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이 발표된 직후 인권·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뜨거운 가운데, 현병철 연임반대와 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 긴급행동(아래 현병철반대집중행동)은 인권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 위원장의 연임 반대에 대한 목소리는 비단 인권·사회단체뿐만이 아니다. 24일 자 한겨레신문 보도를 보면 인권위 내부에서도 현 위원장의 연임은 달갑지 않은 듯하다.
한겨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 지부가 지난 13~18일 직원 159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86명 가운데 77명(89.5%)은 ‘현 위원장 취임 이후 한국의 인권 상황이 후퇴했다’”라며 “‘그동안 인권위가 각종 인권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느냐’는 질문에는 78명(90.7%)이 ‘그렇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중략) 또 응답자의 84.9%는 ‘현 위원장이 연임하면 인권위가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기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겨레 24일 자 보도, “인권위 직원 90% ‘현병철 취임 뒤 한국인권 후퇴’”)
한편 다음 주 중에는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인권위 법상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는 위원장을 파면할 수 없다. 따라서 연임을 막기 위해서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청와대가 내정을 철회하거나 위원장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27일 ‘현병철 위원장 연임 결사반대’ 1인 시위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나섰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현 위원장의 연임을 강행하기 위해 국회 청문회를 이번 주 내로 신청할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시급하게 현 위원장의 연임을 왜 막아야 하는지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1인 시위에 나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박 공동상임대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장애인 인권이 많이 후퇴했다”라며 “최고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인권위 비상임위원에 장애인 수용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 인권과 비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김양원 씨를 임명한 사례야말로 이 정권이 장애인 인권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공동상임대표는 “인권의 최후의 보루에서 목 놓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인권위 건물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탄압하고, 그 결과 사람을 죽게 만드는 후안무치한 인권탄압을 하는 곳이 현병철의 사기구화된 인권위의 현재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지난 2010년 12월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인권위를 점거한 바 있다. 당시 현 위원장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동하지 못하게 엘리베이터를 끄고,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난방기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 때문에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은 감기에 걸리게 됐고, 당시 인권위 점거농성에 참여했던 중증장애인 고 우동민 활동가는 감기가 심해지면서 2011년 1월 초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인권의 가치를 왜곡시키고 후퇴시키며 그 때문에 인권위가 사망해가고 있다”라면서 “그 핵심적 위치에 있는 현 위원장은 절대 연임해서는 안 되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인권위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 두 사람이 박 상임공동대표에게 다가와 “애 많이 쓰십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인사를 청하고 지나갔다. 그 중 한 직원은 “밥이 안 먹힌다”라며 씁쓸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인권위 직원들이 많이 지지하고 가느냐고 묻자 박 상임공동대표는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인권위 전 직원들이 파업해야 한다”라며 “인권위가 현 위원장의 연임 반대 요구에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최소한 노력과 예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현 위원장의 인권위가 그동안 했던 활동들을 줄여서 ‘현 위원장이 연임되면 안 되는 40가지 이유’를 뽑았는데 그 하나하나가 인권 후퇴의 모습이다”라며 “경제적,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인권위가 국가의 눈치를 보고 약자들의 저항과 기본적 권리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책임하게 내버려두는 모습은 그 자체가 인권에 대한 후퇴”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만큼 인권을 후퇴시켰으면 인권의 역사에 굉장히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인데, 더 막가지 말고 지금 시점에서 그만두는 것이 최소한의 인간의 인권을 생각하는 자세”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