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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미스프랑스 '소피 부즐로'를 만나다
프랑스도 문맹 청각장애인 많아…문화향유권 투쟁 중

박현진 기자 / luddite420@gmail.com
17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학교 캠퍼스.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아래 농대연) 회원들과 ‘소피 부즐로’(아래 소피) 씨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 ‘다비’ 씨는 기자가 말릴 새도 없이(?) 금세 서로에게 호의를 나타냈다. 프랑스의 수화와 한국의 수화, 다르지만 통하는 말들이 있었는지 같은 손짓을 하며 서로 반가워했다. 수화와 몸짓을 통해 친해진 그들은 바로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국에 번역돼 나온 자신의 자서전 『청각장애인 미스 프랑스 소피 부즐로』(도서출판 알다 펴냄, 김명열 번역, 이하 『소피 부즐로』)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에 온 소피 씨를 비마이너와 농대연이 만났다.

소피부즐로와 농대연 학생과의 만남
17일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소피부즐로와 농대연 학생들이 만났다. ⓒ비마이너

소피 씨는 청각장애인으로, 지난 2007년 미스 프랑스 대회에서 2위로 입상했다. 미스 프랑스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얻은 뒤인 2008년 10월 출간된 그의 자서전은 프랑스 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의 자서전에는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미스 프랑스 대회, 미스 월드 대회에 출전하면서 겪은 일들이 정리돼 있다. 현재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 중이다.

이날의 인터뷰는 3번의 통역을 거쳐 진행됐다. 농대연 학생 중 구화가 가능한 학생이 한국어로 질문하면 소피 씨 책을 번역한 김명렬 씨가 프랑스어로 바꿔 소피 씨의 남자친구 다비 씨 에게 질문했다. 그러면 다비 씨는 질문을 수화로 바꿔 소피 씨에서 전하고, 이에 소피 씨가 수화로 답을 하는 식이었다. 소피 씨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거꾸로 다시 한 번 거쳐야 했다.

소피 씨 남자친구인 다비 씨는 청력이 비장애인의 50% 정도인 청각장애인으로, 음성언어와 수화 사용이 모두 가능해 소피 씨의 수화통역사로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소피 씨가 한국에 온 뒤, 몇몇 매체가 그의 인터뷰와 행보를 내보냈으나 주로 ‘장애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극복해 미스 프랑스에 당선됐다는 것이다. 한국판 『소피 부즐로』에도 ‘장애를 극복한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와 같은 표현이 종종 나온다.

이에 대해 소피 씨는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긍정적 의미이며 장애인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화통역을 보고 있는 소피부즐로
김명렬씨가 프랑스어로 질문하면 다비씨가 수화로 통역을 했다. ⓒ비마이너

질문하는 농대연 학생들
농대연 학생 중 한 명이 구화로 질문하면, 옆에 다른 학생이 수화로 다른 학생에게 통역을 했다. ⓒ비마이너

프랑스 정부의 청각장애인 지원 수준에 대해 묻자 소피 씨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 역시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기엔 녹록치 않음을 내비쳤다. 소피 씨 자신 또한 “의사소통문제로 항상 어머니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소피 씨는 “그래도 프랑스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의 투쟁으로 2005년부터 직장 내에서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의무고용하고, TV 프로그램에 자막을 의무화 하는 등의 성과를 이뤘다”며 “청각장애인학교에 대한 지원 확충과 직업 찾기 활동 등을 앞으로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소피 부즐로 2
ⓒ비마이너
또한 소피 씨는 “2005년부터 수화가 프랑스에서 공식 언어로 인정받았으며 대학에도 수화 관련 학과가 생겼다”라고 소개하며 “하지만 법제화와 일상생활에서의 통용은 다른 문제이므로 지속적으로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비 씨는 한국에서 수화가 하나의 언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의 언어학자들이 수화도 언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프랑스의 사례를 한국에 소개하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행사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입장을 묻자 소피 씨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부모님이 자식과 소통하고 싶은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며, 아이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아이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5시부터 건국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소피 부즐로』 출간 강연회’에서 소피 씨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피 씨는 미인 대회 당선자로서 역설적이게도 “외모가 아닌 존재 자체로 평가받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피 씨는 "현대에는 완벽한 여성의 이미지가 넘쳐나지만 보통 여성과는 괴리가 크다”며 “외모는 내면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피 씨는 “2007년 1,100만 명의 시청자들이 나를 뽑아줘 미스 프랑스에 당선됐는데, 나를 지지한 사람들은 나의 외모가 아닌 장애에 대한 나의 투쟁을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인 대회가 여성 상품화 등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참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소피 씨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강연 뒤 한 학생이 소피 씨에게 전신마비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랑스 영화 ‘잠수종과 나비’를 보라고 추천하자 “영화에 대부분 자막이 없어서 영화를 많이 볼 수 없다”며 청각장애인의 문화향유권 문제를 이야기했다. 소피 씨는 청각장애인들이 비단 영화를 못 보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를 듣지 못해)글을 못 배우다 보니 도서관에서 책도 읽을 수 없어 정보 접근 면에서 많이 배제돼 있다”며, 자신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소피 씨는 “앞으로도 모델 활동과 영화배우 일 외에 장애인 복지투쟁과 장애인단체 후견인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소피부즐로 출간 강연회
소피 부즐로 씨가 출간 강연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연 전반부는 구화로, 후반부는 수화로 발표했다. ⓒ비마이너



* ‘인공와우’ 수술은 청각장애인의 달팽이관에 전기적 장치인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것으로,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청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아직 인공와우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부모의 선택에 의해 어린 나이의 청각장애인들이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논란지점이 있다.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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