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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해결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또 다른 계층이 희생되어선 안 돼

박정혁 장애인문화공간 활동가
섹스볼란티어
조경덕 감독의 섹스볼란티어 포스터. ⓒ아침해놀이

조경덕 감독의 ‘섹스 볼란티어’란 영화가 온라인상에서 개봉했다. 현재 곰tv, 맥스무비, 벅스뮤직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 상영되고 있는데,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자원봉사(volunteer)를 통해 해결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 독립영화다.

우리는 늘 ‘장애인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집회를 할 때마다 외치곤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대부분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강요받으며 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애인은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고 소외당하며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도 박탈당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구라는 게 있고 그러한 욕구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다.

배고프면 먹고,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고, 화장실 가고 싶으면 화장실 가서 해결하고 하물며 성적 욕구가 궁하면 이성(또는 동성)친구를 사귀어서 합의하에 관계를 맺거나 성매매 여성(또는 남성)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이것들은 전부 사람들이 가지는 본능이다. 그러한 본능이 장애가 있다고 해서 없어지는 문제는 아니다. 장애인에게 무성적 이미지 부여는 장애인을 외면하려는 비장애인들의 강요된 폭력이었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가 생기기 전, 장애인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했다. 무보수로 타인을 돕는 행위가 자원봉사다. 국가도 장애인단체들도 복지관들도 이들을 선호한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이 허락하고 마음만 동한다면 뭐든 다 해준다. 손을 못 쓰는 장애인을 찾아가 음식을 먹여주고 휠체어를 밀며 외출을 돕기도 하고 말상대도 해준다. 독거노인의 찾아가기도 하고 보육원의 아기들도 돌본다.

섹스볼란티어 한 장면
ⓒ아침해놀이

이 영화는 그런 자원봉사 영역에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추가해도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어느 모텔 객실을 급습해 현장을 잡았는데 그 안에는 바닥에 누워있는 중증장애인과 젊은 여대생, 그리고 신부가 있었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경찰서에 잡혀온 세 사람, 돈이 오갔느냐고 형사들은 닦달하지만 물증이 없었다. 그것은 중증장애인 천길의 성적 욕구를 해소시켜 주기 위한 여대생 예리의 자원봉사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들이 잡혀온 경찰서 장면부터다. 사태를 이상하게 여긴 어느 방송사 PD가 이들 셋을 밀착취재하면서 중증장애인의 성과 성매매 여성의 삶, 신부의 고뇌 등등이 밝혀진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원봉사를 해온 예리, 그녀의 엄마 역시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그녀들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예리는 영화과에 진학, 성매매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일주일간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는 열의를 보이며 단편영화 ‘나비’를 제작한다.

중증장애인 천길은 노모와 함께 산동네에 살며 복지관 신부 진우의 헌신적 도움으로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시도 쓰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특히 한글을 가르쳐 준 자원봉사자로부터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는가 하면, 복지관에서 만난 중증장애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신부 진우와 예리의 도움으로 집까지 찾아가지만,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물벼락을 맞는다. 후에 기자가 그 장애여성을 방문해 천길의 방문 사실을 아느냐고 묻지만, 그녀는 장애를 입은 뒤 불가능한 월경처리를 위해 자궁적출 수술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자로서 느끼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몸 불편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뭘 어쩌겠느냐며 정신 차리라는 뜻에서 물벼락을 줬다고 화를 낸다. 이렇듯 영화는 중증장애인의 성적욕구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섹스볼란티어 한 장면
ⓒ아침해놀이


영화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섹스 볼란티어(성 자원봉사)라는 하나의 자원봉사 영역을 제시하면서도 사람들의 반응을 궁금해한다. 자원봉사라는 것 자체가 그것이 필요한 어떤 이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푼다는 뜻이다. 결국, 그것은 동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을 주는 이의 마음은 뿌듯할지 모르겠으나 받는 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지 동정일뿐이다. 하물며 그것이 성적욕구 해결을 위한 동정이라면, 주는 이건 받는 이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닐 게다.

그렇다고 외국처럼 장애인의 성적욕구 해결을 위해 장애인에게만 특별히 성매매를 허용하는 것 또한 말이 안 되고 우스운 일이다. 예리의 영화 ‘간의역’에서 중증장애인 천길의 역할을 맡은 윤호는 영화촬영을 다 끝내고 기자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감사하다고 느끼지만 어딘지 마음이 허하다’라고 밝힌다. 윤호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평생을 살던 장애인이었고 예리의 ‘간의역’을 찍기 위해 캐스팅되었다. 그는 평생 성적욕구를 해결할 수 없었던 장애인이었다.

아직까지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스스로 욕구해결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또 다른 계층이 희생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배는 안 고프다. 사람이 고프다.’ 천길이 죽음을 앞두고 한 말이다. 장애인에게 있어서 차별과 고립과 배제의 문제는 사람과의 소통의 단절을 낳았다. 그리고 그 소통의 단절 때문에 장애인은 지금껏 무성의 이미지를 사회로부터 요구받아왔다. 이 영화의 의미는 장애인이 그런 무성의 존재에서 당당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작은 외침이란 생각도 든다. 장애인에게서 이러한 문제가 풀린다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다. 천길의 마지막 말은 바로 이런 뜻일 것이다.


*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 말 그대로 다큐멘터리를 모방한 기법의 창작물을 뜻함. 다른 말로 모큐멘터리라고도 는 데 영화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이 용어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진실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착안한 것. 쉽게 말해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속이는 영화를 말한다.



박정혁 활동가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발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며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현장글쓰기모임 글텍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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