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05.03 16:54

오늘, 여기 ‘전태일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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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노동절을 맞이하여 '꽃길 따라 물길 따라 — 우리 시대 전태일들의 행진'이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를 시작으로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까지 진행됐다.


오늘, 여기의 ‘전태일들’이 길을 걸었다. 살아남은 전태일들은 죽은 전태일들의 영정을 들고 길 위에 섰다. 전태열 열사 사후 32년이 흘렀지만, 참혹한 노동자의 현실 안에서 삶과 죽음은 ‘전태일’이라는 그 이름 하나로 모였다.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꽃길 따라 물길 따라 — 우리 시대 전태일들의 행진'(아래 꽃길 따라 물길 따라)이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를 시작으로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까지 진행됐다. 행진은 이른 9시 30분부터 약 세 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날 행진은 여전히 참혹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라보게 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쌍용차 해고 희생자 스물두 명의 영정이 새겨진 현수막과 전태일 열사, 고 이소선 여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걸었다. 그러나 행진 도중 현수막을 들었다는 이유로 불법시위라고 경찰이 길을 막아 참가자들과 몇 번의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날 행진에는 전태일 재단 이사장 조헌정 목사,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 송경동 시인을 비롯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해고자 복직투쟁 특별위원회, 기륭전자, 세종호텔, 쌍용차, 재능교육 등의 해고노동자들과 시민 40여 명이 함께했다. 

▲전태일 동상 앞에서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태일 동상, 유명자 지부장,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


투쟁 1,600일이 다 되어 가는 재능노조 유명자 지부장은 전태일 동상 앞에서 “지난해 전태일 상을 받았는데 스스로 부끄러워지면 그 상을 잘 쳐다볼 수가 없다”라며 “마지막까지도 조합원이었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났던 이지현 동지를 비롯한 모두를 지키기 위해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민주노조를 지키겠다”라고 다짐을 밝혔다.
 
유명자 지부장은 지난 시간이 복받쳐 오르는 듯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행진을 여는 짧은 집회를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경찰의 저지로 길이 막혔다. 경찰은 해산명령을 하며 현수막을 펼치지 말고 인도로 행진하라고 요구했다. 몇 번의 마찰 끝에 결국 참가자들은 지상 도로가 아닌 청계천로를 따라 걷게 됐다. 참가자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물길을 따라 무교동 사거리까지 걸었다. 

▲행진 참가자들이 쌍용차 해고 희생자 스물두 명의 죽음을 나타내는 영정이 새겨진 현수막과 전태일 열사, 고 이소선 여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청계천로를 걷고 있다.


무교동 사거리에서 청계광장 쪽으로 참가자들이 다시 올라가려고 하자 경찰은 올라가는 계단 입구를 원천 봉쇄하며 길을 막았다. 이 때문에 또다시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거친 설전 끝에 참가자들은 청계광장 쪽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쌍용차 문제, 이명박이 해결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손펼침막과 현수막을 펼치며 지나가는 시민에게 쌍용차 문제에 대해 알렸다. 

▲광화문광장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해고는 살인이다', '쌍용차 문제, 이명박이 해결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손펼침막과 '꽃길 따라 물길 따라 — 5.1절 맞이 우리 시대 전태일들의 행진' 현수막을 펼치고 시민에게 쌍용차 문제에 대해 알리고 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은 “쌍용차 희생자의 죽음을 알리는 것은 몇 명이 죽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 정권의 잔인함에 대해 폭로하고 투쟁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 땅의 양심 있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은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노동해방의 날이 되길 바랐으나 공권력 때문에 그렇지 못했다”라며 “투쟁만이 우리의 존재를 찾을 수 있음을 다시 상기시켰고, 투쟁하지 않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대학생희망행동 단장 명아 씨.
광화문 광장에서 행진 대열에 연대한 대학생희망행동 명아 단장은 “어제 강남 마힌드라 앞에서 타격 투쟁하다가 학생 5명이 연행됐다”라며 “노동절에 경찰에게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우리의 삶은 나아진 적이 없었고, 결국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부터 ‘꽃길 따라 물길 따라’ 행진에 참여했던 이영택 씨(44세)는 “노동절이라 재능, 쌍용차 등의 문제가 생각나서 다른 행사보다 의미 있을 것 같아 트위터를 보고 오게 됐다”라며 “나도 IMF 때 해고당하고, 회사에서 부당해고 당한 적도 있어 쌍용차,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오늘날 노동자들은 전체의 한 부분으로만 일하기 때문에 자동차 공장에서 일해도 자동차 정비에 대해 전혀 모를 수가 있어, 해고되면 구직할 때 기존에 했던 일과 이어지기 어렵다”라며 “재취업할 수 있는 사회화 과정을 회사가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현재 기업들은 복직시켜준다고 약속만 한 채 지키지 않고 해고자들을 취직도, 해고도 아닌 어정쩡한 사각지대에 의도적으로 내버려두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행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40여 분 동안 집회를 한 뒤, 시청 앞 재능교육 농성장과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방문을 끝으로 ‘꽃길 따라 물길 따라’ 행진을 마쳤다. 

 
'꽃길 따라 물길 따라 — 우리 시대 전태일들의 행진' 사진으로 보기 

▲전태일 동상 앞에 고 이소선 여사, 전태일 열사 영정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다.

▲붉은 조끼를 입은 해고노동자가 전태일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전태일 다리 위에서부터 경찰의 저지가 시작됐다.

▲경찰이 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과 전태삼 씨가 들고 있는 영정을 손으로 막으며 행진을 저지하고 있다.

▲경찰이 고 이소선 여사의 영정을 들고 선 전태삼 씨의 길을 막아섰다.

▲경찰의 방패에 둘러싸인 전태삼 씨.

▲경찰의 계속된 저지로 행진이 막히자 참가자들이 청계천로로 내려와 걷고 있다. 청계천로 위로 경찰이 참가자들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참가자들이 청계천로를 행진하고 있다. 경찰은 청계천로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모든 통로를 막았다.

▲청계천로에서 행진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과 전태삼 씨가 전태일 열사와 고 이소선 여사 영정사진을 들고 청계천로를 걷고 있다.

▲이날 행진에 함께한 한 참가자가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강제추방 반대"라는 손펼침막을 들고 걷고 있다.

▲무교동 사거리에서 청계광장 쪽으로 참가자들이 올라가려고 하자 경찰은 올라가는 계단 입구를 원천 봉쇄했다.

▲광화문광장에 이르러 일민미술관 앞에서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펼치려고 하자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

▲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이 전태일 열사 영정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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