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보조인연대(준) 주최로 지난해 10월 21일 늦은 2시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 확립과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활동보조인 한마당에서 한 참가자가 '생활임금 보장으로 동성 활보 원칙 실현'이라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근로시간을 이유로 활동지원기관에 활동보조인이 월 208시간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시간과 연장근로는 각각 주 40시간, 주 12시간을 정해 월 최대 근로시간은 208시간까지 가능하다. 다만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사회복지사업은 특례를 적용해 사용자와 근로자의 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월 208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활동보조인들은 노동시간은 물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야간·휴일 할증수당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시급이 6225원 수준에 불과해 부양가족이 있는 활동보조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월 20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자처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9월 기준으로 월평균 노동시간이 208시간을 초과한 활동보조인의 수는 2513명에 이르렀다. 급기야 지난해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도마에 올랐다.
<2012년 1월~9월 기준으로 월평균 노동시간이 208시간을 초과한 활동보조인>
월평균 노동시간 |
400시간 이상 |
300~399시간 |
260~299시간 |
209~259시간 |
계 |
활동보조인수 |
6명 |
159명 |
342명 |
2006명 |
2513명 |
<자료 출처 : 보건복지부>
그런데 복지부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활동보조인이 월 582시간을 일하는 등 극단적 사례가 드러나자, 월평균 20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활동보조인 중 일부를 조사해 급여 부당 지급 사례를 적발해냈다.
이어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14일까지 6주에 걸쳐 16개 시도 및 시군구의 활동지원담당과 국민연금공단 지사의 담당 직원으로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장시간 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공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복지부의 점검은 월 평균 20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활동보조인 중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받는 사례를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이 점검을 계기로 몇몇 지자체에서는 활동보조인이 월 20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근로시간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고 활동지원기관에 활동보조인이 그 이상 일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활동보조인연대(준)(아래 활보연대) 고미숙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활보연대 인터넷 카페에 ‘앞으로 활동보조인은 월 208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느냐?’라는 문의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라면서 “활보연대가 활동지원기관에 활동보조인이 월 208시간 일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지자체 가운데 서울 2곳과 아산 1곳에 확인한 결과, 해당 지자체는 복지부 점검의 의미를 잘못 해석해 근로기준법상에서 정한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고 집행위원장은 “많은 활동보조인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유는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며, 근로기준법으로도 활동보조인은 특례 조항을 적용받아 월 20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할 수 있다”라면서 “그래서 복지부 관계자에게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월 208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사실을 통보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복지부 관계자는 애당초 활동보조인 근로시간 제한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 적이 없으므로 그런 내용으로 공문을 보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고 집행위원장은 "활동보조인은 장시간 노동을 원하지 않으며 노동시간을 나눠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앞으로 활동연대 회원들과 함께 이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보고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구범 씨는 “활동보조인은 월 208시간을 일해도 4대 보험료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받은 돈은 110여만 원에 불과하다”라면서 “또한 이번 점검에서 월 20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활동보조인의 명단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월 208시간을 초과해 일한다는 이유로 급여 부당 지급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 씨는 “장애인복지관 등 지역 내 다른 활동지원기관에서는 지자체의 지시에 따라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활동보조인이 월 208시간을 초과해 일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노동시간 제한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가뜩이나 저임금으로 활동보조인들이 노동 현장을 떠나는 마당에 활동보조인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활동보조인의 근로시간에 대한 복지부의 지침은 없다”라면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관계와 관련된 사항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으로 복지부에서 별도의 지침으로 정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또한 복지부에서 활동보조인의 근로 시간이 월 208시간 이상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라면서 “단지 월 208시간 이상을 초과해 일하는 활동보조인 중 급여 부당 지급 사례가 적발되었으므로 유의를 바란다는 내용을 지자체에 공지한 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용자 중에서도 몇몇 지자체에서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월 208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 373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힌 차강석 씨(뇌병변장애 1급)는 지난 1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올린 민원에서 “활동보조인 1명당 활동보조시간을 월 208시간으로 제한해 활동보조인 두 명을 쓸 수밖에 없다”라면서 “한 명의 활동보조인이 저의 행동 패턴을 잘 파악하고 어떤 상황에 맞게 대응을 잘 해줘서 매우 편하지만, 다른 한 명의 활동보조인은 저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떤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을 못해 서로가 굉장히 불편하다”라고 지적했다.
차 씨의 민원에 대해 복지부는 “활동지원기관의 장과 근로자 대표가 합의할 경우에는 월 208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으나, 활동보조의 시간 당 금액 제약으로 인하여 연장근로에 따른 임금가산 지급여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면서 “귀하가 요청한 1명의 활동보조인에 의한 월 373시간 근무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으며 통상의 일반적인 근로자를 고려하더라도 서비스의 질적 수준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