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5세 누리과정이 비장애아를 중심으로 추진돼 정작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른 장애아 의무교육을 오히려 후순위로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5세 누리과정은 만 5세 아동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공통의 과정을 배우는 한편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정부가 보육비 또는 교육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장애아는 만 0세 유아 보육료인 39만4천 원을 단순히 적용해 지원하고 있을 뿐 장애아 의무교육 시행을 위한 별도의 항목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수립 과정에서는 어린이집 장애유아 의무교육 시행을 위한 별도의 항목을 수립하고 장애유아를 위한 교재교구비, 통학비, 급식비 등을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아래 장보협) 주최로 8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린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이행과 장애아보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2013년 예산요구 관련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이같이 요구했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비장애아동은 표준보육비 산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고 이를 고려해 국가 수준의 적정 보육비가 책정되고 있지만, 장애아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보육비를 산출한 바가 없다"라면서 "이에 지난 3일 복지부 보육정책국장과의 면담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장애아 보육료를 정확하게 산정하고 순차적으로 이를 늘리라고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또한 장애아 어린이집 통학지원은 부모들의 염원에도 기획재정부 반대 또는 국회 협의 과정에서 계속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라면서 "따라서 앞으로는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제공해야 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보협 백운찬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영유아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해 각각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을 받고 있으며, 현재 장애아 어린이집은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보다 3배 이상 많은 장애영유아가 이용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장애아 어린이집이 장애유아 1인당 월 100여만 원을 지원받고 있는 것에 비해 교육부 산하 유치원과정 특수학교의 경우 장애유아 1인당 월 324만 원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따라서 장애아 보육료를 100%로 인상하고 보육교직원의 급여를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근거해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종사자 급여 수준으로 재산정해야 한다"라면서 "또한 전체 운영비 중 인건비 지출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운영비로 아동 급·간식, 교재교구비, 차량운행, 기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어 질 높은 보육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만큼, 인건비 지원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오재욱 사무관은 "지난 3일 면담에서 부모연대 등에서 요구한 전담반 구성을 위한 준비를 교육과학기술부 등과 함께 진행 중"이라며 "전담반이 비록 법적으로 정책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정책 결정의 밑바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부모연대, 장보협의 요구안을 충분히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부모연대가 복지부에 제시한 요구안은 △장애아 누리과정 시행을 위한 민관합동전담반 구성 △내년도 누리과정에 어린이집 장애유아 의무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 예산 수립 △장애아 보육료의 정확한 산정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된 어린이집 통학지원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