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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아, 네가 서둘러 떠나간 그곳에는 진정 장애도 멸시도 없는 세상이 맞는 거니? 네가 그러한 세상을 간절히 원했었지. 그래서 손발이 얼어서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또 흐르는 땀이 눈에 자꾸 들어가지만 자유롭지 않은 손 때문에 땀 닦기가 힘들어도, 여전히 너는 투쟁현장에 나왔었지.

네가 화염 속에서 처참하게 이승을 떠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달려드는 화염을 피해보려고 움직이지 않은 몸을 움직이려고 기를 쓰며 얼마나 힘겨웠을지, 또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도와달라고 외쳤을지, 너를 도와줄 수 있는 많은 이들을 얼마나 그렸을지를 생각하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무엇도 할 수가 없다.

너 혼자 공포와 두려움 속에 죽음을 맞으며 너를 혼자 두었던 이 세상을 얼마나 원망하였을지 그 원망이 자꾸 들리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남겨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미안하다.

지금 후회스럽고 더 후회스러운 것은 우리가 더 강하게, 더 가열차게, 더 길게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투쟁을 더 하지 못했다는 거다. 지금 활동보조인서비스가 24시간 되었더라면 너의 원룸방안 침대에서 현관까지 그 거리를 못 나와서 허망하게 혼자 외로운 외침으로 떠나보내지는 않았을 것을…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사에서 며칠 전 너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났었다. 지역에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홍보패널을 전동휠체어에 걸고 급하게 가야 한다며, 너는 '언니, 다음에 맛있는 것 사주세요'라고 소리쳤었지. 내가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말고, 너를 붙들어 네가 먹고 싶은 것을 사줬더라면 이렇게 후회는 없을 텐데…

▲고 김주영 활동가의 생전 활동 모습. (사진 가운데)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네가 그랬었지. '언니,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영상도 해보고 싶고, 자립생활 운동도 하고 싶어요'라고. 너의 그 열정 그 의욕을 다 어쩌자고 그렇게 떠났을까. 물론 네가 가고 싶어 떠난 길이 아니지.

너는 가족에게 의존적인 자신이 싫어서 기를 쓰며 외롭고 힘겹고 두려우면서도 혼자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고 버티며 독립해서 살면서 스스로 대견해했었지. 그런데 너는 지금 얼마나 억울하겠니. 네가 진정 원했던 것은 저승에서 장애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이승에서 사랑하고 좋아하던 가족, 친구, 동지들과 장애 없는 세상을 만들어 사는 것이었지. 영상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그것이 네가 원하던 세상이었지.

'언니 저 주영이요.'라며 금방 전화가 올 것만 같아. 네가 그리울 때 우리는 어쩌니, 우리는 네가 많이 그리울 텐데… 주영아, 억울하지만 지금 다른 곳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가 함께 원하던 세상, 우리가 만났을 때 잘했다고 바라보며 미소로 서로 격려해주는 날까지 같이 투쟁하자.

우리는 아직 너를 보낼 준비가 안 되었다. 너의 억울한 외침을 우리와 같이 외칠 거다. 너는 아직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 우리도 너무 억울하다. 장애가 있다는 것이 허망한 죽음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같이 가자 주영아! 함께 가자 주영아! 우린 한 외침이다. 주영아!


▲고 김주영 활동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 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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