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다시보기] 쥐와 노는 어른 두리반에서 열린 진동젤리의 연극 '쥐와 벌' G20 쥐 그라피티 사건을 풍자하는 '파티하쥐' 현장 2011.06.08 13:41 입력 | 2011.06.10 21:31 수정 "판사님, 피고는 지금 예술 운운하면서, 예술행위를 법보다 우위에 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새로운 입법자로 세워, 불법적 방법으로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뱅크시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행위에 대한

by 베이비 posted Jun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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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 쥐와 노는 어른
두리반에서 열린 진동젤리의 연극 '쥐와 벌'
G20 쥐 그라피티 사건을 풍자하는 '파티하쥐' 현장
2011.06.08 13:41 입력 | 2011.06.10 21:31 수정

"판사님, 피고는 지금 예술 운운하면서, 예술행위를 법보다 우위에 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새로운 입법자로 세워, 불법적 방법으로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뱅크시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술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 이전에 삶이 있다고요. 그러니까 법의 기준이 아닌 여기 이곳의 삶에서 낙서를 하는 행위가 있다고요. 2년 전엔 공영방송 KBS에서 그라피티, 이 낙서행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소개됐었죠. 영국에서 뱅크시가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영국사회가 그를 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잡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목소리를 좀 더 듣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 때문이죠."

 

▲G20 그라피티 사건 후원을 위한 '파티하쥐'.

지난해 도시에 거대한 쥐 한 마리가 출몰했다. G20 포스터에 등장해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이 낙서 쥐는 누군가에는 예술이 됐고, 모독이 됐고, 즐거움이 됐고, 범죄가 됐다.

 

그라피티 쥐 한 마리가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국격을 가진 나라. 그라피티 쥐로 말미암아 꿈과 희망을 잃은 이 나라 아이들. 박정수 씨가 그린 쥐에 대한 흥미진진한 해석과 쥐가 일으킨 파문은 오히려 그에게 예술가로서 즐거움을 안겨다 주고 있다.

 

이 즐거움은 급기야 그의 창작욕구를 자극하기에 이른다. G20 그라피티 사건을 후원하기 위해 지난 3일 두리반에서 열린 '파티하쥐'에서 박정수 씨는 그가 몸담은 수유+너머 R의 막무가내 예술창작집단 '진동젤리'와 함께 낙서 쥐를 둘러싼 이 일련의 소동을 연극으로 탄생시킨다.

 

이 놀이의 장에서 '진동젤리'가 선보인 연극 '쥐와 벌'은 그들의 팀 이름처럼 유연하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고 관객과 배우가 뒤섞여 있다. 능숙함과 서툶이 뒤얽혀 낯섦을 만들어 낸다. 이들 진동젤리는 광대가 되어 한 마리 쥐 앞에서도 '웃을 수 없는 자'들에게 구애를 보낸다.

 

"나이 먹어서 한다는 것이, 이런 낙서나 하고 말이지"

 

"좀 비겁한 것 같아요. 쥐가 누구라고 말도 못하고, 이거 확실히 좌파단체에서 대통령 욕 한 거 맞잖아요. 근데 왜 숨어요. 국가원수 모욕하고 싶어서 했다 왜 말 못하냐고요. 비겁해."

 

나이를 먹는다는 건 더는 자유로운 형식 안에서 놀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새로울 것 없는 형식 안에서 노는 사람들. 밤거리를 헤매면 소비의 놀이를 즐기는 이들은 넘쳐나는데 창조의 놀이를 벌이는 어른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그러나 갑자기 예술가의 이름으로 등장한 이 철들지 않은 어른이 벌인 행위가, 그, 그녀, 실체 모를 것들이 만들어낸 예술인지 아닌지 모를 예술이 즐겁다. 한 마리 쥐의 의도를 집요하게 묻는 이들에게 돌연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는 창작자의 의도를 감추는 예술가의 능청스러운 얼굴이 재미있다.

 

직접 말하지 않는 방식이 예술이며, 눈앞에는 그저 쥐 한 마리가 있을 뿐이다. 통제되지 않는 미성숙한 어른의 놀이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예술의 표현 앞에 당혹한 무리는 기어이 쥐 낙서에 '벌'을 내린다. 그리고 그들이 파헤치고자 했던 이 철없는 어른의 배후가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면서, 그의 행위를 지지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박정수 씨와 모습을 드러낸 그의 배후세력은 함께 모여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 '진동젤리'와 같은 몸과 사유, 행동이 넘쳐나는 사회를 꿈꾸며…

 

▲'진동젤리'가 쥐 그라피티 사건을 토대로 한 연극 '쥐와 벌'을 선보이고 있다.

 

▲'파티하쥐'에서 판매한 장애인 활동가 벌금마련을 위한 쥐벽서 티셔츠.

▲'파티하쥐'에서 '비아', '푼돈들', '야마가타 트윅스터' 등 인디밴드 공연도 이어졌다.

 

▲공연을 즐기는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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