비용조차 보전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정부는 장애인연금 도입을 계기로 장애등급재심사 등 선별적 복지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은 정책연구팀장은 “장애인의 정서와 사회경제적 상황을 이해한다면 장애인연금의 대상 확대와 급여의 현실화는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기초급여 인상 및 부가급여의 현실화, 지자체 추가 장애수당 지급의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충현 과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제안과 지적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충현 과장은 장애인복지법에 탈시설화 강행규정을 마련하자는 제안에 "탈시설화보다는 지역사회 중심의 장애인정책으로 표현하는 게 더 낫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적 판정 체계의 문제점 및 사회환경을 고려한 판정 체계의 도입에 대해 정 과장은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 과장은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을 통합하자는 제안에는 “취지는 알겠지만 장애인보다는 시설 쪽에서 바라보려는 인식이 있기에 ‘아무리 비용이 들어도 (편의시설과 편의제공이) 필요하다’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두 가지 병렬체계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라고 답했다. 장애인연금의 대상자 확대와 급여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결국은 돈 문제인데 예산 시스템이 점증주의 방식이기에 급격한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2차 정책토론회에는 오는 18일에 열리며 장애인등에관한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법 등 5개 장애관련 법을 다룰 예정이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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