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이해 열린 '장애해방운동 10년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 함께웃는날 김도현 편집장의 사회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아 ‘장애해방운동 10년의 평가와 과제’ 기념 토론회가 1일 늦은 3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1988년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직업훈련생으로 입학했다가 정태수, 박흥수 열사를 만나 장애인운동의 길에 들어선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박경석 부회장이 맡았다. 이어 진보정당, 장애여성단체, 인권단체, 열사추모단체 등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토론자들이 나와 지난 10년간의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했다.
“장애인운동조직, 희망의 물리적 근거로 기능해야”
▲운동 단체의 사명은 희망의 물리적 근거로 기능하는 데 있다고 이야기하는 박경석 부회장.
박경석 부회장은 “두 열사는 장애인의 문제가 ‘내 탓이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탓’이라는 것을, 그래서 비참한 장애인의 현실을 바꾸려면 사회를 ‘개량’도 아니고 ‘변혁’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라면서 “그들은 물리적 근거로 기능하는 장애인운동조직을 건설하려고 했다”라고 회고했다.
박 부회장은 두 열사가 심신장애자복지법 개정과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의 양대 법안 투쟁, 정립회관 시설비리 투쟁, 최정환·이덕인 열사 투쟁, 장애인노동권 쟁취 투쟁의 과정에서 점거와 단식, 삭발, 도피와 감옥생활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를 관통하며 현장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온몸과 마음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에 들어 박흥수 열사는 가난과 절망스런 현실운동에 고민하다가 지병인 당뇨와 음주로, 정태수 열사는 헌신적인 활동을 하다가 과로에 의한 심근경색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박 부회장은 “장애인운동에서 가장 왼쪽의 이념으로 현장에서 장애민중을 만나고 조직하고 투쟁하려던 조직운동은 재정의 어려움을 겪다가, 1998년 한국장애인연맹과의 통합 과정에서 물리적 근거를 상실했다”라면서 “그러다가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장애인이동권 투쟁은 중증장애인을 장애인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며 단절되었던 투쟁의 역사를 새롭게 복원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장애인들에게 의미 있는 법률은 2001년 이후 비타협적이면서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전술을 통해 대중적인 힘을 모아 투쟁하면서, 그 힘을 가지고 입법화하는 과정을 겪으며 제정됐다”라면서 “그 결과 제도도 많이 만들어지고 예산도 늘었지만, 2001년의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과 비교할 때 마이너스 백(-100)의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마이너스 팔십(-80) 수준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박 부회장은 “또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지난 2007년에 건설되고 함께 하는 단위들도 급성장했지만, '활동가'가 어느새 '직원'으로 바뀌는 등 양적인 성장이 곧 질적인 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실이 아프게 남아 있다”라면서 “하지만 운동단체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희망의 물리적 근거로서 기능하는 데 있다는 점은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진리이며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대표가 장애해방운동 10년의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모든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장애인운동, 혁명적”
이어 진보신당 강상구 부대표가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섰다. 강 부대표는 진보 장애인운동이 자본주의에 맞서 대안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 부대표는 “장애인운동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에 대해 엄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예를 들면 좌파 경제학자들은 조만간 자본주의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자 극우들도 복지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대표는 “자본주의 위기가 닥치기 전에 진보적 장애인운동은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이야기를 앞서 할 수 있다”라면서 “예를 들어 이동권이 가장 절실했던 장애인 투쟁의 과실을 지금 노약자 등이 함께 누리고 있는 것처럼, 일자리·교육·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선도적인 투쟁을 이끌 수 있기에, 장애인운동만큼 혁명적인 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부대표는 “따라서 장애인운동이 더욱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투쟁했으면 좋겠다”라면서 “또한 중앙이 아닌 지역을 장악해 민중 속으로 파고들어야 실질적으로 자본주의에 맞선 대안 이데올로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운동을 더욱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장애인 대중의 이해관계 넘어선 대중운동 조직으로 발전해야”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사회당 장애인위원회 구교현 사무국장은 진보 장애인운동의 ‘직접행동’이 하나의 세력으로 구축되는데 중요하게 이바지했다고 평가하면서 당면 과제를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진보신당 강상구 부대표(사진 왼쪽)와 사회당 장애인위원회 구교현 사무국장.
구 사무국장은 “다수자를 기반으로 다수결의 원리를 중심으로 하고 경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된 현재의 체제에서는 다양성이 무시되고 소수자의 요구에 대해 둔감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에 2000년 이후 한국의 진보적 장애인운동은 다수자들의 활동 공간을 점거해 자신의 요구를 비타협적으로 제기하는 ‘직접행동’을 통해 하나의 세력을 구축하면서 외국보다 단기간에 다양한 성과를 축적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라고 평가했다.
구 사무국장은 “앞으로 진보적 장애인운동이 진보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자립생활센터 등 현장단위들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또한 주요 활동가 집단인 뇌병변장애인들이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은 발달장애와 같은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자기 문제화할 수 있는지도 정체성을 가늠하는 일정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사무국장은 “또한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현안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와 같은 불합리한 심사체계를 폐지하고 복지의 수준과 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라면서 “따라서 실질적 부자증세 및 금융자본에 대한 과세를 통해 사회복지예산 확보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장애인운동 내의 다양한 목소리, 적극적으로 함께해야”
▲장애인운동 안에서 장애여성, 섹슈얼리티 등을 말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운동 안에서 장애여성운동이 부문으로 남겨지는 고민을 토로하면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의 등 그동안 함께하기 어려웠던 주제 등을 통해 장애여성운동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을 당부했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도, 여성 또는 장애인 중 하나로 분리하는 방식도 우리의 삶과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았다”라면서 “장애여성의 문제는 전 생애와 일상에 걸친 문제이기에 우리는 장애와 성별이 교차하고 공존하는 경험을 가진 장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여성운동, 장애인운동, 인권운동 등 다양한 운동진영을 접하면서 우리의 고민과 맞닿은 부분에서 연대해 나갔다”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인이동권투쟁 초기에는 남성중심의 일상문화와 투쟁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논의구조조차 없다가 2003년 여성위원회, 2007년 반성폭력위원회 등을 거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늘 주요한 투쟁 사안에 밀렸다”라면서 “또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420장애인차별철폐주간에 별도의 행사를 진행했지만, 장애인운동 안에서 장애여성운동이라는 사안이 부문 혹은 하나의 영역으로 남겨진다는 고민으로 2006년경 중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한 전장연의 노력에도 여전히 만나기 어려운 주제들이 많다”라면서 “예를 들면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던 공감은 외국연수를 통해 고민을 정리해서 언론에 기고했지만, 인터넷 논쟁이 약간 있었을 뿐 장애인운동 안에서 이 고민이 더는 확산하거나 발전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2000년대 초반에 장애여성의 존재와 목소리를 알려나갔던 것처럼 앞으로 장애인운동 안에서도 더욱 새로운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며 세분화되어 갈 것”이라면서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운동이 많은 변화를 시도했고 변화한 부분도 많은 만큼, 그 가능성과 도전을 믿고 있으며 또 그 변화에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할 내적 역량, 조직의 단단함 갖춰야”
▲운동이 성장 단계로 진입할 때 조직의 내적인 역량을 돌아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
네 번째 토론자인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는 박경석 부회장의 체제 변혁까지 닿아 있는 문제의식을 적극 지지하면서, 현실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고민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박 상임이사는 “이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서 장애인운동은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합법적인 운동에 기울어졌던 진보운동에 불복종운동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운동의 발전을 견인하기까지 했다”라면서 “‘이동권’이라는 새로운 인권의 목록을 확실히 법적인 권리로 승인받기까지 한 운동이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박 상임이사는 “또한 지난 10년간의 장애인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쟁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었고, 이 법률의 현실화를 위한 투쟁들이었다”라면서 “앞으로 이 법률에서 선언 조항으로 돌려졌던 많은 부분을 현실에서 구체화하는 것은 장애인운동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진보 장애인운동의 앞날에 대해 “운동의 단계가 초기를 지나서 성장의 단계로 진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운동은 상당한 혼선을 빚게 된다”라면서 “문제는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대처하는 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할 만한 내적인 역량, 조직의 단단함이 갖추어져 있는가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자본주의 주류 체제에는 죽어도 편입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이 중심이 되어 체제의 변혁까지 바라보는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물리적 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과 추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급투쟁에 기초해 장애해방 규정해야”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은 정태수 열사가 지녔던 ‘장애해방’의 염원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인간해방’을 염원했던 다른 열사들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며, 계급투쟁에 기초한 장애해방의 재규정을 강조했다.
▲계급투쟁에 기반을 둔 장애해방 운동은 인간해방 운동과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하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
김 의장은 “계급운동의 관점에서 장애인운동의 독자적인 전략과 전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운동에 대한 계급적 해석과 함께 다른 민중투쟁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집회 중심의 연대를 넘어서서 노동자를 비롯한 기층 민중들의 투쟁에 함께하며 서로 이해를 높이는 것은 장애인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또 다르게 총체적인 사회 모순에 대한 인식과 변혁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이러한 활동은 장애해방운동에 대한 기층 민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어 “사회의 운영원리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기초로 재구성이 된다면, 국제장애인권리조약에서 규정한 것처럼 ‘장애는 점진적으로 변하는 개념’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계급투쟁에 기초한 ‘장애해방’의 재규정은 ‘인간해방’이라는 열사들이 지향했던 사회로 나아가는데 장애해방운동이 해야 할 역할을 해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자립생활센터 등 현장 단위에서 투쟁보다는 사업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질적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그보다는 계속 이어지는 장애인운동투쟁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장애인활동가들이 노동자집회에도 가야 하는 이유, 연대하는 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 등을 나눌 수 없는 여건의 측면이 크다”라고 제시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이해 열린 '장애해방운동 10년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 함께웃는날 김도현 편집장의 사회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아 ‘장애해방운동 10년의 평가와 과제’ 기념 토론회가 1일 늦은 3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1988년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직업훈련생으로 입학했다가 정태수, 박흥수 열사를 만나 장애인운동의 길에 들어선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박경석 부회장이 맡았다. 이어 진보정당, 장애여성단체, 인권단체, 열사추모단체 등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토론자들이 나와 지난 10년간의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했다.
“장애인운동조직, 희망의 물리적 근거로 기능해야”
▲운동 단체의 사명은 희망의 물리적 근거로 기능하는 데 있다고 이야기하는 박경석 부회장. |
박경석 부회장은 “두 열사는 장애인의 문제가 ‘내 탓이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탓’이라는 것을, 그래서 비참한 장애인의 현실을 바꾸려면 사회를 ‘개량’도 아니고 ‘변혁’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라면서 “그들은 물리적 근거로 기능하는 장애인운동조직을 건설하려고 했다”라고 회고했다.
박 부회장은 두 열사가 심신장애자복지법 개정과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의 양대 법안 투쟁, 정립회관 시설비리 투쟁, 최정환·이덕인 열사 투쟁, 장애인노동권 쟁취 투쟁의 과정에서 점거와 단식, 삭발, 도피와 감옥생활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를 관통하며 현장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온몸과 마음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에 들어 박흥수 열사는 가난과 절망스런 현실운동에 고민하다가 지병인 당뇨와 음주로, 정태수 열사는 헌신적인 활동을 하다가 과로에 의한 심근경색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박 부회장은 “장애인운동에서 가장 왼쪽의 이념으로 현장에서 장애민중을 만나고 조직하고 투쟁하려던 조직운동은 재정의 어려움을 겪다가, 1998년 한국장애인연맹과의 통합 과정에서 물리적 근거를 상실했다”라면서 “그러다가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장애인이동권 투쟁은 중증장애인을 장애인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며 단절되었던 투쟁의 역사를 새롭게 복원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장애인들에게 의미 있는 법률은 2001년 이후 비타협적이면서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전술을 통해 대중적인 힘을 모아 투쟁하면서, 그 힘을 가지고 입법화하는 과정을 겪으며 제정됐다”라면서 “그 결과 제도도 많이 만들어지고 예산도 늘었지만, 2001년의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과 비교할 때 마이너스 백(-100)의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마이너스 팔십(-80) 수준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박 부회장은 “또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지난 2007년에 건설되고 함께 하는 단위들도 급성장했지만, '활동가'가 어느새 '직원'으로 바뀌는 등 양적인 성장이 곧 질적인 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실이 아프게 남아 있다”라면서 “하지만 운동단체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희망의 물리적 근거로서 기능하는 데 있다는 점은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진리이며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대표가 장애해방운동 10년의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
“모든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장애인운동, 혁명적”
이어 진보신당 강상구 부대표가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섰다. 강 부대표는 진보 장애인운동이 자본주의에 맞서 대안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 부대표는 “장애인운동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에 대해 엄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예를 들면 좌파 경제학자들은 조만간 자본주의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자 극우들도 복지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대표는 “자본주의 위기가 닥치기 전에 진보적 장애인운동은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이야기를 앞서 할 수 있다”라면서 “예를 들어 이동권이 가장 절실했던 장애인 투쟁의 과실을 지금 노약자 등이 함께 누리고 있는 것처럼, 일자리·교육·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선도적인 투쟁을 이끌 수 있기에, 장애인운동만큼 혁명적인 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부대표는 “따라서 장애인운동이 더욱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투쟁했으면 좋겠다”라면서 “또한 중앙이 아닌 지역을 장악해 민중 속으로 파고들어야 실질적으로 자본주의에 맞선 대안 이데올로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운동을 더욱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장애인 대중의 이해관계 넘어선 대중운동 조직으로 발전해야”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사회당 장애인위원회 구교현 사무국장은 진보 장애인운동의 ‘직접행동’이 하나의 세력으로 구축되는데 중요하게 이바지했다고 평가하면서 당면 과제를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진보신당 강상구 부대표(사진 왼쪽)와 사회당 장애인위원회 구교현 사무국장. |
구 사무국장은 “다수자를 기반으로 다수결의 원리를 중심으로 하고 경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된 현재의 체제에서는 다양성이 무시되고 소수자의 요구에 대해 둔감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에 2000년 이후 한국의 진보적 장애인운동은 다수자들의 활동 공간을 점거해 자신의 요구를 비타협적으로 제기하는 ‘직접행동’을 통해 하나의 세력을 구축하면서 외국보다 단기간에 다양한 성과를 축적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라고 평가했다.
구 사무국장은 “앞으로 진보적 장애인운동이 진보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자립생활센터 등 현장단위들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또한 주요 활동가 집단인 뇌병변장애인들이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은 발달장애와 같은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자기 문제화할 수 있는지도 정체성을 가늠하는 일정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사무국장은 “또한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현안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와 같은 불합리한 심사체계를 폐지하고 복지의 수준과 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라면서 “따라서 실질적 부자증세 및 금융자본에 대한 과세를 통해 사회복지예산 확보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장애인운동 내의 다양한 목소리, 적극적으로 함께해야”
▲장애인운동 안에서 장애여성, 섹슈얼리티 등을 말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 |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운동 안에서 장애여성운동이 부문으로 남겨지는 고민을 토로하면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의 등 그동안 함께하기 어려웠던 주제 등을 통해 장애여성운동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을 당부했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도, 여성 또는 장애인 중 하나로 분리하는 방식도 우리의 삶과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았다”라면서 “장애여성의 문제는 전 생애와 일상에 걸친 문제이기에 우리는 장애와 성별이 교차하고 공존하는 경험을 가진 장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여성운동, 장애인운동, 인권운동 등 다양한 운동진영을 접하면서 우리의 고민과 맞닿은 부분에서 연대해 나갔다”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인이동권투쟁 초기에는 남성중심의 일상문화와 투쟁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논의구조조차 없다가 2003년 여성위원회, 2007년 반성폭력위원회 등을 거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늘 주요한 투쟁 사안에 밀렸다”라면서 “또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420장애인차별철폐주간에 별도의 행사를 진행했지만, 장애인운동 안에서 장애여성운동이라는 사안이 부문 혹은 하나의 영역으로 남겨진다는 고민으로 2006년경 중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한 전장연의 노력에도 여전히 만나기 어려운 주제들이 많다”라면서 “예를 들면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던 공감은 외국연수를 통해 고민을 정리해서 언론에 기고했지만, 인터넷 논쟁이 약간 있었을 뿐 장애인운동 안에서 이 고민이 더는 확산하거나 발전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2000년대 초반에 장애여성의 존재와 목소리를 알려나갔던 것처럼 앞으로 장애인운동 안에서도 더욱 새로운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며 세분화되어 갈 것”이라면서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운동이 많은 변화를 시도했고 변화한 부분도 많은 만큼, 그 가능성과 도전을 믿고 있으며 또 그 변화에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할 내적 역량, 조직의 단단함 갖춰야”
▲운동이 성장 단계로 진입할 때 조직의 내적인 역량을 돌아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 |
네 번째 토론자인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는 박경석 부회장의 체제 변혁까지 닿아 있는 문제의식을 적극 지지하면서, 현실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고민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박 상임이사는 “이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서 장애인운동은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합법적인 운동에 기울어졌던 진보운동에 불복종운동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운동의 발전을 견인하기까지 했다”라면서 “‘이동권’이라는 새로운 인권의 목록을 확실히 법적인 권리로 승인받기까지 한 운동이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박 상임이사는 “또한 지난 10년간의 장애인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쟁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었고, 이 법률의 현실화를 위한 투쟁들이었다”라면서 “앞으로 이 법률에서 선언 조항으로 돌려졌던 많은 부분을 현실에서 구체화하는 것은 장애인운동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진보 장애인운동의 앞날에 대해 “운동의 단계가 초기를 지나서 성장의 단계로 진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운동은 상당한 혼선을 빚게 된다”라면서 “문제는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대처하는 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할 만한 내적인 역량, 조직의 단단함이 갖추어져 있는가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자본주의 주류 체제에는 죽어도 편입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이 중심이 되어 체제의 변혁까지 바라보는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물리적 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과 추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급투쟁에 기초해 장애해방 규정해야”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은 정태수 열사가 지녔던 ‘장애해방’의 염원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인간해방’을 염원했던 다른 열사들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며, 계급투쟁에 기초한 장애해방의 재규정을 강조했다.
▲계급투쟁에 기반을 둔 장애해방 운동은 인간해방 운동과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하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 |
김 의장은 “계급운동의 관점에서 장애인운동의 독자적인 전략과 전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운동에 대한 계급적 해석과 함께 다른 민중투쟁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집회 중심의 연대를 넘어서서 노동자를 비롯한 기층 민중들의 투쟁에 함께하며 서로 이해를 높이는 것은 장애인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또 다르게 총체적인 사회 모순에 대한 인식과 변혁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이러한 활동은 장애해방운동에 대한 기층 민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어 “사회의 운영원리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기초로 재구성이 된다면, 국제장애인권리조약에서 규정한 것처럼 ‘장애는 점진적으로 변하는 개념’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계급투쟁에 기초한 ‘장애해방’의 재규정은 ‘인간해방’이라는 열사들이 지향했던 사회로 나아가는데 장애해방운동이 해야 할 역할을 해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자립생활센터 등 현장 단위에서 투쟁보다는 사업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질적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그보다는 계속 이어지는 장애인운동투쟁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장애인활동가들이 노동자집회에도 가야 하는 이유, 연대하는 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 등을 나눌 수 없는 여건의 측면이 크다”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