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07.30 13:08

"농성? 힘들지만, 세상 바꿔야

(*.90.233.69) 조회 수 7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지난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2박 3일간 열린 8회 전국장애인운동활동가대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주최로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 2박 3일 일정으로 8회 전국장애인운동활동가대회가 열렸다. 올해 활동가대회에는 230여 명의 활동가가 참여했다. 작년 180여 명이 참가했던 것에 비해 숫자가 훌쩍 늘었다.

 

올해 활동가대회 주제는 ‘농성은 내가 살아가는 즐거움? 그래도 나는 농성장으로 간다’였다. 처음 활동가대회에 참여한 새내기 장애인 활동가부터 이번 참가가 다섯 번째라는 활동가, 그리고 활동가대회에 대학 후배들과 함께 참여한 비장애인 활동가의 이야기까지. 8회 장애인운동활동가대회, 그곳에서 만난 다섯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전북 전주 중증장애인지역생활지원센터 천돈일 활동가 

 

▲천돈일 활동가가 모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맨 오른쪽)

 

“참 많은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많은 장애인이 활동하니깐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사는구나 싶어요.”

 

전북 전주 중증장애인지역생활센터에서 온 천돈일(27세) 활동가는 올해 활동가대회가 첫 참가다. 우석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천 씨는 4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가 현재 쉬고 있다. 전북 익산에 살다가 작년에 전주로 이사 오면서 센터를 알게 됐고, 올해 2월부터 센터에 나오면서 활동하게 됐다.

 

천 활동가는 센터에 와서야 장애수당, 활동보조 지원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전에는 이런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 전혀 없었다. 천 활동가는 손발을 쓰지 못해 전동휠체어를 입을 이용해 움직인다. 
 

“5월에 2박 3일 동안 전주시청 앞에서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싸웠어요. 사실 농성이 즐겁지 않죠. 당시 농성할 때 활동가 두 명이 연행되기도 했어요. 또 같이 농성하던 활동가가 화장실 간다고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가 끌려나오기도 하고. 전주시청은 화장실 가는 것조차도 막았어요. 농성하면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그럼에도 농성하면서 계속 싸워야지 장애인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정부에서 장애인에게 그냥 지원해주는 줄 알았는데, 장애인들이 직접 싸워야 정부가 조금 들어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천 활동가는 인터뷰하다가 창밖 청풍호에 설치된 번지점프대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곳에 장애인은 못 가잖아요.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어요.”

 

천 활동가는 전주지역의 이동권에 대해 말을 이었다.

 

“전주에 저상버스가 서너 대 정도 있다고 해요. 장애인콜택시(아래 장콜)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지만 예약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한 달 전,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어요. 하루 전에 예약하면 아주 가끔 가능한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당일 날 예약해서 이용하는 건 말도 안 되고. 저상버스는 시간표가 있어서 시간 맞춰 나오면 되니깐 차라리 장콜보다 버스가 나아요.”

 

그래도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야 한다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천 활동가는 “네, 당연히 불편하죠. 그래도 장콜보다 버스가 낫죠.”라고 답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열악한 장애인 이동권 현실에 대한 전주시의 태도로 이어졌다. 천 활동가는 “기자회견 하면 전주시는 말로만 언제까지 몇 프로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행동으로 보여줘야죠”라며 전주시의 안일한 태도를 꼬집었다. 

 

천 활동가는 비마이너에 대해 “장애인들의 일상적 삶의 문제점들을 발견해 모아서 전체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될 수 있게 소개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또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매체가 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전남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대희 소장

 

▲전남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대희 소장

 

전남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여수센터) 박대희(지체장애 1급) 소장은 2007년 여수센터를 열면서 전장연과 함께 활동하게 됐다.

 

“사실 그전에는 장애인운동에 관심 없었어요. 2007년경 서울에 갔는데 장콜, 저상버스 등이 있어서 장애인들 이동이 가능한 거예요. 당시 여수에는 저상버스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2008년부터 여수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해서 저상버스, 장콜이 운행하게 됐죠. 2008년 8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동안 여수시청과 싸웠는데 예산문제를 들먹이며 무시하는 바람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어요. 결국 11월 20일에 천막치고 농성에 들어갔죠. 14일 정도 농성해서 요구 사안을 들어주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어요. 날이 추워 히터 틀고 자다가 전기 과부하로 꺼지기도 하고. 그때 광주, 서울에서도 여수까지 내려와 연대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당시 추위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여수시의 태도였다고 한다.

 

“여수시에서 이 사실을 언론에 왜곡해서 낸다든가, 다른 장애인 단체를 이용해서 장애인 단체끼리 갈등을 유발하고 여수시는 쏙 빠진다든가. 그런 게 더 힘들었죠.”

 

2008년도의 이동권 투쟁으로 현재 여수시에는 장콜이 24시간 운행하고 있다. 박 소장은 “법정대수엔 못 미치지만 전남엔 저상버스도 운영하고 있어요”라며 “전남에서 장콜을 24시간 운행하는 곳은 여수가 유일한데, 다른 지역은 밤 10시까지만 운행해요”라고 설명했다.

 

“농성하고 싶지 않죠. 농성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필요해요. 제가 서울 농성만 올라가면 그렇게 비가 오는데, 비 오면 안 갈 수도 있지만 가게 돼요. 왜냐하면 내가 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삶이 바뀌지 않으니깐. 차별당하고 소외당하는 장애인의 삶이 계속 이어질까 봐, 위기의식을 느껴요. 농성과 집회로 요구하지 않으면 정부에서는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죠. 농성하고 집회할 때,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택하는 최후의 방법이 도로점거잖아요.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방법이라서 ‘장애인들 뭐하는 거냐’라며 시민에게 욕도 많이 먹어요. 그럼에도 응원해주는 시민도 있다는 걸 알아요. ‘시청에 전화 한 통 하겠다’라며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고. 원하는 거 이루기 위해 고생하면서 농성장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즐거워요.” 

 

박 소장에게 이제까지 현장에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박 소장은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라고 답했다.

 

“TV에서만 보던 박경석 대표를 2008년도에 처음 봤어요. 많은 장애인이 따르고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박 대표를 보며 부럽다는 생각과 나도 저렇게 전남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서울 농성장에서 가면 휠체어에 거의 누워 있다시피 한 장애인분들이 있어요. 그 모습 보고 놀라기도 하고, ‘내가 안일했구나’ 충격도 받고…”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면서 그에게 가장 힘든 점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는 “아직도 '장애인을 보호해야 한다, 장애인은 못 할 거야'라는 편견으로 바라보는데, 이러한 인식개선과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여수센터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시내에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홍보하고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 안 하기’ 서명 등을 받는다.

 

“어느 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 안 하기 서명을 받고 있었는데 한 시민이 방금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고 왔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가서 차 빼고 와서 서명하겠다고 돌아갔어요. 그러더니 정말 차 빼고 난 후에 다시 서명하러 오셨죠.” 

 

▲활동가대회 이튿날, 활동가들이 수영장 근처 정자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박 소장은 이번 활동가대회가 다섯 번째 참가다. 올해 활동가대회에 온 느낌을 물었다.

 

“이 사람들과 꾸준히,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었으면 해요. 2008년도에 처음 왔는데, 재작년 세 번째 왔을 때까지는 똑같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나물에 그 밥이구나 싶었죠. 그런데 작년부터 신입생들이 늘어서 그만큼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런 게 기분 좋고, 새내기 활동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비마이너 후원회원이라고 밝힌 박 소장은 “장애인, 소수계층에 대해 정부는 신경 쓰지 않고 또 주류언론들은 정부 입맛에 맞게 왜곡하거나 사회가 오해할 수 있는 기사들을 종종 쓰잖아요. 그런 장애인계에서 비마이너가 장애인들의 생생한 삶을 여과 없이 보도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2 인권/복지 [사진] 8회 전국장애인운동활동가대회 이모저모 file 베이비 2012.07.25 425
1241 인권/복지 인권위 위원장이 인권위에 진정당하는 초유의 사태 벌어져 file 베이비 2012.07.25 341
1240 인권/복지 전장연, 하반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총력 투쟁 file 베이비 2012.07.25 860
1239 인권/복지 최저임금 사각지대, 장애인노동자 file 베이비 2012.07.27 1202
1238 인권/복지 "현병철 씨, 학처럼 훨훨 날아 인권위를 떠나시오 file 베이비 2012.07.30 491
» 인권/복지 "농성? 힘들지만, 세상 바꿔야 file 베이비 2012.07.30 771
1236 인권/복지 2013년까지 서울시 사회복지예산 30%로 확대” file 베이비 2012.07.30 533
1235 인권/복지 MB,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 미루고 휴가 떠나 file 베이비 2012.07.31 461
1234 인권/복지 [부고] 근육장애인 활동가 김판수 씨 숨져 베이비 2012.07.31 557
1233 인권/복지 강정 평화대행진 출발…평화 염원 5박 6일 제주 순례 file 베이비 2012.07.31 448
1232 인권/복지 서울시, 장애인 560명에게 일자리 제공 베이비 2012.07.31 417
1231 인권/복지 "당신의 {한잔}이 우릴 살립니다" file 베이비 2012.07.31 540
1230 인권/복지 최저임금 사각지대, 장애인노동자 file 베이비 2012.07.31 522
1229 인권/복지 "박근혜 후보, 현병철 연임 의사 밝혀라" file 베이비 2012.07.31 728
1228 인권/복지 이동권 보장 없는 현실, 장애인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베이비 2012.07.31 433
1227 인권/복지 이명박 대통령, 현병철 임명 강행 file 베이비 2012.08.13 647
1226 인권/복지 저 장애인은 밥 주지 말고 물만 먹여!” file 베이비 2012.08.13 405
1225 인권/복지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속적 후퇴로 제도적 살인 자행" file 베이비 2012.08.13 719
1224 인권/복지 서울시민복지기준 10대 핵심 정책 선정 file 베이비 2012.08.13 807
1223 인권/복지 끊이지 않는 죽음, 이제 그 사슬을 끊어내자 file 베이비 2012.08.13 952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52 Next
/ 15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