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을 주소로 전입신고서를 제출했다 거부당한 서울역 노숙인들이 3일 저녁 7시 서울역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초대 - 서울역 집들이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문화제를 주최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방침 철회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서울역공대위)는 "지난 4월 25일 두 명의 서울역 노숙인은 동 주민센터에 서울역을 주소로 전입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담당 주민센터는 2일 건물주 동의와 취사시설·도구가 없으므로 전입신고를 돌려보내겠다고 통보했다"라고 전했다.
서울역공대위는 "주민등록법은 철도안전법과 같이 서울역 노숙인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제도가 부정해도 서울역에서 노숙인은 살아가고 있으며, 서울역을 벗어나고자 하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노숙인들에게 서울역은 여전히 집"이라면서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는 사회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서울역 인근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 ▲지난 4월 25일 서울역을 주소로 전입신고서를 제출했다가 거부당한 김 아무개 씨. |
서울역에 전입신고했다 거부당한 노숙인 이아무개 씨는 "우리 헌법에는 거주의 자유가 있다고 되어 있지만 현실은 거주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철도안전법과 주민등록법은 우리와 같은 홈리스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면서 "긴급지원을 받고 싶어도 담당자들이 미루기만 하는데, 과연 노숙인에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김아무개 씨는 "노숙인만 보면 나가라고 하는데 우리는 개만도 못한 존재냐?"라면서 "얼마 전에는 성추행당할뻔했는데 여자 노숙인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라고 토로했다.
한 때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했던 정아무개 씨는 "노숙하다가 민간의 지원을 받아 주거지를 마련해서 현재 수급생활을 하고 있는데 매우 좋다"라면서 "서울역에 새로 오는 노숙인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을 강제로 퇴거해버리면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울역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안식처"라고 강조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정록 활동가는 "종로거리에 노점상이 없어지고 거리는 깨끗해졌을지 몰라도 그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다시 생계를 위해 거리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이며, 서울역 강제퇴거도 이와 마찬가지"라면서 "누추한 사람, 가난한 사람들을 어디론가 데려가 격리시키고 가난한 것을 죄악시하는 것은 빈곤의 형별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서는 노동가수 박준 씨가 문화공연을 펼쳤으며,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들이 '서울역은 우리들의 집'을 개사해 율동과 노래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문화제가 끝난 뒤 서울역사를 돌면서 강제퇴거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는 노동가수 박준 씨. |
![]() ▲"가난을 죄악시하는 것은 빈곤의 형별화"라고 말하는 인권운동사랑방 정록 활동가. |
![]()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들이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 ▲강제퇴거철회를 촉구하며 서울역사 내로 진입하는 문화제 참가자들. |
![]() ▲서울역 안에서 문화제 참가자들이 강제퇴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