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05.29 13:12

동화에 차마 쓰지 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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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특수교육과에 들어갔어요?”

 

23년 전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부터 줄기차게 들어온 질문이다. 심지어 면접시험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내 옆에 있던 수험생이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좀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특수교육’에는 뭔가 사연이 많을 것 같다는 기대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별 사연이 없었다.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데 아버지가 국문과는 데모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싫어하셨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무척 착하고 순한 딸이었으므로 그럼 뭘 할까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특수교육과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별로 내켜 하시지 않았다. 제 앞가림도 못 하면서 누굴 도울 수 있겠냐는 거였다. 아들 못지않게 무뚝뚝한 데다 덜렁거리고 무심한 내가 못 미더우셨던 모양이다.

 

사실은 나도 나를 믿지 못했다. 그래서 첫 직장에서 선배교사들이 교원공제회에 가입하라고 했을 때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20년 이상 특수교사를 하고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내가 올해 19년 차 교사가 되었다.

 

19년 동안 참 많은 학생을 만났다. 그리고 참 많은 사연을 갖게 되었다. 글재주도 없는 내가 감히 동화를 쓰겠다고 나서게 된 것은 오로지 그 사연들 때문이다. 첫 동화의 마지막 교정지를 넘기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렇게밖에 쓰지 못하는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앞으로 비마이너 지면에 칼럼을 쓰면서도 같은 원망을 또 하겠구나 싶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때보다는 조금 더 뻔뻔해졌으니까 그냥 용감하게 쓰려고 한다.

 

▲H시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여전히 하늘과 산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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