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김해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소녀가 장애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연합뉴스 보도 등을 보면 지난 29일 0시 30분께 김해 시내 한 아파트 화단에서 이아무개 양(17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청각장애 때문에 힘들다는 유서의 내용과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어했다는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양이 23층에서 투신해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농아인협회(아래 농아인협회)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꿈 많은 한 소녀가 짧은 생을 뒤로 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소녀가 남긴 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청각장애가 자살을 선택한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농아인협회는 “한국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소통의 대상으로조차 여기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면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몰이해로 인해 가족 내에서의 소외, 다양한 영역에서의 접근의 어려움, 교육과 고용에서의 차별 등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농아인협회는 “소녀의 극단적인 선택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는 조금 다른 장애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불편한 시선과 태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라면서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농아인 복지의 현주소와 문제들을 다시금 돌이켜보고 더 이상 장애로 인해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