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우리도 사람이다! 발달장애인법 제정하라!"

by 베이비 posted Feb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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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는 22일 늦은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출범결의대회를 열고 발달장애인법 제정 투쟁을 선포했다.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아래 발제련)는 22일 늦은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출범결의대회를 열고 “우리도 사람이다! 발달장애인법 제정하라!”라고 외치며 발달장애인법 제정 투쟁을 선포했다.

 

발제련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등 발달장애 관련 4개 단체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만든 연대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준비해왔다.

 

발제련이 마련하고 있는 법안은 발달장애인이 다른 장애인에 비해 가장 취약한 집단임에도 기존 법률에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 및 사회적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요구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보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복지 지원체계를 보장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내용을 담게 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들이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 출범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출범결의대회에서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익상 회장은 “더는 발달장애아를 낳은 부모와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난 자녀의 탓이라며 삶의 권리를 포기하며 살지 말지 말자”라면서 “정치권, 학계, 법조계 모두 발달장애인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제 모든 부모가 일어나 발달장애인법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김원경 회장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라면서 “앞으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통해 장애등급이 아니라 노동력 여부로 판정해서 일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은 모두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나가자”라고 강조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은 “4개 단체가 똘똘 뭉쳤는데 앞으로 변호사로서 열과 성을 다해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면서 “앞으로 변협(대한변호사협회)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오늘은 발달장애인 부모와 당사자, 전문가, 종사자 등이 똘똘 뭉쳐 투쟁을 시작하는 날”이라면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통해 기본적인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는 참가자들.

 

4대 단체 회장의 여는 발언에 이어 연대 발언에 나선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는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로 위고는 ‘사람들은 나눔 혹은 시혜, 온정 등을 놓고 판단할 때, 항상 주는 쪽의 입장만 생각한다. 왜 받는 쪽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는데 이는 나눔, 시혜, 온정을 강조할수록 받는 사람의 인간 존엄이 훼손된다는 뜻”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발달장애인법이 나눔, 시혜, 온정이 아니라 권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당이 세금을 더 거둬들여 권리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당 안효상 대표는 “발제련이 발족하는 것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변화와 발맞추기 위한 것이고, 감히 말씀드리면 누구나 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법도 제정되리라 본다”라면서 “하지만 장애인들의 온전한 요구와 바람이 실현될 수 있는 법률의 제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앞으로 발달장애인과 더 나아가 장애인 모두의 권리를 실현을 위한 노력에 언제나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곽정숙 의원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이라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기 때문에 지원하면서 거기에 장애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라 사실상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복지는 장애등급과 소득기준에 상관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로 가면서 장애유형별로 차별화된 지원이 이뤄지도록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이정선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늦은 감이 있지만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지원하겠다’라는 말을 전했다”라면서 “앞으로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아가야 함에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1981년 허울 좋은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된 뒤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오늘 우리는 서울 시내 중심에서 이렇게 만났다”라면서 “그동안 장애인들은 이 사회가 만든 ‘감옥’에 갇혀 집과 시설에 처박혀 있었고 정치인들은 선거철에만 입바른 소리만 하며 시혜와 동정을 이야기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도 복지를 이야기했지만 선별적 복지인 가짜 복지를 했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따라서 보편적 복지를 선도하는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여러분이 국회가 아니라 거리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선영 씨가 발달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의 관점을 당사자로서 비판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 강북구 발달장애인기업 함께웃는가게 교육생인 발달장애인 조영조 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발달장애인 친구들은 갈 곳도 없고 일할 곳도 없어 ‘왕따’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라면서 “발달장애인법이 빨리 제정되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나도 살고 친구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충북 청주 직지드림플러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정선영 씨는 “발달장애인법은 ‘가족이 보호하지 않아도 나라가 보호해주는 법’이라고 들었는데 노래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내가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내 생각에는 혼자서 보호작업장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부모님이 걱정을 해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앞으로 혼자서 그렇게 해보고 싶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장애아동복지지원법·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며 부산에서 서울, 부산에서 광주까지 행진했던 이균도 부자가 출범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출범결의대회 마지막 순서로 장애아동복지지원법·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며 지난해 두 차례 부산에서 서울, 부산에서 광주까지 행진했던 발달장애인 이균도 씨와 그의 아버지인 이진섭 씨가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다.

 

발제련은 출범선언문에서 “왜 우유나 고기에 붙이는 1등급, 2등급을 발달장애인들에게 붙여서 물건취급을 하고, 왜 쥐꼬리만한 서비스마다 소득기준을 내세워 장애인 가족의 등골을 파는가?”라면서 “그래서 우리는 오늘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라고 밝혔다.

 

발제련은 “수십 년간 예산부족, 예산부족, 고장 난 전축처럼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는 정부를 향해,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를 향해 우리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의 통쾌한 투쟁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하라!”라면서 “우리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발달장애인법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신각 앞에서 인권위 앞까지 행진한 참가자들이 정리 집회를 하며 행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출범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권위 앞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발제련 출범을 알린 뒤 정리 집회를 열고 늦은 5시께 출범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발제련은 발달장애인법안을 만들기 위한 법제위원회 운영, 발달장애인법안에 대한 지역별 설명회 및 간담회 개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총선 및 대선에 각 정당의 주요 공약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선거 대응 활동, 지역별 발달장애인조례 제정 및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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