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주최로 19일 늦은 3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2012 유니버설디자인 공개 컨퍼런스'가
열렸다. |
“휠체어리프트가 배리어프리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이라면 엘리베이터는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입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주최로 19일 늦은 3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2012 유니버설디자인 공개 컨퍼런스’에서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고영준 교수는 배리어프리디자인과 유니버설디자인의 차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고 교수는 “배리어프리디자인은 장애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장벽을 제거한 제품과 환경을 디자인하자는 생각이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한계에 부딪혔다”라면서 “예를 들면 휠체어리프트가 배리어프리디자인이 기능적으로 적용된 제품인데 휠체어리프트를 타는 장애인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지켜보는 사람도 편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인 론 메이스(Ron Mace)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환경을 디자인하자는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라면서 “그래서 유니버설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of All),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으로 불리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의 확대, 세계화 등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아울러 유니버설디자인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환경 등 모든 존재를 고려해야 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유니버설디자인과 배리어프리디자인을 그림으로 비교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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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 교수는 유니버설디자인의 7가지 원칙으로 △공평한 사용 △사용의 융통성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인지할 수 있는 정보 △실수에 대한 관대함 △적은 신체적 노력 △접근과 사용을 위한 크기와 공간 등을 소개했다.
고 교수는 “이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판매될 수 있도록 제품, 환경이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공평한 사용’ 원칙”이라면서 “또한 사고 혹은 의도하지 않는 행동에 의한 나쁜 결과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품, 환경이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실수에 대한 관대함’의 원칙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접근과 사용을 위한 크기와
공간’ 원칙은 사용자의 신체 크기, 자세, 이동능력과 상관없이 접근, 조작, 사용을 위한 적절한 크기와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라면서 “예를
들면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 계단, 엘리베이터가 나란히 설치되어 다양한 사용자가
차별감 없이 사용이 가능한 경우가 이 원칙이 적용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유니버설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사용자와 최대한 소통, 이해하고 최종적으로 사용자를 디자인 과정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 ▲서울과학기술대 고영준 교수가 "유니버설디자인 과정에서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
이어 두 번째 강사로 나선 해안건축 정준철 실장은 지난해 4월 완공한 인천시 어린이과학관 건설 과정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정 실장은 “인천시 어린이과학관은 출입로가 세 개인데 모두 진입로에서 건물 출입구까지 단차(높낮이 차이)가 없다”라면서 “단차가 없는 것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축하는 사람들은 단차를 두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수해 피해를 심각하게 고려하므로 단차를 두지 않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또한 엘리베이터가 아파트나 사무용 건물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전시관의 경우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체험 과정이 단절된다는 문제점이 있다”라면서 “그래서 엘리베이터 없이 내부 경사로를 통해 이동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초기 설계를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선호해 결국 내부 경사로 대부분을 포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라고 전했다.
정 실장은 “인천시 어린이과학관은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만들었으며, 어린이가 편리하면 당연히 어른도 편리할 것으로 생각했다”라면서 “장애인에 대해서는 공사 과정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인증을 받기로 해 출입문을 여닫이문에서 자동문으로 바꾸고 장애인주차장을 출입문 근처에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경사로를 설치하면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다칠 수 있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설치하는 등의 한계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를 주최한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오는 10월 17일부터 10월 26일까지 7회 유니버설디자인 공모전 예선 작품을 공모한다. 출품부문은 자유주제와 지정주제(장애인콜택시와 다목적 화장실)로 나뉘며 수상 작품은 오는 12월 17일부터 12월 21일까지 혜화역 미술전시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