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과 기초법개정공동행동(아래 기초법공동행동)은 17일 늦은 2시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420공투단과 기초법공동행동의 이번 면담 요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아래 기초법)의 부양의무제 폐지 또는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한 다른 당과 달리 새누리당이 아무런 공약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박 비대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새누리당의 기초법 개정 의사를 확인하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건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한 박원석 당선자(통합진보당)는 “시대가 바뀌어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맞춤형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라면서 “또한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기초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은 결국 복지와 빈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들장애인야학 이준수 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고 서른 살이 된 지금까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 부모의 짐으로 남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부모는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를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부양의무제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도 없고 장애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라면서 “하루속히 부양의무제가 폐지돼 또 다른 이준수가 없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지영 운영위원장은 “뇌병변장애 1급인 남편과 함께 장애인 부부 수급자로 근근이 살아가다가 최근 왕래도 없던 시아버지가 돈을 벌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비를 삭감당한 일이 있다”라면서 “다행히 일이 잘 풀려 원래대로 수급비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내가 당해보니 수급권 박탈 등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라고 전했다.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최완규 장애인위원장은 "19대 국회가 시작되면 정당 간의 힘겨루기 등으로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고 한동안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기초법 개정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아직 18대 국회가 끝난 것은 아니므로 남은 기간 동안 기초법 개정을 가능하게 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기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현행 유지’의 뜻을 밝혔다”라면서 “이것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최저생계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음에도 수급권조차 받지 못하는 103만 명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없는 복지는 위선이라고 선언하는 바이다”라면서 “면담 요청에 응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말로만 복지가 아닌 진짜 복지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박근혜 비대위원장 면담 요청서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새누리당 민원실 담당자가 기자회견 장소로 나와 접수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script type="text/javascript"> </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