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수원역 버스정류장에서 ‘저상버스 100% 도입 전국동시다발 버스정류장 1인시위’를 하는
모습입니다. |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이라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존 레넌은 그 노래에서 국가가 없는 세상, 가능한 한 적게 소유하려는 삶에 대해 상상해보라고 부추깁니다.
이번 주 장애인계 소식도 존 레논의 이매진처럼 대다수의 사람이 당연히 여기는 것들을 반대로 상상해보라고 부추깁니다. 하지만 존 레넌의 상상이 모두가 함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상상이라면, 장애인계 소식이 불러일으키는 상상은 정반대입니다. 거리에 나갔더니 버스가 다니지 않는 상상,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이 없는 상상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국 50여 개 버스정류장에서 저상버스 100% 도입을 촉구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저상버스 100% 도입을 요구한다면 현재 저상버스 도입률은 도대체 얼마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12.0%, 10대에 1대꼴로 저상버스가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수립한 1차 이동편의증진계획을 보면 2011년 말 기준으로 저상버스 도입률은 31.5%, 10대의 3대꼴로 저상버스가 다녀야 합니다. 즉, 계획의 절반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10대의 1대이든, 10대의 3대이든 그 정도의 도입률로는 저상버스가 장애인들의 대중교통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일반버스가 지금보다 70%에서 90%까지 줄어든다면 당장 ‘무능한 정권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청와대 앞에서 울려 퍼질 것입니다. 하지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인 장애인 이동권 침해로는 아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 ▲지난 30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모습입니다. |
다음 날인 30일에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특수교사 7천 명 증원 약속을 이행하라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새누리당 공약대로 매년 1천4백 명씩, 앞으로 5년간 7천 명을 충원하면 현재 법에 정해진 특수교사 정원을 채우게 됩니다.
하지만 첫해부터 공약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천5백 명의 특수교사 증원 안을 제출했지만, 공무원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국가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올해 증원 수준인 1백35명 수준에서 내년 특수교사 증원을 저울질하고 있답니다. 또한 정작 공약을 내건 새누리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습니다.
2011년 기준으로 전국 국·공·사립학교의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율은 68.5%로, 두 학급당 한 명의 선생님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인 장애인 교육권 침해만으로는 ‘무능한 정권 물러나라’는 목소리 또한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대다수 사람에게 거리에 나갔더니 버스가 없고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이 없는 현실은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장애인들은 저상버스 100% 도입,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라는 ‘상상’을 통해 그 현실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상상’조차도 결국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특수교육법 등 그나마 있는 법이라도 지키라는 수준입니다.
이매진의 가사처럼 장애인도 국가가 없는 세상, 가능한 한 적게 소유하려는 삶을 마음껏 상상하는 시절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정부가 법을 지킬 때까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지난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장애인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사다리를 칼처럼 목에 쓰고 쇠사슬로 몸을 감은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