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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함께살자 희망행진’ 신년회에 다녀왔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과 ‘함께살자 농성촌’에서 주최했다. 대한문 농성촌이 침탈 위기에 있을 때, 지킴이를 자처해 농성에 참여했었기에 한자리에 같이 할 수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지금 시대의 ‘비참한 사람들 Les Misérables ’, ‘땅 위의 저주받은 사람들 Les Damnés de la terre’이다. 영화나 소설, 어떠한 저작보다도 생생한 현실이다.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사업장의 노동자들, 지역 주민들은 자본의 탐욕과 국가의 폭력 아래 일터와 마을 공동체에서 내몰리고 있고, 길거리에서 농성하고 있다. 단식하고, 파업하고, 철탑 위에 올라가고, 집회하고, 죽음으로 항거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

공투단에는 많은 사업장이 포함되어 있다. 코오롱, 쌍차, 콜트-콜텍, 대우자판 등의 정리해고 사업장과 재능, 기아차 해복투, 현대차 비지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립오페라합창단 등의 비정규직 사업장, 그리고 한국 베링거인겔하임, 한국3M,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유성기업, KEC, 영남대의료원, 공무원해복투 등 노조탄압 사업장들이다. 여기에 광화문역에서 농성하고 있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과 대한문 앞에 있는 ‘함께살자 농성촌’의 쌍차마을, 강정마을, 용산마을, 탈핵마을이 함께 주최하여 신년회를 한 것이다.

하루 내내 시지프스의 신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매번 굴러떨어지는 공을 다시 굴려 올려야하는 시지프스의 노동. 독일 유학 시절, 지도교수 중 한 분은 “시지프스의 비극은 공이 다시 굴러떨어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굴려 올려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라고 첨가했다.

매년 승리의 기약 없는 투쟁을 결의하는 사람들, 또 그들은 싸워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매번 다시 굴러떨어진다는 것은 목표 자체가 쓸모없다는 것으로, 또다시 처음부터 굴려 올려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것은 무한 반복의 절망적 필연성을 규정함으로써 시지프스의 노동이 무망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을 다시 굴려 올리는 것은 필요 없거나, 어쩔 수 없이 다시 처음부터 굴려야 하는 것일까?

세계사적 과정을 보면, 역사는 끝없이 진전되어 왔고, 매 시기 역사적 투쟁의 매듭이 지어지면 그 이하로는 다시 공이 굴러 내려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의 매듭이 지어지면 그곳에서 다시 굴리기 시작하고, 매듭은 점점 올라가 결국에는 다시 굴러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매듭이 부실한 경우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있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보자. 노예제가 무너진 이래, 아무리 악덕한 자본이라도 경제 위기가 왔으니 근대적 노동자를 노예로 바꾸자고 하지는 못할 것이며, 프랑스 대혁명 이래 몇 차례의 왕정복고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 시기 누군가가 자기가 봉건적 왕이라고 나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박근혜가 보수 정권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전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처럼 국회를 해산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앞의 시지프스의 노동에 대한 경구에는 다음과 같이 첨부되어야 한다. “다시 굴려 올려야 하는 지점은 역사적 계기마다 계속 올라간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굴려 올려야만 하는 이유 자체가 사라질 때까지.” 모든 역사적 투쟁은 투쟁한 만큼 역사를 진전시킨다는 것이다. 투쟁이 미비한 경우 역사는 다시 되돌아가기도 하지만, 물론 이때도 맨 처음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1월 5일 희망버스는 다시 가동된다. 이번에는 울산 현대차에 가서 대법원 판결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것과 부산 한진중공업에 가서 전원 복직시키고 손배를 철회하기로 했던 지난번의 합의서를 지킬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전처럼 승리할 때까지. (뉴스제휴 =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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