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04.12 15:50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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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과 작은자야학 교사들의 연극모임 <극단적게으른사람들>이 연극연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야학 수업이 끝난 밤 열 시, 민들레야학에 모여 연극연습을 시작한다. 연습은 새벽 네 시경 끝난다.


“울다가 웃다가, 살기도 힘들고 죽기도 힘들구나 싶었어요.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바뀌면서 너무 힘들어서 자살을 몇 번 시도하기도 했죠. 그래서 자살에 대한 연극 내용이 많이 공감 갔어요.” 연극을 본 민들레장애인야학(아래 민들레야학) 박길연 교장의 말이다.
  
지난 6, 7일 인천 민들레야학과 작은자야학 교사들의 연극모임 ‘극단적게으른사람들’(아래 극게사)의 두 번째 창작극 ‘잘 지내고 있나요-’가 인천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상연됐다. 

3면이 터 있는 돌출무대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가깝게 좁혔다. 객석에는 휠체어를 타고 온 관객들이 여기저기 꽤 많이 눈에 띄었다. 공연 시작 전 안내 말도 흥미로웠다. “활보(활동보조)분들도 휴대전화 다 꺼주세요!” 

이번 창작극은 '자살'을 소재로 다루고 있으나 대학 내 동아리라는 배경 덕분에 밝고 가벼운 분위기였다.
 
연극은 자살연구동아리에 새내기 신입생 김현식이 들어오면서 진행된다. 그들은 자살에 대해 연구하며 대학 내에서 누군가 자살하면 그 사건을 취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불쑥 이르미라는 여인이 자살하겠다며 찾아온다. 연극은 이르미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실 자살이 동아리회원 한 명 한 명, 모두의 과거였음이 밝혀지면서 지난 시간 동안 봉합돼 있던 그들의 상처가 조심스레 드러난다. 

그러나 그 상처에서 또 한 번 깊숙이 숨어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있다. 요절한 가수 김광석과 이름이 같은 광석은 삶에서 자살을 시도해본 적은 없으나 이 연극에서 죽음에 가장 가까이 서 있다. 그는 가족의 죽음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고, 그 기억이 그의 삶 한가운데에 구덩이처럼 움푹 파여 있다. 

마지막 장면, 이 세계에서는 이미 죽었지만 광석의 기억에는 생생히 살아 있는 그의 동생이 무대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의 기억이 무대 위에서 재현된다. 결국 광석은 온몸을 웅크리고 운다. 그의 등이 들썩인다. 그렇게 충분히 시간이 흐르고 조명이 바뀐다. 광석은 다시 일어나 넥타이를 맨다.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그는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며 일하러 떠난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극단적게으른사람들>의 연극연습 사진.


이번 공연을 본 홍태영 씨는 “극 흐름 자체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라며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극게사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밝히며 "특히 주변에 힘들어하고 있는 20, 30대가 많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창작하게 되었다"라고 배경을 소개했다.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야학 교사들의 연극모임 극게사 단원 중에는 이미 야학 내에서 연극수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또 연극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지난 학기 야학에서 연극 보조강사로 참여했다는, 작은자·민들레야학 교사이자 이번 연극 연출을 맡은 이경진 씨는 “비장애인은 손을 뻗으면 그냥 직선이지만, 장애인은 손을 뻗으면 곡선이 된다”라며 “그 자체가 연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극에서 손동배 역을 맡은 민들레야학 박장용 교사는 “야학에서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힘든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잦은데 그 중 자살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라며 “삶의 힘든 부분을 절절하게 살아오신 분들 앞에서 이런 주제를 꺼내는 게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관객들이 연극을 어떻게 보셨을지 너무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대학 연극동아리를 거쳐 야학에서 만난 오래된 벗들이 이루고 있는 극게사는 단단한 연극공동체에 가까웠다. 연극배우이자 야학 교사인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야학 교육 현장에서 그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연극적 경험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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