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지하철 신도림역이 진짜 최악인 이유

by 사랑길IL센터 posted Mar 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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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과 2호선을 환승할 수 있어 유동 인구가 제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신도림역은 장애인에겐 정말 최악이다. 단지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다. 장애인들이 이동하는데 필수적인 이동 편의시설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거짓말 같지만 신도림역에는 엘리베이터가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고정형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한다. 이 기계에서 추락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들이 많아 장애인들은 ‘장애인 기피시설 1호’, ‘썩은 동아줄’, ‘살인기계’라고 부른다.

매일 신도림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타야하는 괴로움 아시나요?

뇌병변 1급의 장애를 갖고 있어 전동휠체어는 타는 송정아(37) 씨는 출근하기 위해 매일 아침 오전 9시에 신도림역에서 신림역까지 혼잡한 2호선을 탄다. 퇴근시간엔 오후 7시와 8시 사이에 신림역에서 신도림역으로 또 다시 2호선을 타고 온다.

2번 출구에서 맞이방까지 들어올 때는 테크노마트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리하게 진입할 수 있다.(이 엘리베이터는 신도림역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맞이방에서 2호선 승강장까지는 혼잡한 통로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이용해야한다. 1번 출구 쪽에는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도 없어 고정형보다 더 위험한 ‘이동식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한다.

2호선 쪽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는 총 3대이고, 1호선 쪽에도 3대가 설치돼 있다. 이들 휠체어리프트는 낡은 제품들로 고장이 잦아 공익요원들이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를 손으로 펼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녹색 스카치테이프가 여기저기 붙어있어 장애인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매일 2차례 울며 겨자 먹기로 휠체어리프트는 이용하는 송정아씨는 “요즘 어느 호선을 막론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신도림역은 아직도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한다. 그마저 고장을 밥 먹듯이 해 이동식 리프트를 타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송 씨는 "신도림에서 신림에 있는 사무실까지 비장애인은 30분만에 올 수 있는 거리를 매일 리프트와 씨름하면서 오면 1시간은 넘게 걸린다"면서 "안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시달려야 하는데 리프트까지 말썽이라 정말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송 씨가 이동식 휠체어리프트를 타지 않으려면 인근역인 대림역까지 위험한 도로를 따라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실제 “부품이 없어서 휠체어리프트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신도림역 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몇 차례 대림역까지 전동휠체어로 이동해서 출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신도림역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철역으로 알려져 있다. 출퇴근 시간에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신도림역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철역으로 알려져 있다. 출퇴근 시간에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박종태
송정아씨가 좁고 복잡한 계단에서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2호선 승강장으로 향하고 있다. 매일 똑같이 끔찍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송정아씨가 좁고 복잡한 계단에서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2호선 승강장으로 향하고 있다. 매일 똑같이 끔찍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박종태
노후되고 고장이 잦은 휠체어리프트에 녹색 스카치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노후되고 고장이 잦은 휠체어리프트에 녹색 스카치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박종태
고정형 휠체어리프트가 버튼으로 작동이 되지 않아서 공익요원이 손으로 강제로 휠체어리프트를 펼치고 있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고정형 휠체어리프트가 버튼으로 작동이 되지 않아서 공익요원이 손으로 강제로 휠체어리프트를 펼치고 있다. ⓒ박종태
고정형 휠체어리프트가 고장나면 이동식 휠체어리프트를 타야한다. 창고에서 보관하고 있는 이동식 휠체어리프트. 최악의 장애인 이동기기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고정형 휠체어리프트가 고장나면 이동식 휠체어리프트를 타야한다. 창고에서 보관하고 있는 이동식 휠체어리프트. 최악의 장애인 이동기기다. ⓒ박종태
앞으로 최소 2년은 더 기다려야 엘리베이터 생겨

2호선 서울메트로 신도림역 부역장은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지가 오래되고 노후가 되어 고장이 잦은 것이 사실”이라며 “2008년도부터 신도림역 확장 공사가 시작됐는데,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송 씨가 앞으로 2년 이상을 더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신도림역은 다른 장애인 편의시설도 최악 수준이다. 1호선 쪽에는 장애인화장실도 없다. 2호선 쪽을 이용해야 하지만 장애인화장실이 남녀공용이다. 비상호출벨, 휴지걸이도 뒤쪽에 설치돼 있어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하고, 자동으로 물을 내려주는 센서도 변기 뚜껑에 가려 작동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설치한 점자블록도 가로 30cm, 세로 30cm의 규격 제품이 아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림역에서는 서울메트로에서 내건 ‘고객님을 최우선으로 섬기는 으뜸 친절역이 되겠습니다’라는 광고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절한 길동무가 되고 논스톱 케어 서비스를 하겠다는 문구도 있다. 서울메트로에게 장애인은 고객으로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말로만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라 당장 몸소 실천을 해야 할 때다.

2호선 신도림역의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의 입구 모습.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2호선 신도림역의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의 입구 모습. ⓒ박종태
장애인화장실 내부를 살펴봤더니 비상벨과 휴지걸이가 중증장애인들의 손이 잘 닿지 않는 뒤쪽에 설치돼 있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장애인화장실 내부를 살펴봤더니 비상벨과 휴지걸이가 중증장애인들의 손이 잘 닿지 않는 뒤쪽에 설치돼 있다. ⓒ박종태
고객을 으뜸으로 모시겠다는 표어. 서울메트로에게 장애인은 고객이 아닌가 보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고객을 으뜸으로 모시겠다는 표어. 서울메트로에게 장애인은 고객이 아닌가 보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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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기자 (so0927@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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