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목발 사용 장애인에게 버스타기란

by 딩거 posted Mar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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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사용 장애인에게 버스타기란
"기사님, 제발 인도에 바짝 붙여 세워주세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3-12 17:54:05
버스를 도로에 세워버리면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은 절대 탈 수가 없다. 버스를 인도 가까이 세우는 문화부터 정착해야한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버스를 도로에 세워버리면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은 절대 탈 수가 없다. 버스를 인도 가까이 세우는 문화부터 정착해야한다. ⓒ에이블뉴스
지체장애2급인 나는 양쪽 목발을 짚고 다닌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교통수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어릴 때부터 목발을 짚고 학교를 다니다 보니 걷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가끔은 교통수단인 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올라갈 수 없을 만큼 턱없이 높은 계단 때문 비가와도 눈이 와도 눈물을 머금고 마냥 걷고 등하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때 당시에는 버스 안내원이 있던 시절이라 간혹 친구들과 같이 갈 때는 용기 내어 버스를 태워달라고 안내원한테 부탁한 적도 있다. 어린 나를 힘들어도 안아서 태워주고 내려주는 안내원도 있었지만 가끔은 그냥 지나치고 문 닫고 가버리는 안내원도 있었다. 그런 후로는 거의 버스를 이용하질 않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아이를 둔 주부이자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차가 있어서 자가운전을 하고 다녔지만 현재는 거의 택시를 이용하게 되어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된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없고 목발 하나로만 버티면서 걷고 있어서 목발에 온 힘을 실어서 버스타기에는 여전히 그 높은 계단은 산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지금은 나이가 있어서, 또 어릴 때처럼 안내원이 있다 해도 안아서 태워달랄 수도 없는 입장이라서 부담이 많이 되지만 택시를 탈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없는 거 같다. 솔직히 어릴 때하고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 버스만 봐도 그렇다. 말로는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이니 편의시설이니 하지만 전혀 시행되는 점은 없는 거 같다.

물론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서는 지하철이나 에스컬레이터, 리프트 등 갖추고 있다지만 2년 전에 서울 방문했을 때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데만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짧은 거리나마 에스컬레이터처럼 되어있긴 했지만 오히려 걸어가는 거리가 더 길고 지하철 타러 내려가는 계단역시 장애인으로서는 너무 힘에 버거웠다.

거기다 1호선 같은 경우는 아예 계단으로 되어있어서 솔직히 올라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바로 주저앉고 말았었다. 리프트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싶어도 담당자를 불러야하고 시간도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또 도와주려는 사람도 귀찮아하는 모습이 역력해서 부탁할 엄두도 안 난다. 이렇듯 장애인들이 누구의 부탁 없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교통수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도저히 비싼 택시나 자가용을 구입해야 된다는 결론이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나도 큰 건물 아니고는 거의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큰 맘 먹지 않고서는 외출도 삼가는 편이다. 그러니 교통수단인 버스를 이용하기에는 겁부터 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장거리 가야될 수밖에 없을 때는 힘들어도 버스를 이용하고자 맘을 먹고 움직여 보지만 버스 첫 계단부터 너무 높아서 그나마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밀어주고 잡아줘야 만이 겨우 올라가는데 저로 인해 버스출발도 늦춰지고 기사아저씨 눈치도 보이고 솔직히 나에게는 정말로 큰맘 먹지 않고서는 강행하기 어려운 관문이다.

개인적으로 바래보건데 그나마 인도 길에 버스기사가 바짝 붙여서 세워주면 첫 계단은 수월하게 올라가게 되는데 거의 기사님들은 인도길과 너무 많이 떨어져서 세우기 때문에 어떨 땐 그냥 안 탈 때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버스는 문이 열리는 동시에 즉, 문이 열려도 윗문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높은 계단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게 다리역할을 해줬음 한다. 그래야 휠체어 장애인도 편히 올라갈 수 있을 거 같고 물론, 더 이상의 계단은 존재하지 않아야한다.

전에 TV 한 장면에서 본 장면인데 아주 옛날버스에는 올라타는 버스계단은 단 하나로, 첫 번째만 올라타기만 하면 그 다음은 넓은 공간으로 의자도 있고 해서 잘만 보완하면 휠체어도 한쪽에 있어도 되는 공간에 첫 계단이 다리처럼 역할만 해주는 버스만 있다면 그나마 버스 이용할 때는 우선 겁부터 먹지는 않을 거 같다.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은 없다. 그렇듯 누구든 미래에 장애인이 될 수는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장애인 위주가 아닌 장애인위주로 편의시설을 많이 고려해서 만든다면 꼭 장애인뿐만 아니라 나이 드신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들도 이용하기에는 좋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단순히 저상버스가 아닌, 저상버스도 올라가려면 힘들기 때문에, 우선은 버스열리는 문이 다리역할을 해줄 수 있는 즉, 인도 길과 버스사이에 걸쳐지는 다리역할이 되어 쉽게 탈수 있었으면 한다. 버스기사님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지라 너무 불편한 사람이 시간 지체하면서 버스를 타게 되면 그냥 집에나 있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고 택시나 이용하지 왜 버스를 타려고 하냐고 속으로는 타박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눈치를 보면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비장애인들은 절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왕 장애인들을 위해서 만드는 버스라면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한없이 높은 버스계단의 턱이 허물어지는 날을 위해 오늘도 희망을 가져본다.

*이 글은 제주도에 사는 에이블뉴스 독자 김은미 이 보내온 특별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버스타기, 아직 너무 힘들다' 특별원고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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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은미 (kem72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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