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웹접근성 보장 방안 세미나'에서 웹접근성평가원
김진원 사용자진단팀장이 국내 19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웹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누리집 개발자 등 웹 접근성 관련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여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웹접근성 보장 방안 세미나’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아래 장총련) 주최로 22일 늦은 2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장총련 웹접근성인증평가원 김진원 사용자진단팀장(시각장애 1급)은 국민은행 등 국내 19개 은행 누리집을 대상으로 한 사용자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과 마우스 사용이 불가능해 키보드만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 △메인 페이지 △정보 확인 △게시판 이용 △자료 내려받기 △검색 등 5개 항목의 10개 과업을 해당 은행 누리집에서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19개 은행의 웹 접근성 수준은 10개 과업 중 6개 정도만 가능해 5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등 3곳은 웹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웹 접근성이 100%인 곳은 한국은행 한 곳만 있었다.
김 팀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 19개 웹사이트의 정보접근성 주요 위반 사례는 대체텍스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또한 키보드만으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들도 다수 발견돼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훈 자립생활팀장(시각장애 1급)은 금융기관 웹 접근성과 관련한 사례를 발표했다.
이 팀장은 “웹 접근성 인증을 받은 모 금융기관에 가서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려고 했더니 ‘잔존 시력이 없으면 타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는 이유로 신청을 거절당했다”라면서 “그 기관에서 웹 접근성은 법적 의무라서 마지못해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그 금융기관의 웹 사이트는 대체 텍스트는 물론이고 자동 로그아웃 시간 연장 기능 등 웹접근성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장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인터넷 뱅킹 신청을 받지 않으니 나와 같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팀장은 “화면 낭독 프로그램 등 웹 접근성 보장을 위한 여러 정보통신보조기기가 있으나 보조기기는 말 그대로 보조에 불과하다"라면서 "웹 접근성을 보장하는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특히 대체 텍스트 제공은 웹 접근성 보장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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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그리드 웹접근성연구소 심재호 팀장은 “웹 개발자들은 일반적인 방식에 따라 웹 사이트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왜 장애인 차별이 되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라면서 “웹 개발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웹 개발자들이 시각을
중심으로 판단하면서 웹을 개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팀장은 “시각으로는 동시에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나 청각은 그렇지 않고 순차적, 논리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라면서 “따라서 앞으로 웹을 개발할 때에는 시각에서 청각, 마우스에서 키보드 중심으로 접근 방식을 바꿔야만 웹 접근성 보장이 용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총련 서인환 사무총장은 “그동안 웹 접근성 인증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었는데 인증제도 도입 등을 담은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을 정부에서 발의해 조만간 국회에서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렇게 되면 수십만 개에 이르는 웹 사이트 평가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감당할 수 없으므로 웹 접근성 평가는 민간에 위탁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웹 접근성 인증 마크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숙명여대 한국웹접근성인증위원회, 장애아동교육복지연구학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민간단체 7곳에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고 평가를 진행한 뒤 발급하고 있다.
서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웹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아 장애인을 차별한 대한항공, 한전병원,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 등 4곳을 대상으로 각각 5천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라면서 “또한 오는 4월 11일부터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 사용 사업장 등으로 웹 접근성 의무 준수 기관이 대폭 확대되므로 웹 개발자 등 관련 관계자들에게 사전에 이를 알리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4월 11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웹 사이트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는 기관으로 사립유치원, 평생교육시설, 전체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규모의 교육훈련기관 및 직업교육훈련기관, 국·공립 보육시설 및 법인이 설치한 보육시설, 연수기관, 모든 의료기관,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 사용 사업장 등이 새로 포함된다.
다만 의료기관, 교육기관, 노동조합 등은 그 업무가 공개적이고 업무와 관련된 누리집에 한해 접근성 차별 검토 대상으로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