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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11 총선에는 246개 지역구에서 927명이 후보로 등록하고 지난달 29일부터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들 중 중증장애인 후보는 몇 명일까? 단 2명뿐이다. 청주 흥덕구갑에 출마한 이응호 후보(뇌병변장애 1급, 진보신당)와 부산 금정구에 출마한 장향숙 후보(지체장애 1급, 민주통합당)이다. 비마이너는 5일 하루 이응호 후보의 선거운동에 동행하면서 지역구에 출마한 중증장애인 후보가 겪는 어려움 등을 살펴보았다.

 

▲이응호 후보가 유권자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장애와 가난, 군소정당의 설움


늦은 1시 30분께 수곡동 한솔초등학교 인근 상가 주차장에서 이응호 후보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1970년생인 이 후보는 청주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처음으로 시작해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가 도입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어 다사리장애인야학과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들어 중증장애인의 교육과 자립생활을 위한 토대를 쌓았다. 이와 같은 활발한 활동으로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진보신당 장애인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후보를 따라 상가 내 사무실로 들어가니 대여섯 명의 선거사무원들이 있었다. 대부분 이 후보처럼 전동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이다. 이들은 평일 유세를 도맡아 하는 중증장애인 유세단이다. 주말에는 중증장애인 유세단에 더해 주로 진보신당 당원들이 선거사무원 또는 자원봉사자로 함께한다.


이 후보는 “내가 수급자라서 다른 후보들처럼 유급 선거사무원을 쓸 수가 없다”라면서 “그래서 중증장애인 동료들이 무급 선거사무원으로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시 흥덕구갑에 출마한 후보자들. 이응호 후보는 6번을 받았다. 민주통합당 오제세 후보가 3선에 도전하고 있다.

 

이때 사무실로 들어온 정상식 선거사무장이 이 후보의 몸 상태가 괜찮은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 후보는 고된 선거운동 일정과 최근 추워진 날씨 탓에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에 참석한 지역방송 토론회에서는 정작 몸이 괜찮았지만, 전날 밤 약 기운 때문에 토론회 준비를 충실히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답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CJB 청주방송 토론회 참석 여부를 두고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사전 실무진의 협의를 무시하고 토론회 전날 오전에 보도국장이 장애를 이유로 토론회 참석은 불가능하고 정견 발표만 가능하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진보신당은 급히 성명을 발표하고 규탄 기자회견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히 이날 오후에 방송사 측에서 태도를 바꿔 이 후보의 토론회 참석을 확정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 후보는 “이것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수준이고 현실이라는 생각에 말 그대로 착잡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정 사무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세 차례 이어진 지역방송 토론회 참석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주 KBS만이 국회의원 의석수 5인 이상 정당 후보자 등 자체 선거방송준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달 29일 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참석을 배제했다.


정 사무장은 “KBS는 선거본부의 항의에도 토론의 효율성, 타 지역 간 등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며 끝내 토론회에 초청하지 않았다”라면서 “민영방송사들도 이 후보를 토론회에 초청하는데, 공영방송사인 청주KBS가 앞장서야 할 중증장애인후보자의 참석을 배제한 꼴이 되었다”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와 선거사무원들은 늦은 2시께 사무실에서 나왔다. 원래 계획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다사리장애인야학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운전 봉사를 하는 사람이 활동보조 중이라서 그 시간에 맞춰 오기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후보는 “그 사람도 먹고살아야 하니까…”라고 양해를 구하듯이 말하며 대열의 선두에 섰다.

 

▲거리를 행진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장애인이 힘들게 왜 나왔느냐?”


장애로 말미암아 이 후보와 중증장애인 유세단은 시민과 마주치는 짧은 시간에 악수를 하거나 많은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들은 마주치는 시민에게 인사를 건네고, 지지를 호소하는 한두 마디를 덧붙이는 정도에서 이 후보를 알리고 있었다.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이었다. 차에 탄 사람들이 '화이팅'을 외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은 늦은 2시부터 4시까지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거쳐 서원대에 이르는 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이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중증장애인에게 집중되는 시선과 ‘장애인이 힘들게 왜 나왔느냐?’와 같이 상처를 주는 말들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사무장은 “처음에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도 하기 어려운데, 장애인이 어떻게 국회의원을 하느냐?’라는 말하는 등 중증장애인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컸다”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방송 토론회, 선거공보를 통해 누구나 이 후보를 알게 되어 분위기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애인 선거사무원은 “특히 나이 든 분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해 모진 말들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초등학생들은 이 후보를 보면 ‘열심히 하세요’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했다”라면서 “어쨌든 장애인도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수 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시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결국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절실하고도 효과적인 선거운동 방식이었다. 하지만 물리적 환경도 녹녹치 않았다. 경사가 가파른 길을 위험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했으며, 수시로 나타나는 거리의 턱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넘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줄지어 가는 전동휠체어 대열을 반지원정대로 칭하며 웃는 등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턱을 넘는 모습.

 

“가난한 선본이…”

 

서원대에 도착한 이 후보와 선거사무원들은 늦은 4시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김순자 후보와 서원대 청소노동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 함께했다. 김 후보는 “청소노동자는 최저로 임금을 받으면서 일은 최고로 한다”라면서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간담회 마지막 순서로 이 후보는 김 후보에게 ‘돈봉투’라고 적나라하게 적힌 소정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었다. 후원금을 받은 김 후보는 “가난한 선본이…”라며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늦은 5시께 이 후보와 선거사무원들은 유세를 위해 분평동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학생 중 몇 명이 이 후보를 보고 ‘진보신당 화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한 시각도 있었다. 영어교육과에 다닌다고만 밝힌 한 남학생은 “장애인도 국회의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응호 후보가 선거운동본부에서 십시일반 마련한 후원금을 비례대표 1번 김순자 후보에게 전달하는 모습.

 

“가능하다. 현실에 얽매여 보지 못하는 것일 뿐…” 


이 후보는 청주 지역 중증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수급자 확인조사로 수급권에서 탈락한 사람이 많고 일자리도 없어서 그냥 집에 계신 분들이 많은 실정”이라면서 “그래서 지역 내에 보장구와 장애인생산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 등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에는 서울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지만 국고 180시간, 도 80시간, 시 60시간을 받으면 최대 월 320시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여전히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중증장애인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폐지와 고물 등을 모아 하루하루 먹고사는 노인분들이 많아 안타깝다”라면서 “이 때문에 어떠한 자산심사나 노동요구 없이 정기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라고 밝혔다.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 여부에 대해 이 후보는 “토지보유,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투기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와 함께 MB정부의 부자감세를 되돌린다면 기본소득에 필요한 예산 마련은 불가능하지 않다”라면서 “사람들은 현실에 얽매여 이를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1시간 넘게 걸려 유세 장소인 분평동 주민센터 앞에 도착했다. 저녁 6시 30분, 선거사무원들이 총동원되어 퇴근길에 나선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아야 할 시간이지만, 두 명의 젊은 비장애인 선거사무원만이 보충됐다.

 

그래도 선거유세 차량이 왔기에 이제 마이크를 이용한 유세가 가능하다. 이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유세를 시작했다. “1%가 아니라 99%를 위한 세상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이 후보는 이번이 첫 출마이기 때문에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목표를 이룰 때까지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이 지역구 선거를 통해 당당히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분평동 주민센터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1%가 아니라 99%를 위한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응호 후보.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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