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에서 안마사자격제도 합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안마사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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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사자격제도 합헌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는 27일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현재 계류 중인 안마사자격제도의 합헌 결정을 촉구하며 이른 7시 30분부터 늦은 1시까지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했다.
27일 1인 시위에는 22년 동안 안마사로 일해온 이승호(시각장애 1급) 씨가 나섰다.
이 씨는 "시각장애인에게 안마는 생존의 문제"라면서 "시각장애인은 직업의 자유를 논할 수조차 없으며, 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여러 가지 직업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라고는 안마업 하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비장애인은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어도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운전면허를 취득해 택시도 몰 수도 있고 몸만 건강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이동마저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안마사 이외의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 또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음에도 정부가 스포츠 마사지 등 유사 마사지업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은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번에 안마사제도가 '합헌' 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시각장애인은 모든 것을 잃게 될 처지"라면서 "또한 '합헌' 결정이 나도 정부가 유사 마사지 업종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아 안마사의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안마업도 예전 같지 않아서 서울에는 100개 업소 정도밖에 남지 않아 일자리가 없는 상태"라면서 "동료 안마사들은 10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 곳이라도 취업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씨는 "내 경우에는 이동이 불편해 대부분 안마소에서 24시간 상주하며 일하지만, 유사업종이 늘어나면서 24시간 상주해도 수입이 줄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비장애인은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왜 안마밖에 선택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아예 먹고살 수조차 없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라고 분노했다.
또한, 이 씨는 비장애인의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시각장애인은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출장마사지 요청을 받아도 시각장애인은 택시비가 들고 혼자서는 움직이기 어려워 이동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비장애인은 자동차,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낮이고 밤이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라면서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 차량을 이용할 때에도 낮에는 자주 오지만 밤에는 1~2시간 지나도 안 오는 경우도 많은데, 비장애인들이 안마사 자격증을 따게 된다면 누가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찾겠느냐"라고 토로했다.
지난 2006년 시각장애인의 안마자 자격 독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자 당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분신·투신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헌재는 이 같은 결정을 뒤집고 지난 2008년 10월과 2010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게 한 의료법 61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이 안마사자격제도와 관련한 의료법 82조 등이 비장애인의 직업 선택을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지난 8월 스포츠마사지업계 종사자 등 152명이 안마사자격제도와 관련해 또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에 대한안마사협회는 지난 8월 27일부터 헌재 정문 앞에서 안마사자격제도 합헌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김가영 기자 char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