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장애민중선거연대와 새누리당이 13일 이른 11시 국회 의원회관 104호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
새누리당이 13일 99%장애민중선거연대, 2012장애인총선연대(아래 총선연대)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다. 장애인계 양대 선거연대체에서는 새누리당의 장애인 공약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날 이른 11시부터 1시간 40분 동안 국회 의원회관 104호에서 열린 99%장애민중선거연대와 새누리당 간담회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는 장애인계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신청자격을 1급에서 2급까지 확대하는 식의 문제로만 이해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장애인계의 요구는 장애판정기준과 다른 서비스판정기준으로 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따라 서비스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정선 장애인위원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아직 결론이 난 문제는 아니며, 국민연금공단에서 진행 중인 장애인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의 결과 등을 기다려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태곤 소장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한 조사로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사람 중에는 장애인이 상당수가 있는데, 예를 들어 소득이 없는 고령의 부모가 재산이 조금 있다는 이유 등으로 삼사십 대의 장애인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면서 “따라서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겠지만, 당장에 이를 하기 어렵다면 이들에 대한 특례를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보건복지위원회 이영찬 수석전문위원은 “부양의무제를 폐지해 부모와 자녀 관계를 아예 무시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 정서상 어렵다”라면서 “그렇다고 제도를 경직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은 아니기에 주택 등 재산의 소득환산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현재 고려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장애인은 노동을 할 수 있음에도 노동의 기회조차 주지 않기에 결국 장애인들은 살기 위해서는 수급자가 되려고 발버둥칠 수밖에 없다”라면서 “따라서 장애인복지관에 장애인고용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기존의 체계에서 장애인이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대표는 수화를 언어로 인정해 법적 권리를 보장할 것, 한국정신장애인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장애인복지법이 아닌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아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서 배제돼 정신병원 등에 수용된 정신장애인의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99%장애민중선거연대에서는 장애등급과 가구소득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잔여적 복지서비스가 한계에 부딪쳤다고 보고 있기에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이야기하고 있다”라면서 “새누리당이 기존의 잔여적 복지서비스 체계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닌지를 말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정선 장애인위원장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라면서도 “내가 폐기를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야당과 달리 여당은 정부와의 협의 속에서 책임질 수 있는 답변을 해야 하므로 어떤 약속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라고 답했다.
![]() ▲13일 늦은 3시 이룸센터 교육실에서 열린 총선연대와 새누리당 간담회 모습. |
이어 총선연대와 새누리당의 간담회가 늦은 2시 이룸센터 교육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에 참석해 새누리당의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장애인 공약을 크게 △장애인 맞춤 교육 △장애인 일자리 기회 확대 △장애인 맞춤 복지정책 등 세 부문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특히 이 정책위의장은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대해 “새누리당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법이 단순히 서비스 지원이 아니라 권리장전을 포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아닌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정책위의장은 총선연대가 요구한 대통령 산하 장애인위원회 상설화에 대해서는 “현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위원회의 운영 내실화가 우선해야 한다”라고 밝혔으며, 여성장애인기본법 제정 또한 “이미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별도의 법이 아닌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여성의 권리를 강화키로 한 바 있고, 남성장애인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있다”라고 설명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최동익 상임대표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화를 나눌 때 박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산하 장애인위원회 상설화에 대해 약속한 바가 있는데 두 달 만에 이를 번복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원종필 사무총장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제외하고는 장애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공약이 빠져 있다”라면서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위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여당의 공약이 보수적이고 인색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 공약은 너무 부족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 “또한 총선연대가 요구한 공약의 뉘앙스를 잘못 이해한 부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정책위의장은 “기대만큼 담지 못했다는 질책은 받아들이겠지만, 이 정도 공약도 2조8천억 원이 필요하다”라면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