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싸고 맛있는 청국장으로 점심 식사한 후 서울대를 거치거나, 서울대에서 세미나나 토론회 후 글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 경우 신림선 경전철을 이용하게 된다. 한가한 때 경전철을 타면 잠깐 쉬면서 시간 보내기 좋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그 경전철 종착역인 샛강역에서 전동휠체어 이용인이 선로에 떨어져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페이스북을 통해 접했다.
6월 7일 뉴스핌 기사에 따르면, 샛강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승객 A씨가 스크린도어와 충돌 후 선로 아래로 떨어졌는데, 사고 당시에 승강장엔 열차가 없었고, 역사 내 인근 승객들의 신고로 A씨는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단다. 사고 이후 남서울경전철은 안전 점검차 신림선 전 열차의 운행을 중단했고, 36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단다. (출처: 신림선 샛강역서 전동휠체어 추락... 40여 분만에 운행 재개, 뉴스핌, 2025년 6월 7일 기사)
처음엔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지만, 이후 이 사고와 관련된 수십 개 기사를 네이버를 통해 봤다. 기사 제목을 보면 ‘샛강역 전동휠체어 추락’이라는 표현이 담긴 기사들이 적지 않다. 물론 ‘전동휠체어 탄 시민 선로 추락’ 등 사람이 포함된 제목의 기사가 나와 있고, 세보니 대략 10개 정도 됐다. 하지만 사람이 빠진 ‘샛강역 전동휠체어 추락’ 등의 기사 제목이 더 많다.
실제 장애인이 다쳤지만, 이런 기사 제목들을 보면 전동휠체어만 추락한 거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더군다나 장애인의 목숨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인상마저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도 사람이고, 사회의 한 구성원 아닌가?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명, 생명권이 있지 않은가?
기사 내용과 관련해선 추락사고가 났고, 사고를 당한 승객 병원으로 이송됐고, 사고 수습했다는 식의 기사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물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걸로 알려졌다’,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기사 내용이 포함된 언론도 컨슈머 사이트, 인사이트, 뉴스핌 등을 포함해 한 5개 정도 있었지만, 사고 수습 등의 내용에 치우친 기사들이 거의 대부분인 걸 보면, 장애인이 죽든 살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게 사회의 인식이 아닌가 느끼게 된다. 장애인은 투명인간이라는 느낌마저 받는다.
일부 언론에선 기사 내용 중에 추락사고의 원인을 ‘휠체어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았다’, ‘남서울경전철에 따르면 시민은 휠체어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스크린도어를 밀고 선로로 추락했다.’, ‘A씨의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가 들어왔다’는 식의 내용이 있다. 전동휠체어 이용인이 잘못해 사고가 났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전동휠체어 조작 미숙이 사고의 직접적 요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크린도어의 효율성과 설치 기준, 승강장 안전시설의 구조적 문제점, 전동휠체어 이용인과 관련된 안내 시스템 부족, 승강장과 스크린도어 사이의 안전거리, 전동휠체어의 비상 제동 장치 작동 여부 등 제도적, 환경적 요인에 대한 언급이 기사엔 전혀 없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추락사고 책임을 전동휠체어 이용인 개인에게만 돌리는 우를 독자들은 범할 수 있다.
그나마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 승강장 안전시설 작동 여부가 주된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된 언론 ‘공감신문’ 기사가 나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사란 생각이 든다. 서울시와 남서울경전철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라,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 그 기사엔 없었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기사들을 보면, 장애인은 투명인간이고, 이번 사고의 책임은 장애인에게만 전가하는 느낌 등 장애인을 차별한다는 인상과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는 장애인이 사고를 겪을 시 적어도 장애인의 안전과 생명 여부를 먼저 알리고, 사고와 관련해 개인과 관련된 요인만이 아닌 제도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 등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부터 시작해 최근 3년 전엔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추락해, 한 장애인이 사망한 사고 등 잊을만하면 나오는 지하철역 내 장애인 사망사고 소식이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인의 안전과 이동권 보장에 대해 깊게 고민하길 바라며 말이다. 부디 장애인 이동권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사회가 현실로 다가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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