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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0일 투쟁결의대회에 참가한 중증장애인이 “자본의 속도가 아니라 장애인의 속도로 걷겠다”라며 아스팔트 바닥을 온몸으로 기어서 행진하고 있다.


늦은 5시경, 보신각 앞 종로 거리를 중증장애인들이 온몸으로 기어서 가고 있었다. 두 손으로 길 수조차 없는 이들은 ‘데굴데굴’ 온몸을 굴리며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 옆은 방패를 든 경찰이 에워쌌다. 지나가던 시민은 휴대전화를 꺼내어 이 광경을 담았다.  

장애인들은 외쳤다. “자본의 속도에 저항해 장애인의 속도로 걷겠다.” 이들은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를 1시간 동안 기어가며 “이것이 장애인의 속도”라고 다시 한 번 외쳤다.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한 이들이 서울 종각 보신각 앞에 모였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을 비롯해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사회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거부하며, 장애인 차별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3대 요구안으로 내걸고 보신각에서 복지부 앞까지 행진했다. 
 
많은 깃발이 펄럭이던 보신각 앞에서 이날 투쟁결의대회에 온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한 이들이 서울 종각 보신각 앞에 모였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이미경 씨(왼쪽, 뇌병변장애 1급, 43세), 대전에서 올라온 박명용 씨(오른쪽, 뇌병변장애 1급, 43세)


서울 도봉구에 사는 이미경 씨(뇌병변장애 1급, 43세)는 “활동보조를 한 달에 250시간 받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활동보조 시간 확보, 부양의무제 폐지, 주택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수급비 60만 원과 장애수당 15만 원 등 한 달 75만 원 받는데 월세가 40만 원이다”라며 “35만 원으로는 살기 어렵다. 특히 먹는 게 가장 힘들다.”라고 밝혔다.

대전에서 올라온 박명용 씨(뇌병변장애 1급. 43세)는 “제도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라며 “사회 전체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면 우리 요구가 무리일 수 있으나, 장애인과 사회 약자를 배제한 채 막대한 국가 재원을 기업을 위해 쓰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안 나올 수가 있나”라고 성토했다. 

박 씨는 “장애인으로서 살다 보면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아도 삶 자체가 너무 힘들다”라며 “부모님께서 70세가 다 돼 가는데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수급비를 못 받고 지금까지 생활비를 부모님이 대주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그는 “부양의무제는 꼭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집회에 참여한 정효진 양(왼쪽)과 한종희 군(오른쪽). 청각장애 3급인 한 군은 “일상생활에서 수화통역이 필요한데, 2급 이상부터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장애인 등급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집회 현장을 둘러보다가 두 친구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한 친구는 수화로 말하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친구는 구화를 쓰고 있었다.
 
정효진 양(20세)은 “(곁의 친구를 가리키며) 이 친구가 오늘 같이 가자고 해 얼떨결에 오게 됐는데, 친구는 한쪽 귀가 안 들린다”라며 “이 사람들은 10년, 20년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내가 여태껏 이런 사실을 몰라서 이들을 지지해주지 못한 게 마음 아프다”라고 전했다.
 

정 양에게 오늘 집회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는 한종희 군(청각장애 3급, 20세)은 “일상생활에서 수화통역이 필요한데 2급 이상부터 활보를 받을 수 있어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일반학교를 졸업하고 싶어서 초·중·고등학교를 일반학교로 다녔는데 학교 다닐 때 듣기평가를 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한 군은 "학교에선 왜 장애인이 일반학교 다니느냐며 특수학교로 가라고 했었다”라며 “학교에선 친구들이 ‘병신’이라 놀리고 선생님들은 ‘학교 오지 마, 왜 왔어, 농학교 가, 넌 인간도 아니야’라는 말들을 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 혼자 몰래 울기도 했다”라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 ▲인천에서 자립생활을 준비하다 부양의무제 때문에 어려움에 맞딱뜨린 전정순 씨(뇌병변장애 1급)
현재 대전대학교 중국문화과에 재학 중인 한 군은 “이론 위주라서 학교 수업은 크게 지장 없으며, 수화통역이 필요할 때면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통역을 해주고 학교에서 청각장애인 언어보조기를 지원해주고 있다”라며 “하지만 학교에 수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인천 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에 다니는 전정순 씨(뇌병변장애 1급)는 “부양의무자(부모)가 있고 동생들이 잘산다고 수급비도, 영구임대 아파트 신청자격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이러한 부양의무제는 폐지돼야 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 씨는 “세 형제가 10만 원씩 거둬서 한 달 생활비로 30만 원을 주는데 이 중 활동보조 자부담비 10만 원 빼고 나면 20만 원 남는다"라면서 "돈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라고 털어놓았다. 
 
전 씨는 “엄마가 시설로 들어가라고 하는 게 싫어서 집에서 나왔는데 현재 사는 체험홈이 내년 3월로 계약이 끝나 부모님 집에 다시 들어가야 할 처지”라며 “그런데 부모님 집은 주택이라 엘리베이터가 없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임영기 씨는 활동보조인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투쟁결의대회에는 활동보조인들도 함께했다. 

활동보조인연대(준)에서 조직국장을 맡은 임영기 씨는 “활동보조인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라며 “임금과 노동환경이 형편없고 산재적용도 되지 않아 대부분의 활동보조인들이 아르바이트처럼 일해 이직률도 높은데 이러한 부담이 전부 장애인에게 피해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임 씨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바뀌면서 연장근무수당이 천원 인상됐으나 이것은 장애인 바우처에서 나간다”라며 “이러한 카드 돌려막기 식은 안 된다”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한편 이날 투쟁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약 3시간에 걸쳐 보신각에서 보건복지부까지 행진한 뒤 저녁 8시 40분께 집회를 마무리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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