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전국학습지노조 재능지부 투쟁 현장을 찾아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직 차별철폐! 장애인 철폐, 장애인 차별철폐 무엇이 같고 다른가?'라는 주제로 거리특강을 진행했다. 재능노조의 스무 번째 거리특강이 24일 늦은 7시 재능지부 시청농성장에서 열렸다.
이날 특강에서 박 상임공동대표는 "10년 전에는 지하철에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없었다. 2001년 장애인이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타다 사망했고 우리는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요구하며 서울역 선로에 내려가 한 시간 반 동안 지하철을 막았다."라면서 "그제야 장애인 이동의 문제에 대해 사회가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자 법대로 다했다 하다가 계속 요구하니 이번엔 돈이 없다고 하더라"라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저상버스 도입하라니까 저상버스가 돌아다니기에 우리나라 도로환경이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리 보장하는 데 정책결정자들이 예산을 투자할 마음이 없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점거란 점거를 다 하며 4년 동안 투쟁해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저상버스로 바뀌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운행됐다. 이것이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역사이다."
장애인 교육권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등록장애인 260만 명 중에서 45%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고, 초등학교조차 가보지도 못한 장애인은 13%가 넘는다"라면서 "비장애인은 초등학교 안 가면 부모들이 처벌받는데 장애인은 예외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 부모들이 16개 시도 교육청 점거하면서 교육청과 중앙정부를 향해 투쟁했고, 노무현 정권 때 장애인 특수교육법을 제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대부분 장애인은 평생 집구석에만 있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장애인야학에 와서 배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한민국 교육은 잘난 놈을 더 잘나게 만드는 교육이고 결국 그 잘난 놈들이 잘난 대학을 나와 권력을 쟁취해 없는 사람의 피 빨아 먹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또한, 장애인 노동권에 대해서 박 상임공동대표는 "여전히 장애인들이 노동의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데 우리의 투쟁으로 장애인고용촉진법이 1990년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 의무고용 지키는 기업 얼마나 되느냐?"라면서 "삼성이 사회복지와 관련해 좋은 일 많이 한다고 자부하는데, 장애인 의무고용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일 한답시고 돈 몇 푼 내는 게 편하므로 30년간 겨우 2%인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바로 장애인 노동권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시설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집구석에 있다가 와서 34살 되어 노들 야학에 온 학생이 그동안 자신의 삶은 집에서 주는 밥만 먹으며 집 지키는 개였다고 표현했는데 그게 바로 장애인의 삶"이라면서 "이동하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에 참여하지 못한 채 가족이 책임지다가 안되면 죽이고, 죽이는 게 너무하면 시설로 보내진다"라고 분노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아름다운 복지라고 장애인을 가두어놓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영화 ‘도가니’와 같다. 성추행, 성폭행은 시설 인권침해 매뉴얼"이라면서 "시설 장애인의 수급비, 난방비, 밥값 떼어먹고 노동 착취하고 성폭력 하다 안되면 죽이는 것이 한국 사회 생활시설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시설비리"라고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바꾸기 위해 일어난 투쟁이 1997년도 에바다투쟁이었고 10년간의 투쟁으로 해당 시설 사회복지 이사진이 전격적으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대부분 시설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씨는 장애아 부모인데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처음 간 곳이 장애인 생활시설이었고 언론을 불러 남자 장애청소년을 알몸으로 목욕시키며 자신의 정치적 선전도구로 만들었다. 우리는 이것을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 시설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라면 박스 주며 사진 한 장 찍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는 장애인을 격리시키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장애인운동을 하는 이유이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제 장애인운동이나 노동운동이 함께 더 많은 것을 교류하고 연대하면서 전체적인 사회의 구조를 바꿔나가야 할 때"라면서 "장애인문제를 시혜와 동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잘난 놈만 많이 가지는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자본의 경쟁과 속도가 절대 선인 양 이야기 되는 현실에서 소수자 운동, 노동 운동 등이 결합해 함께 자본의 속도를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연대를 제안했다.
또한, 박 상임공동대표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이어진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예로 들며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2006년에 정부는 활동보조서비스제도를 15억 원의 예산으로 6개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2007년에는 15억 예산은 그대로면서 기간을 1년 사업으로 늘렸다"라면서 "활동보조 예산으로 15억밖에 안 주면서 오페라하우스 설립에 7,000억 예산을 투여한다고 해 중증장애인 수십명이 단식, 삭발하고 한강대교를 기었더니 그때야 그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이 하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그 후 활동보조예산이 15억에서 2,000억으로 늘어났는데, 돈 없다고 하던 권력의 배를 가르면 그제야 사회적 권리가 기어나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라면서 "노동자 투쟁 또한 자본가 배 째라 하고 있을 때 그들을 배를 가르면 사라진 노동자들의 권리가 실현될 것이며, 비정규직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여성이나 성 소수자 등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서 그 정체성에 급수를 나눠서 사회정책을 세우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에 대해 등급을 매기는 장애등급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은 철폐되어선 안 되며 그것이 바로 장애인의 운동이며, 그러한 운동이 자본에 대항하는 운동과 함께 결합해서 세상을 멋지게 바꾸어낼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강의는 전국학습지노조 재능지부와 전국화섬노조 JW(중외제약)지회 조합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김가영 기자 char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