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10.24 12:44

정정수 열사의 죽음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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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른 11시 수원 연화장에서 정정수 열사 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은 그를 추억했다. 그를 사진으로만 마주한 사람들도 자신의 오늘에 남겨진 흔적들로 그의 삶을 더듬어 나갔다.

‘사람이 살고 죽는다’는 것, 이것은 다만 물리적인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물리적으로 그 존재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는 내 기억 속에서 지속해서 관계를 맺는다. 그 존재를 기억하고 애도하며 죽음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기억은 의미가 되어 또 다른 사람의 기억에 스민다. 이미 사라진 한 사람 삶과의 만남. 살아 있는 이들은 죽은 이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 그와 만난다. 그렇게 때때로 죽은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되살아나기도 한다.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승우 소장이 정정수 열사 영정 앞에 고인이 생전 좋아하던 술을 올리고 있다.


“아침에 정수 형 전화로 전화했는데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받으셨어요. ‘우리 정수가 죽었다.’ 전화를 끊었어요. 다시 전화했어요. ‘어머니, 어디로 갈까요?’ 그래서 간 곳이 시체실이었습니다. 시신을 확인하고……. 그렇게 유했던 사람이 동지들을 울리고, 모질고 독한 사람입니다. 정수 형.”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승우 소장)

2006년 10월 23일, 아침에 있던 일이었다.
정정수 열사, 68년생으로 살아 있으면 마흔다섯이다.

고인은 장애인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쟁취하기 위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06년 경기도청 앞에서 9월 8일부터 78일간 진행한 노숙농성 중 10월 23일 아침에 집에서 과로사했다.

당시 경기도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고인은 집에서 경기도청 농성장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다. 전동휠체어로 왕복 4시간가량 되는 거리였다. 열사는 그렇게 한 달 보름을 농성에 참여했다.


열사가 떠난 뒤 6년, 그 사이 경기도에는 저상버스가 도입됐고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됐다. 그러나 여전히 저상버스는 법정대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장애인 자립생활을 보장하기에 활동보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정수 열사의 6주기 날인 23일 이른 11시, 고인을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수원 연화장 추모관 앞에 모였다.

“살아 있을 때 별명이 제임스딘이었어. 이것 봐, 장애인 활동가 중에서 제일 잘 생겼지.”

살아생전 열사와 함께 활동했던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승우 소장이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말한다.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스무 명 남짓 사람들이 모여 추모식을 시작했다. 국화 한 송이를 영정 앞에 놓고 향을 피운다.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도 그 앞에 놓는다.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승우 소장은 “고인의 죽음이 매년 우리를 이 자리에 모이게 한다. 그 이유는 고인이 죽었을 때 장애인의 삶이 지금 현재도 지속하는 문제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시 김문수 도지사가 하루만 빨리 활동보조인제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면 지금도 고인은 우리와 함께 장애인차별철폐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과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윤상 소장이 정정수 열사를 추억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과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윤상 소장도 2006년 고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를 기렸다. 정 소장은 발언하는 동안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수 형을 처음 만난 게 2006년도였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인지 매우 조용한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조용하고 유약했던 사람이 투쟁 대오 일선에서는 늘 앞장섰지요. 정수형은 활동보조 제도화가 되어 중증장애인에게 제대로 서비스만 된다면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품고 투쟁했습니다.

2006년 마지막 가기 전, 술 한잔하자고 만났을 때 그는 끝끝내 아무 말 없이 술잔만 기울였습니다. 활동보조 제도화 투쟁 때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사람이었지만, 말 없는 가운데 조금씩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죽을 줄은 몰랐어요. 그 남은 생을 하루 6시간 경기도청까지 왔다 갔다 하며 불태웠던 것입니다.

우리, 지금 곁에 있는 활동가들과 더 나은 장애인의 삶을 위해 돋우고 보듬으며 함께 나아갑시다.”

조현아 사무국장도 고인을 그리며 애도했다.

“작년까지는 매년 이 자리에 올 때마다 정수 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활동가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며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보다 사람도 많아지고 이렇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기쁘네요. 많은 활동가 사이에서 우리의 투쟁을 되돌아보게 되어 원동력이 됩니다.

정수 형 죽음은 그 어느 때보다 슬펐지만 경기지역 투쟁사에서 한 줄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투쟁 과정 중에 정수 형처럼 아프고 지쳐 힘들어, 이러한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수 형의 활동을 기억합시다.”

▲정정수 열사 영정 앞에 추모하는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도건 소장

살아생전 고인을 알지는 못했으나 숱한 이야기 속에서 고인을 만났을 사람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도건 소장은 "이젠 정정수 열사 이야기만 나와도 마음이 많이 아린다”라면서 “먼저 간 열사의 발자취를 따라 동지들과 함께 가면 그 길을 넓게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즐겁게 호탕하게 투쟁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공동대표는 “추운 냉방에서 혼자 돌아가셨는데 좀 더 일찍 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됐다면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도 분명히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그러한 삶을 살고 있을 장애인 동지들이 있을 텐데 더 열심히 투쟁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강민산 활동가는 “가슴이 아프다”라며 터져 나오는 울음에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승우 소장은 “우리가 이 자리에 계속 모이고 현장투쟁이 계속되는 한 열사의 죽음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추모식에 참여한 장애인 활동가들은 추모식을 마치고 고인의 유골함이 안치된 2층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신승우 소장, 조현아 사무국장 등 세 명의 활동가만이 고인의 유골함이 안치된 2층으로 올라가 유골함 앞에서 묵념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추모를 마친 조 사무국장은 “열사가 또렷한 눈길로 여전히 우릴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활동가들이 열사를 뵙지 못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고인의 유골함 옆에는 당시 2006년도 경기도 투쟁의 결과물이 그의 유품처럼 꽂혀 있었다.

▲수원 연화장에 안치된 정정수 열사 유골함. 유골함 옆에 2006년도 경기도 투쟁의 결과물이 꽂혀 있다.

▲이날 추모식에 참여한 장애인 활동가들이 추모식을 마치고 고인의 유골함이 안치된 2층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세 명의 활동가만이 올라가 고인의 유골함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정정수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투쟁을 다지는 활동가들

▲추모식 단상이 높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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