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강제퇴거 방침 철회, 공공역사 중심 홈리스지원대책 촉구 결의대회'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철회·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홈리스공대위) 주최로 1일 늦은 5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 ▲'서울역 강제퇴거 방침 철회, 공공역사 중심 홈리스지원대책 촉구 결의대회'가 1일 늦은 5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
이날 결의대회에서 홈리스공대위는 서울역과 한국철도공사에 민원을 볼모로 한 거리 홈리스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홈리스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홈리스공대위는 "지난 7월 20일 서울역은 8월부터 밤 11시 이후 역사 내 노숙인을 퇴거 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라면서 "서울역은 이번 조치가 민원 발생에 따른 불가항력의 조치이며, 강제퇴거 과정에서 용역 투입을 하겠다며 폭력 단속을 시사하기도 했다"라고 규탄했다.
홈리스공대위는 "거리 노숙을 포함한 홈리스 문제는 퇴거와 단속이 아닌, 적절한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할 빈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어제 새벽 2시에 서울역에서 지적 장애 노숙인이 수갑을 찬 채로 쫓겨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설명하고 “지적장애 노숙인이 서울역에서 몸 하나 누일 곳 없이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한 채로 쫓겨났고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 현실”이라고 규탄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힘없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정규직에서 쫓겨나고 사회적 안전망 없이 쫓겨나고 있다”라면서 “더는 갈 곳 없어 목숨을 던져야만 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분노했다.
당사자 발언도 이어졌다. 쉼터에서 생활하는 허아무개 씨는 ”노숙인에게 국가는 없다“라면서 ”여름은 좀 덜하지만, 겨울에는 정말 어디 갈 곳 없다“라고 토로했다. 허 씨는 ”지금 쉼터에서 조그만 희망을 찾아가고 있지만, 쉼터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노숙인도 당신들 이웃이며, 누구나 우리 같은 상황에 처하면 똑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규탄발언을 하는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임성규 회장. |
규탄발언에 나선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임성규 회장은 “공공역사에서 강제로 노숙자를 퇴거시킨다고 하는데 이 얼마나 반인륜적인 조치인가”라면서 “노숙인들을 거리로 내쫓는 것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임 회장은 “서울역사는 공공역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하다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라”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은 “노숙인도 한때는 열심히 일했던 분들”이라며 “국가와 서울시가 노숙인들을 책임져야 하고, 공공역사인 서울역 역시 이들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데 오히려 나가라며 거리로 내몰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연대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상임활동가는 “서울역은 복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빈 의자에 앉아서 잠자는 게 무슨 복지냐”라면서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을 내쫓고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쫓고 서울역은 노숙인들을 내쫓겠다는데, 이는 내 쫓을 줄만 알고 다 함께 잘사는 법은 모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전국홈리스연대 현시웅 사무처장은 “지금 노숙인을 거리로 내몬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면서 “노숙 문제는 철저하게 주거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150여 명이 참가해 서울역 강제퇴거 방침 철회를 촉구했으며, 노동가수 박준 씨가 ‘질긴 놈이 승리한다’ 등을 열창하며 문화공연을 펼쳤다.
![]() ▲기조 발언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
![]() ▲노동가수 박준 씨의 문화공연도 펼쳐졌다. |
![]() ▲서울역 강제퇴거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 참가자들. |
투쟁결의문
거리홈리스에 대한 공인된 폭력, 7월 20일, 철도공사 서울역은 오늘부로 오후 11시 이후 서울역사 내 노숙인을 모두 강제퇴거 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발표는 사상 초유의 특정집단에 대한 강제퇴거조치라는 점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론이 부담스러운지 서울역 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제퇴거조치를 8월 22일로 연기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며칠 간 말미를 주는 것으로 강제퇴거 조치의 반인권성, 폭력성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조치는 서울시 등이 내놓고 있는 강제퇴거 후속대책과 조우하여, 서울역 측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비열한 술책에 불과하다. 이미 노숙 당사자들에게 서울역은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공간이라는 현실이 학습되고 있고, 서울역 측은 이를 이용해 ‘노숙인으로부터 청정한 철도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노숙은 빈곤의 극단적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서울역과 코레일은 “서울역이 테러 0순위”라며, 노숙인들을 테러 위협 세력으로 둔갑시키고, 빈곤의 문제를 질서와 규범의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역의 강제퇴거 조치는 비단, 쫓겨나는 수십 명의 노숙인만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인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리 노숙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연한 사회적 차별과 탄압이 용인된다면, 단언컨대 인간의 보편적 권리는 가진 자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처럼, 서울역 강제퇴거조치는 퇴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차별, 침해뿐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물론, 서울역이 제기하듯 공공역사가 노숙인들의 생활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더불어, 노숙생활이 공공역사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에게 민원의 소지가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역 이용객들의 민원의 본질은 탈 노숙 대책 없이 해소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책임분담은 공공역사인 서울역과 코레일에도 있다. 그러나 서울역 측은 이번 일제 퇴거조치 이전에도 노숙인들을 지속적으로 단속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사망사건, 사망 방조와 같은 비인간적 작태를 저질러왔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철도역은 그 입지적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위기계층의 유입관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긴급지원을 실시하고, 양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로 연계하는 역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큰 지출도 아닌, 서울역과 코레일 측의 인식 전환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공역사를 상업자본에 내어주고, 그들의 돈벌이를 위해 부역하는 성의의 일부만 투여된다면 공공역사를 근거로 생활하는 거리 홈리스들의 삶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서울역과 철도공사는 민원이란 후광 뒤에 숨어 이용객과 홈리스들을 이간질하는 비열한 작태를 중단하고, 공기업으로서 사회위기계층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울시와 복지부 역시 서울역의 강제퇴거 조치를 정당화하고, 나아가 이를 촉진하는데 부역할 응급대책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노숙인에 대한 집단적 강제퇴거라는 폭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숙인 보호주체로서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다. 철도라는 기반시설을 독점하는 철도공사는 ‘고객’만을 위한 영리 기업이 아니며, 범법자들을 다루는 경찰도 아님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서울역과 철도공사는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철도 이용객과 홈리스 인권보호를 병행할 수 있는 공공역사의 사회적 책임 수행에 적극 나서라!
김가영 기자 chara@beminor.com <script type="text/javascript"> </script>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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