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양의무제 폐지 없는 일제조사는 기만"
- 공동행동, 보신각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부양의무제 폐지 촉구
"복지부가 해결 못하는 복지의 문제, 청와대와 국회가 해결해야"- 2011.06.14 20:00 입력 | 2011.06.14 21:09 수정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 14일 늦은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보건복지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복지의 문제, 빈곤의 문제를 이제는 청와대와 18대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기초법개정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14일 늦은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복지사각지대 청와대 집단신청 및 부양의무제 폐지 결의대회’를 열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이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진행 중인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전국 일제조사’는 기만적 행태라고 규탄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공동행동 대표단이 진수희 장관을 만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했을 때, 기획재정부가 반대해서 폐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대답을 듣고 복지를 책임지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는 현실이 슬펐다”라면서 “하지만 이것은 복지부 장관이나 기재부 장관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반대부’가 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이는 복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양의무제'라고 적힌 칼을 쓰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참가자들.홈리스행동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진행 중인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전국 일제조사’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조사와 수급 탈락자에 대한 재조사가 주요 내용이며 내일이면 끝난다”라고 설명하고 “하지만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은 재조사를 할 필요도 없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들이며,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월세 지원이지만 이는 민간에서 하는 사업이 유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수급 탈락자에 대한 재조사도 생색내기일 뿐 현실에서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암 투병 중인 아들과 파출부 일을 하는 며느리가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 신청에서 탈락한 노모의 사례가 있어, 어제 관할 주민센터에 이후 어떻게 조치했는지를 문의하니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담당자는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라고 성토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피해당사자인 유남열 씨가 "밥 좀 먹게 해달라는 것이 왜 이리 힘드냐?"라고 성토하고 있다.부양의무자 기준 피해당사자인 유남열(74세) 씨는 “2남1녀를 두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자식들에게 부양을 받지 못했다”라면서 “그래도 몸이 성할 때에는 지하철 택배 일 등을 하며 살 수 있었지만, 2009년 허리를 다친 이후에는 노령연금 9만 원으로 치료를 받고 하루에 라면 한 개를 먹으며 연명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유 씨는 “자식들에게 부양을 받지 못하는 데 단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라면서 “젊어서 군 복무도 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었는데 이제 밥 좀 먹게 해달라는 것이 왜 이리 힘드냐?”라고 성토했다.
장애인극단 판에서 활동 중인 장희영(뇌병변장애 1급) 씨는 “15년 동안 시설에서 살다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거복지사업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시설에서 내가 받은 것은 용돈 수준의 장애수당 6만 원밖에 없었다”라면서 “만약 내가 시설에서 수급비를 직접 받았다면 자립할 계획을 세워 더 빨리 지역사회로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쟁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공동행동은 투쟁결의문에서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명박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일제조사는 일시적이며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결하려 한다면 기초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복지부는 예산을 최소화한 기만적인 부양의무제 시행령 개정안만을 준비하고 있고, 이마저도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을 거라고 당당히 이야기한다”라고 성토했다.
공동행동은 “더 이상 보건복지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복지의 문제, 빈곤의 문제를 이제는 청와대와 18대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청와대와 18대 국회마저 빈곤을 외면한다면, 가난한 이들의 힘으로 가짜복지, 깡통복지를 박살 내고 진짜복지, 민중복지를 안아오는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늦은 3시 30분께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한 후, 청와대에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공동행동이 조사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말미암은 복지사각지대 피해 사례 51건을 청와대에 집단 진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과 연락을 취한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에는 민원실이 없고 면회실만 있으므로 사전에 청와대 관계자와 약속을 잡아야 했는데, 약속을 잡지 않았으므로 진정서를 받을 청와대 직원이 없다”라고 말해 이날 집단 진정 접수는 이뤄지지 못했다.
참가자들은 저녁 6시께 광화문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고 이날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종로 보신각에서 청와대 앞으로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건널목을 지나는 참가자들.▲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청와대에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말미암은 복지사각지대 피해 사례 51건을 진정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정책위원장.▲경복궁 앞에서 해산하기 앞서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함성을 지르는 참가자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script type="text/javascript"> </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