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4일 늦은 3시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 아래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 장관 따라잡기 투쟁을 선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420공투단이 종각역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다”라면서 “한 나라의 복지를 책임지는 수장인 복지부 장관이라면 왜 장애인들이 햇볕도 안 드는 곳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지 한 번은 와서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이 회장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의 요구에 대해 복지부 입장에서 어느 것이 가능하고 어느 것이 불가능한 것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면서 “우리의 계속된 면담 요청에도 만나주지 않겠다면 결국 우리가 직접 만나러 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최석윤 회장은 “장애인과 가족의 요구는 365일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라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외침이 십년 이상 되풀이되고 있지만 그들의 귀는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최 회장은 “그렇다면 이제는 이판사판으로 둘 중 하나가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싸울 때가 된 것이 아니냐?”라면서 “더는 장애인이 이 자리에 나와서 호소하듯이 이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서구햇빛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성진 소장은 “등급이 하락해 서비스를 박탈당할까봐 전전긍긍하고, 가족들이 재산이 있으면 수급권도 박탈당하고, 여전히 발달장애인이 사각지대에 있는 현실에서 사람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장애인은 잘 산다’라고 말하니 이 얼마나 답답한가?”라면서 “복지부 장관은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언론보도를 보면 복지부가 244억 원의 돈을 들여 한 업체에 사회복지통합전산망 개발을 맡겼는데 두 달 만에 오류 등으로 말미암아 8만여 건의 민원이 쏟아졌다”라면서 “그럼에도 복지부는 그 업체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준공평가를 내리고 무상 수리 기간에 유상으로 수리하는 등 계속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주었는데 왜 수급자는 차갑게 잘라내고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99%장애민중선거연대 오영철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5일까지 정책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로부터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라면서 “복지부 스스로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다면 앞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13일 사회복지사의 날 기념식,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 등에 찾아가 복지부 장관 면담을 직접 요청할 것을 공개적으로 이 자리에서 밝힌다”라면서 “만약 우리의 면담에 응하지 않는다면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유엔에스캅 정부고위간회의 때까지 우리의 따라잡기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420공투단은 최옥란 열사 추모 10주기인 지난달 26일에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시작을 선포하고 종각역에서 농성을 10일째 이어가고 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